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채운 : 어떤 사람은 30년 전 군홧발 소리를 듣는대요. 마루 밑에 숨어있을 때 자기를 잡으러 오던 군인들 발소리를.
윤자유 : 누가요?
우채운 : 세계대전 때 나치한테 쫓기던 장교가요. 전쟁이 끝난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그 소리가 울린다고. 그 사람은 평생을 훈련받은 군인이었는데도요.
윤자유 : 그래서 그걸 극복했나요? 아니면 영원히 끌어안고 살았는지, 평생 훈련받은 군인도.
우채운 : 거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윤자유 : 못했네. 그렇겠지.
우채운 : 그랬을 수도요. 대표님처럼 가장 좋은 쪽으로 극복해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윤자유 : 내가 무슨 좋은 쪽으로요?
우채운 : 끔찍한 경험으로 시작해서 정면으로 해결하셨잖아요. BF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들었습니다.
온산 : 그냥 뉴스로만 접하고 말걸, 우린 살아서 지옥을 봤어요. 그때 거기 간 사람들 전부. 끊임없이 내려치라는데, 악마 같았어요 그 공무원. 근데 그 사람 나중에 자살했다고. 한동안은 삼겹살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났어요. 교수님 원망도 하고. 아니 역학 조사를 하실 거면 본인 혼자 가시면 되지, 왜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원생들을 끌고 갔을까? 근데 자유는 학교를.. 윤대표는 학교를 떠나더라고요. 그러더니 두 학기 만에 나타났어요. '완전한 지배종이 돼보지 않을래?' 한참 만에 나타나서는 그게 무슨 소리야?
윤자유 : 완전한 지배종이 되고 싶지 않아?
우채운 : 인간은 이미 최상위 포식자야, 좋든 싫든. 생태계를 완전히 지배하는 피라미드의 최정점.
윤자유 : 인간은 안 먹으면 죽어. 살려면 무조건 생명체를 섭취해야돼. 그 치명적인 걸 100% 다른 동식물에 의존하면서 완전하다고?
온산 : 윤대표는 동물이 불쌍하다거나 '인간이 무슨 권리로 해치냐' 이런 말은 한마디도 안했어요.
윤자유 : 인류는 불완전한 지배종이야. 완벽해지려면 사슬을 끊어야돼. 먹이사슬에서 인류가 해방돼야돼. 여기서 끊는 거야. 우리가 있는 데서.
우채운 : 그게 BF의 시작이었다고.
온산 : 사람들이 BF에 대해 오해하는 게 두 가지 있어요. '돈 벌려고 이 짓 한다'. 윤대표 목적이 돈이었으면 벌써 기술 팔아먹고 혼자 엄청 잘 살고 있겠지. 그러니까 최소한 자기 목숨 살려준 사람한테 '얼마나 더 벌려고 이러느냐' 아까 같은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됐어요. 또 하나의 오해가 BF, 그러니까 배양육을 단순히 '가축 안 잡아먹는다, 환경 안 해친다' 이걸로만 받아들이는 거예요. 자, 사람이 짐승 잡아먹고 풀 뜯어먹는 이건 자연의 섭리예요 그죠? 근데 이게 뒤집힌 거라고. 윤자유라는 사람의 업적은 인간이 공기 안 마시고도 살 수 있게끔 하는 것만큼 엄청난 거라고요. 근데 그 사람을 죽이겠다고 저 밖에선 그 난리를 치는 거고.
우채운 : 그리고 이 안에선 제가 오해하고 비난했고요. 소장님은 '채식주의자가 될까?' 그 고민이 최선이었을 때, 대표님께선 인류가 탄생한 이래 수백만 년을 지배해온 자연 섭리를 뒤엎으셨다고요.
우채운 : 서팀장이 준 주소지, 내일 김호승 씨랑 같이 가도 될까요?
윤자유 : 그래요. 몸은 좀 어때요?
우채운 : 똑같습니다. 새로운 지배종이 필요하세요? 먹이사슬에서 인간을 떼어놓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면, 두 번짼.. 인간을 생로병사에서 떼어놓는 게 목표셨나요? 그래서 사람 장기를 배양하세요? 늙지 않는 피부를 만들고.
윤자유 : 그걸 새로운 지배종이라고 표현한다면 늙지 않고 병들지 않는 인간이 다른 무언가를 지배한다는 뜻인데.
우채운 : 늙고 병든 인간을 지배하겠죠. 비싼 배양 장기를 갈아끼울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
윤자유 : 배양육이 처음 나왔을 때 가격이 어땠는지 알아요? 요 손바닥만 한 게 3억이었어. 근데 지금 어디까지 떨어졌는지 봐요. 인간 장기도 마찬가지예요. 무조건 규제만 할 게 아니라 대량 생산, 가격 경쟁 붙이면 떨어지게 돼있다고요.
우채운 : 결국 다른 생명을 먹지 않는 데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영원히 살아야 하는 거네요, 완벽해지려면.
윤자유 :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어요. 그건 완벽한 게 아니라 오류야. 근데 그때까지 아프지 않고 고통받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요? 내가 왜 지금까지 최고의 기술을 연마하고 자본을 축적했는데.
우채운 : 제가 아는 최고의 기술은 항상 무기의 형태로 왔습니다. 처음 보급받을 땐 '어떻게 이런 게 나왔지?' 하다가 생각해보면 '결국은 사람을 죽이자고 만들었구나. 그 비싼 자본과 기술력을 쏟아부어서 죽이자는 거구나'.
윤자유 : 죽이자는 기술이 있으니까 살리자는 기술도 있어야죠.
우채운 : 예. 그냥 제가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겠죠. 본사 지하에 뭐가 있는지 봤을 때 든 불안감은, 인간이란 고기만이 아니라 전쟁을 먹고 산다고 생각하는 하필 저같은 사람이라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던 것뿐이었는데.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자유 : 지켜줘서 고마워요.
written by 이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