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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졸업 인간을 탐구해온 감독 안판석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할 뿐…메시지는 스며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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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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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죽여줄 것 같았어요.”

지난 14일 서울 마포의 한 콘텐츠 제작사에서 만난 안판석 감독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드라마 ‘졸업’(tvN)은 대치동 학원 선생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문학이 실종된 사회를 투영하고, 인간의 세속적 욕망을 비췄다고 평가받았다. 정작 연출을 한 안 감독은 “결과적으로 평소 내 생각이 스며드는 것일 뿐, 처음부터 메시지를 정하고 그것을 보여주려고 드라마를 만들진 않는다”고 했다. ‘안판석’ 하면 작가주의 감독, 작품성 우선주의 감독 아니었나. “저도 대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이에요.(웃음) 지금껏 제가 선보인 드라마는 모두 그때그때 ‘대박’날 것 같아서 만들었어요.(웃음) ‘졸업’은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어서 머리 쓰고 허덕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았죠.”1987년 문화방송(MBC) 입사 이후 37년 동안 그가 만든 드라마 대부분 장르 불문 ‘죽여주기’는 했다. ‘아줌마’(2000)는 주부의 홀로서기를 다루면서 당시 기준에서는 도전적으로 교수 남편을 통해 지식인들의 허례허식을 비판했고, ‘하얀거탑’(2007)은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병원 내 권력 다툼에 주목하며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들여다봤다. ‘밀회’(2014)처럼 연상연하 커플의 멜로를 보여주면서도 예술계의 권위의식과 이중성을 짚는 등 작품마다 한국 사회의 곪은 문제들을 날카롭고 품위 있게 찌르며 재미와 의미를 모두 뽑아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인간의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안판석표’ 공통 질문이 만들어졌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통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 하는 의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사회는 복마전”이라며 “삶은 과정의 반복이고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과정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드라마는 주인공이 여러 장애물을 뛰어넘고 나아가는 어느 시점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 ‘하얀거탑’ 장준혁(김명민), ‘밀회’ 오혜원(김희애)처럼 인물들이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완전한 악인도 선인도 없다. 우리는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고 어떤 사건을 겪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졸업’에서도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혈안이었던 서혜진(정려원)이 제자이자 후배 선생인 이준호(위하준)를 만나면서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안 감독은 “인간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인간의 본질은 어떤 예민한 분기점이 있을 때 드러난다. 그러면서 반성적 자아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나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졸업’이란 제목은 “진짜 나 자신을 알게 된 뒤 잘못된 인생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반성적 자아로 과정을 바라보는 것. 안 감독이 37년간 ‘죽여주는 이야기’를 만들어온 비결이기도 하다. 안 감독의 작품은 인물들이 저마다 사연을 갖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면서 “이게 말이 돼?”라는 반문 없이 빠져들게 한다. “모든 신은 다 괜찮아야 한다” “드라마는 개연성이 중요하다” “드라마는 인간을 탐구해야 한다” 등을 염두에 두고 대사 한마디, 인물 한명까지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부여하려고 반복해서 애쓴 덕분이다. ‘졸업’에서 이준호와 서혜진이 사귀기로 한 다음날 학원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순간의 감정을 뒷모습으로 보여주는 연출로 시청자들이 행간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주기도 한다. 안 감독은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의 뒷모습에서도 어떤 감정을 느끼지 않나. 어떤 순간에도 누군가의 인생 속 한 단면을 보듯, 말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졸업’을 하면서는 “한 인간을 알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에,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한회 한회 만들어갔다고 한다. “‘학원 강사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이 어떤 문제로 학교에 찾아가고 사건이 터진다. 남자는 옛날에 가르쳤던 제자인데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강사가 되려고 한다’는 설정만 갖고 출발해 1부를 완성하고 나면 다시 2부를 생각하는 식으로 문학의 문맥으로 한발 한발 나아갔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졸업’ 속 많은 인물들이 저마다 욕망을 드러내며 한명 한명 생생한 인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전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698992?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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