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다 퍼오기는 너무 길고 이부분 한번 읽어봐.
암담하다 ㅠㅠ 그들의 처지가 어떤지 확 느껴져...
영온아 힘내!! ㅠㅠ
[김윤석의 드라마톡] 구르미 그린 달빛 9회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 예정된 비극을 앞두고"
세자가 홍라온(김유정 분)이 여자인 것을 알았다. 그 사실을 털어놓고 여자인 홍라온에게 고백한다. 그러나 홍라온이 남자이거나 혹은 여자인데 비천한 신분이거나 그들 사이에 놓인 현실의 벽은 높고도 두껍다. 몇몇 개인의 의지로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다. 그래서 주저한다. 세자의 진심을 알면서도, 그 진심에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러나 저 문 너머에 있는 현실의 벽 앞에 홍라온은 주저앉고 만다. 사람이 문을 앞에 두고서도 열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거나, 혹은 모르거나. 그냥 무엇이 있든 극복할 자신이 있거나, 그럴 의지도 용기도 없거나.
이 사람이라면 목숨을 걸어도 좋다. 이 사람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도 좋다. 하지만 아직 이영은 자신의 세자자리를 걸지 않았다. 세자로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왕의 아들로서 왕실과 나라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위험을 무릅쓰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세자와 홍라온의 사이를 알고 그를 공격하여 세자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면 어째야 할까? 홍라온이 여자의 몸으로 법도를 어기고 내시가 된 것이나, 하필 세자가 좋아하는 상대가 한낱 천민에 불과한, 더구나 역적의 자손인 홍라온인 것을 알게 된다면 명분이 중요한 조정에서 그저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아직 자기가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무엇을 걸어야 하는가 실감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저 무심히 대충 둘러댄 것만으로 자신을 오랫동안 모셔왔던 장내관(이준혁 분)을 속일 수 있었다.
갈수록 오그라든다. 감정들이 너무 적나라하다. 말로 다하지 못하는 마음을 손짓으로 전한다. 홍라온이 어린 영은옹주(허정은 분)을 위해 만든 손짓들이 세자를 위한 말이 되어 그의 눈에 들어와 박힌다. 사랑한다. 함께하고 싶다. 너무나 절절해서 차마 입밖에 내기 민망한 소리들이 손짓을 빌어 소리없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둠속에 홍라온에게 전해진다. 홍라온이 단단히 여민 마음의 빗장을 두들겨 부숴 열어 버린다. 하필 그 직전 왕은 세자의 사람을 만들어주기 위해 세자의 국혼을 서두르고 있었다. 같은 일의 반복이다. 김헌이 왕의 장인이었듯 누군가는 세자의 장인이 되고 그의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 줄 것이다.
뻔히 비극이 예고된 만남이다.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는데 그 앞에 무언가 무서운 것이 숨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그저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제낀 설렘에 도취되어 그를 만나려 할 뿐이다. 왕명을 거스를 수 없고, 세자라는 운명을 거스를 수 없으며, 맞서기는 커녕 휩쓸리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지켜봐야 한다. 세자의 결혼을. 그리고 그들의 아이를. 서로 다른 그들의 신분이 만들어갈 서로 다른 세계를. 견딜 수 있을까? 얄궂게도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곱게 차려입은 순간 쉽지 않은 운명이 그들의 앞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