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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동조자' 호아 쉬안더X산드라 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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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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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 타인 응우옌이 쓴 소설 <동조자>에서 캡틴은 전쟁 전후로 분열된 자신의 내면을 파편적으로 서술한다.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며 무질서하게 자신의 착란을 떠벌리던 소설 속 캡틴은 시리즈 <동조자>에서 배우 호아 쉬안더를 통해 보다 생생히 육화된다. 한편 스스로를 미국인이라 세뇌하며 살아온 일본계 미국인 소피아 모리(산드라 오)는 캡틴을 만나며 비로소 자신의 원류를 되짚고 정체성을 다시 세운다. 호주계 베트남인으로 살아온 신예 호아 쉬안더와 한국계 캐나다인이자 미국인으로 살아온 베테랑 배우 산드라 오는 지금도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로서 아시안의 정체성에 관해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두 배우를 만나 <동조자>의 이모저모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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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조자>의 가장 큰 주제는 이중성이 아닐까. 캐릭터들 모두가 작품의 주제에 부합하는 양면성을 띤다.

= 호아 쉬안더_이중성은 별수 없는 스파이의 숙명이다. 캡틴을 연기할 때 유념한 건 그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포함해 전쟁 중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려 노력하지만 큰 파장은 일으키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작품 속 캡틴은 전후 베트남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아간다. 캡틴이 위치하는 영토에서 취하는 각각의 정치적 입장이 시청자의 보편적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 궁금하다.
= 산드라 오_작품의 후반으로 갈수록 캡틴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어려워한다. 오히려 소피아의 시선을 경유해 캡틴의 폭발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소피아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전형이다. 소피아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고 저항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동조자>를 통해 내가 그리고 싶었던 소피아의 또 다른 일면은 캡틴과 삼각관계에 놓인 이후의 소피아다. 소피아는 캡틴을 통해 평생 저항해왔다고 믿었던 인종주의와 가부장제에 스스로가 일면 동조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다.



- <동조자>의 촬영 전후로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에 관해 달리 생각하게 된 지점이 있나.
= 호아 쉬안더_서구의 시선에서 답습된 미디어 속 베트남인에 대해 나조차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연구를 했다. 유튜브 영상과 내전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내전과 연합국의 개입을 포함해 이전엔 쉽게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깊이 파고들었다. 베트남인들이 전쟁의 고통을 이겨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캐릭터 연구를 시작했다. 무거운 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지만, 이 짐을 캡틴을 연기하는 내내 영혼에 달아두려 노력했다. <동조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 피의 역사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했다.
= 산드라 오_호아가 흥미로운 지점을 지적했다. 내 뿌리의 역사인데 정작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안다 해도 백인 미국인의 관점인 경우도 허다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캐스트와 함께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가령 베트남 배우들만 해도 각기 다른 세대에 속하기 때문에 역사로부터 받는 영향도 모두 달랐다. 그래서 사람들과 모여 각자의 역사와 경험을 나누며 눈을 떴다. 모두의 역사엔 어루만져야 할 아픔이 있다. 그리고 그 고통을 다뤄 마땅한 이는 그 역사와 관련된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 제작보고회에서 <동조자> 속 소피아를 ‘조연’(supporting role)이라 상정했다. 어떤 이유인가.
= 산드라 오_<동조자>의 대본을 처음 받고 캡틴을 누가 연기할지 무척 궁금했다. 그가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 소피아는 당연히 조연이다. 하지만 내가 언급한 단어엔 누군가를 돕는(support) 의미도 포함돼 있다. 아무래도 내가 아시아계 배우로서 활동한 경력이 길다 보니 현장에서 베트남 배우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예컨대 <동조자>를 통해 호아를 포함해 수많은 베트남 배우가 미국배우조합(SAG)의 조합원이 됐다. 그들에게 조합의 규정이나 필요한 부분을 가르쳐줄 수 있었다.



- 촬영은 어디서 이루어졌나.
= 호아 쉬안더_첫 4개월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했다. 작중 로스앤젤레스가 디아스포라로서 중요한 공간 배경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베트남 장면은 전부 태국에서 촬영했다. 태국에 지은 베트남 배경 세트들이 정말 훌륭했다. 1970년대로부터 직접 수입해온 듯했다.



- 캡틴 역의 오디션을 위해 박찬욱 감독을 만나러 직접 한국에 왔다고 들었다.
= 호아 쉬안더_2022년 1월 처음 오디션을 보았고 여러 차례 답신을 받다 3개월 후 박찬욱 감독님과 화상 오디션을 가졌다. 7개월 후 감독님을 만나러 한국에 갔다. 감독님은 베트남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 사이엔 유사한 점이 많다는 걸 강조했다. 감독님 가족, 모호필름의 직원들과 함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한 경험도 기억에 남는다. <동조자>와 전혀 무관한 이야기로 2시간 내내 수다를 떨었다. 아마 그때 감독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 소피아는 자신이 아시아계 미국인의 전형으로 대우받는 것에 불만을 표한다. 이를 다양한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작업이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요즘 분위기와 연결한다면.
= 산드라 오_할리우드 데뷔 당시만 해도 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었다. 이 말엔 다른 백인 배우들과 동등한 기회를 누리고 싶었다는 저의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나를 소개하는 수식에 아시아계 캐나다인으로 괄호 표기되는 일이 불편하던 때도 있었다. <동조자>의 소피아는 처음에는 스스로를 “나는 미국인이다”라고 소개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피아는 미국인이 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미국인화되는 과정에서 뭘 잃어왔는지, 자신의 역사나 배경에 왜 의문을 갖지 않았는지 자문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미국인 지위보다 훨씬 중요한 민족 정체성을 수용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할리우드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를 점검하고 내 민족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관심을 둔다. 캐릭터는 복합적이어야 한다. 백인들을 위한 캐릭터들이 으레 그렇듯 말이다. 배우가 거쳐온 삶의 모든 요소가 배역에 섞여 들어가기 마련이다. 당연히 소피아의 여정은 내가 거쳐온 삶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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