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너만 생각하라는 솔의 말에 기껏 한 답
"김태성과 헤어져"
서라운드 고백으로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좋아해"
항상 뒤에서 몇발짝 떨어져 걷던 선재가 솔과 나란히 앉아 음악을 듣고 마주하게 된
솔이 술에 취해서 전한 진심에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선재가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솔직했던 순간
모의 수영 대회때 아파했던 걸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했을 땐
나를 모를 줄 알았던 솔이 달려와 어리둥절해서 와닿지 않았을 수도 있어
나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챘는지 당황했을지도
꿈같은 찰나의 스침에 솔의 말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을지도
수술 후 선수 생활이 끝난다는 말에 선재보다 더 서럽게 울었고
도시락이며 간식거리를 잔뜩 챙겨서 선재 기운 돋게 만들어 주었지
선재는 솔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솔은 선재에게 해주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을거야
고마움과 보고싶음이 병실 앞에 서 있게 했어
환자복 입은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아서
좌절이고 절망이고 이 순간에는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잠든 솔을 위해 한 쪽 어깨라도 괜찮아 다행이라던
차곡차곡 쌓여가는 솔의 마음 발판이
높기만했던 선재의 벽보다 솟아올라
몰래 훔쳐보던 선재가 당당하게 올려다 볼 용기를 내게 했어
그러나 고백은 하루 밤의 꿈처럼 사라져버렸지
선재의 고백을 들은 34솔은 돌아가고
19 솔의 순진함은 태성을 선택했으니까
첫키스의 답
수영과 다른 희망일지도 모를 솔의 답은
다른 사람을 향했어
허공에 흩어져버린
들은 사람도 대답할 사람도 사라져 버린
첫번째 질문
솔이 핸드폰이 없으면 불편할 것이라며 경품으로 받으려
무대에 올랐던 선재
선재는 두 번째 용기를 내봤어
그러나 이번에도 돌아오는 일은
원망 아닌 원망과
제발 이기적으로 살라는 말
고맙다는 말까지는 바라지 않았겠지만 서운해
매번 혼자 품었던 마음을 겨우 내비칠때마다
선재의 진심을 몰라주는 솔에게 서운해
어설프고 어수룩한 자신에게 실망했을지도
밤새 고민하고 고민했겠지
솔이 말한 나만 생각하라는 것이 뭘까
처음으로 바꿔봐
항상 바깥으로 향하던 시선이, 배려가
어른아이가 처음으로 아이가 돼
가지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한결같은 솔을 보면서
따라하게 돼
나도 내 생각만 해도 되는걸까?
원하는 것을 말해도 되는 걸까?
그래서 기껏 하는 말
김태성과 헤어져
자신과 사귀자는 말도 아니고
태성과 헤어지기만 하라니
선재는 그마저도 온전히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였어
태성에게 이용당하는 솔을 구하고 싶었어
이 답마저도 솔을 위한 마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