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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3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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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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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빛도 공간도 없는 곳

발 밑에서 검은 연기들이 스물스물 새어나와 다리를 감아 타고 오른다

허리를 감고 가슴을 짓누르고  목을 조르고 입을 막고 눈을 가린다

모든 감각이 사라진다

뻘 속에 잠기듯 

 

'선재야 선재야 

너의 세상은 아직도 밤이니? '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

 

'선재야 이젠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일어나~'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침전하던 깊이 모를 심연에서 위로 점점 더 위로 나오기위해

 

살고싶다

살고싶다

살아야겠다

살아야만한다

 

 

 

 

 

 

"헉헉헉...."

 

 

땀 범벅 눈물 얼룩으로 헝클어진 모습이 비친다

15년 째 꾸는 꿈

몸부림쳐봐도 발버둥쳐봐도 병원을 가봐도

단 한순간도 꿈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자책에 휘감겨 꼼짝도 못하는 악몽

 

 

서랍장을 뒤져 약을 찾았다

내성이 생긴건지 먹어도 잠을 이룰 수 없다

빈 통만 손에 쥔 채

정신 나간 사람처럼 거실로 나갔다

초점 없는 눈으로 휘청이며 내딛다 넘어지고

일어나려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약 어딨어 약 어디있냐고 

 

 

코트 속에 넣어둔 생각이 들어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항상 있어야 하는 그 자리에 있는 옷을 뒤졌다

몇번을 놓치고 떨리는 손으로 겨우

주머니에 잡히는 것을 꺼냈다

 

 

사탕?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절규하고 울부짖는다

미친 놈처럼 온 집을 헤집고 다니는 내가 싫어지는 순간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어지는 순간

 

솔의 사탕이 나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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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제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힘을 내서 1번을 눌렀다

오랜시간 비어있었던 단축번호 1번

 

 

"살려줘요 제발"

 

 

 

 

 

 

흐릿한 안개 속에서 점점 선명해져 걸어나오는 추억

항상 보았던 익숙한 뒷모습

 

또 꿈이네

그동안의 꿈과는 조금 다른 건 그 애가 선명하게 다가온다는 거

항상 울고 있던 얼굴이 아니여서 다행이다

꿈에서도 네가 우는 건 싫어

 

 

"깼어요?"

 

나 아직 꿈인가? 약 기운이 돌았나? 

도저히 떠지지 않는 눈

아니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환각이라도 환청이라도 널 볼 수 있다면 널 들을 수 있다면

 

소리를 향해 팔을 뻗어 보았다

작은 아주 작은 손이 잡혔다

꽉 쥐었다 

잠시만 이대로 모든 것이 멈췄으면 

내 손 안에 네 손을 품은 

이 꿈에서 깨지 않길

 

 

 

 

"정신차려봐요 선재씨"

 

 

심장이 두근거렸다

꿈이라기엔 너무 선명한 목소리

믿기지 않을 정도로 또렷한 향

환상이라해도 좋을 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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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온 힘을 다해 눈을 떴다 

 

너였다

 

점점 눈이 커지면서 두 눈 가득 보이는 얼굴 

얼마나 간절히 바란 순간인지

내 품 가득 널 담고 

부드러운 촉감이 입술에 닿아 숨결을 불어 넣어준다

짙은 안개 사이로 빗물 한 방울이 뺨에 닿았다

 

 

"또 울렸네.....맨날 널 울리기만 하네 미안해 솔아 미안해"

"미안하면 정신차려봐요 나 알아보겠어요?"

 

 

내 입술이 맞닿아, 아직 떨어지지 않은 ,

또 다른 입술에서 새어나온 목소리

 

내 품에 내 입술에 솔이 담겨있다

 

 

 

 

 

  

 

"........미안해요.....난 꿈인줄 알고......"

"...꿈이면,  꿈속에선 그래도 되는건가요?"

 

양 볼이 발그레해진 솔이 나를 흘겨본다

기분이 많이 상해보이진 않았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눈치만 보고있다.

 

 

"어떻게 왔어요?"

"출입키로 열구요"

 

 

지난번 코트를 바꿀 때 

지갑을 넣어둔 채 줬었는지 지갑 속 전자키로 열고 들어왔다는 말에

순간 그날의 나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온 집안이 엉망이었다

바닥에 흩어진 약병들과 알들이 모래알처럼 쌓이고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눈물 그렁한 솔의 눈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에 실망했을 것이니

좌절과 절망 모두 까발려진 나신(裸身)의 초라함

 

내팽겨쳐 나동그라진 나를 소중히 품고 다독이는 네 손길이 말을 건넨다

괜찮다고 다 지났다고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무너져 내린다

상처에 덧난 상처 딱지가 덕지덕지 붙고 곪아 진물이 흘러도 외면한

내 마음에게 미안해졌다

 

"오늘만 살아요 딱 오늘만 

힘들면 그만둬도 되요 언제든.... 대신 오늘은 안돼요......

날 위해서 살아줘요 

당신이 날 살렸잖아 날 살게 했잖아

나도 당신 살릴 수 있게 해줘 "

 

 

 

 

그래서였을까?

새벽이고 낮이고 어느때고

내 연락에 매번 번개처럼 반응한다

 

동정이여도 좋다

연민이여도 좋다

 

별일 아닌 듯 익숙한 듯 

네게 내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내게 네가 숨을 불어 넣어주기 시작했다

 

일상을 살아가라며 ......

 

나와 같은 마음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키우기 시작했다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 서 있고 싶다

 

 

<우리 소풍가요>

<네 기다릴게요 조심히 와요>

 

 

이 길의 끝에  나를 기다리는 그 애가 있다

익숙한 일상이 반복되는 평범한 삶에 ,.....

 

 

 

 

 

솔의 휠체어 뒷모습만 보는 게 싫었다

십 년 넘게 꿈에서도 뒷 모습만 봤는데 

겨우 만난 지금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솔의 앞에 서서  마주보며 뒷걸음으로 걸었다

넘어진다고 조심하라는 솔의 잔소리가 노랫소리같다 

 

"넘어진다니까요 앞에 봐요"

"솔이가 내 눈이 되주면 되잖아요 내 대신 세상을 봐줘요 나와 함께 봐줘요"

 

이렇게 준비없이 고백할 생각은 아니였는데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지만 눈치마저 없다 

 

 

동그래진 눈만 껌뻑이며 멈춰서버린 휠체어 앞에 마주 앉았다

검은 눈동자 뒤 수많은 생각과 수없이 밀려드는 고민이 보인다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나의 무모함이 내 이성의 눈을 닫아버린다

이 순간만은 온 세상 모두를 잊고 너만 생각하고 싶다

이기적이고 잔인하다고 욕해도 나만 생각하고 싶다

 

 

"당장 답을 바라진 않아요 지금처럼만 곁에 있어줘요 

내가 질려서, 죽을만큼 미워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어지기 전까지.

언제든 보내줄게요 "

 

"가라는거예요 말라는거예요?"

"가지말라면 안갈꺼예요?"

 

어둠이 한숨마저 숨기고 나를 삼키려는 파도에 휩쓸릴 때

무지개가 하늘 가득 피었다

너와 나 빛의 스펙트럼이 감싸고 있다

 

이제야 살 수 있다 

 

살려줘서 고마워 솔아

살아줘서 고마워 솔아

살고싶어 사랑해 솔아

 

 

 

"아직 대답 못들었어요 빨리 대답해줘요"

 

놀이공원 풍선 사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마냥 떼를 썼다

평소엔 안사주던 풍선도 놀이공원에선 너나 할 것 없이 들고다니며 자랑하니 나도 졸라서 하나 얻어들고 기뻐하던 그때처럼

 

한참을 머뭇거리던 솔의 입이 살짝 움찔거렸다

 

"선재씨가 날 두 번이나 살렸으니까 나도 한 번은 살려줄게요"

"두 번이라뇨?"

"......저 알아요 그때 사고나던 날. 물에 빠진 날 구한 사람....."

 

 

가장 두려웠던 순간

숨겨왔던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졌다

내 천국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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