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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기획] 독립영화는 왜 1만의 꿈을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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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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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에 1천만 관객이란 상징적인 숫자가 있듯이 한국 독립영화에서 ‘1만 관객’은 전통적인 흥행 지표로 쓰이고 있다. 1만 관객을 돌파한 독립영화는 일정의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으레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독립영화 업계에 16년 넘게 종사 중인 조계영 필앤플랜 대표의 말처럼 “1만 관객이란 숫자는 2008년 무렵부터 통용된 흥행 스코어고 15년도 더 된 기준”이다. 그 당시엔 5천만원도 되지 않는 제작비로 만든 독립영화도 많았기에 1만 관객이란 숫자는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선이었다. 하지만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작품도 3억~4억원 하는 요즘 1만 관객으로 제작비 회수를 한다는 건 어림없는”(조계영 대표) 셈법이 됐다. 1만 관객은 말 그대로 상징적인 의미일 뿐 상업영화의 1천만처럼 현실적인 성공의 수치가 아니게 된 것이다.


최근의 제작비 추세에 따르면 “독립영화도 통상적으로 3만~5만명은 돼야 최소한의 P&A(배급·마케팅) 비용 회수와 재투자가 가능”(이재빈 판씨네마 홍보마케팅 팀장)하다. 즉 “최근 독립영화는 영진위의 개봉지원이 없다면 사실상 배급, 개봉, 제작의 순환이 불가능”(이재빈 팀장)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최근 개봉한 <정순>은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비롯해 당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음에도 공개 이후 2년이 지난 최근에야 개봉할 수 있었다. <정순> 배급사인 더쿱디스트리뷰션의 승문보 대리에 따르면 “영진위 개봉 지원 사업의 결과를 지켜보느라 올해 4월에야 개봉을 확정한 것”이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인 <폭설> 역시 “애초 올해 상반기 개봉을 계획했으나 영진위 개봉지원 사업의 영향으로 하반기 개봉을 목표”(이재빈 팀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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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여전히 1만 관객은 요즘 독립영화계에서도 “쉽게 달성되지 못하는 스코어임과 동시에 최소한의 성공 수치”(김명주 시네마달 홍보마케팅팀 대리)로 여겨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1만은커녕 그 반타작인 5천명을 넘기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조계영 대표)이다. 실제로 올해 개봉한 한국 독립영화 중 지금까지 1만 고지를 돌파한 작품은 5편(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24년 3월 기준)뿐이다. 이중 1위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설 연휴 기간에 개봉한 <소풍>이며 2위와 3위는 정치 관련 다큐멘터리인 <길위에 김대중> <기적의 시작>이다. 일반적으로 독립영화에 분류되는 작품으로는 4위와 5위인 <세기말의 사랑>과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각각 1만2천명, 1만1천명을 기록했다. 해외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추락의 해부>가 10만명, <도그맨>이 4만7천명, <메이 디셈버>가 3만2천명을 모객한 것과 비교해도 한국 독립영화의 상황은 단적으로 좋지 않다.


그렇다면 왜 최소한의 수익도 보장할 수 없는 한국 독립영화가 여전히 배급·개봉되고 있을까. 심지어 한국 독립영화를 배급하고 개봉하는 일은 외화를 수입하여 개봉하는 것보다 “2~3배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 만큼 훨씬 신중할 수밖에 없다”(주희 엣나인필름 기획마케팅총괄이사). 그러니 “정부 차원의 독립영화 지원이 전체적인 문화·예술 분야와 영화산업계에 토양이 되는 독립영화에 투자하고 지원한다는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최근엔 “독립영화를 산업적인 성과의 측면으로만 재단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주희 이사)는 의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의 말처럼 “독립영화 지원은 국가 문화·예술 기반의 다양성 확보란 기본적인 책임을 위해선 정부가 당연히 지출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한편 독립영화를 통한 직접적인 수익이 보장되긴 어렵지만, 배급사를 비롯한 업계 전반에 부차적인 이점을 주기도 한다. 수입배급사 관계자A씨는 “독립영화 관련 배급을 통해서 독립영화와 관계된 영화 창작자, 업계인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받는 영화에 참여하면서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능”도 챙길 수 있음을 설명했다. 수익 이상의 부가가치가 영화업계 전반에 걸쳐 창출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한국 독립·예술영화 배급과 개봉엔 기본적으로 정부의 지원 정책이란 안전망이 있었기에 가능” (A씨)했던 일이다. 최근 “팬데믹의 영향과 올해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동 등이 중첩되면서 독립영화계의 병목 현상”(A씨)이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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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가 1만 관객을 돌파한다고 해도 사실상 독립영화의 원활한 생태계를 유지하기에 어렵고, 그럼에도 1만 관객 고지를 돌파하기가 어려운 이 상황에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이 있다. 바로 티켓 프로모션으로 인해 1만 관객을 넘은 작품 중 실질적으론 1만명을 넘지 못한 작품도 많다는 사실이다. “최근 1만 관객을 넘었다는 작품 중 거의 50%가 티켓 프로모션으로 잡힌 경우”도 있다고 수입배급사 관계자 B씨는 밝혔다. 지난해 8월경 심야 상영과 티켓 프로모션 소비 등에 대한 영화계 전반의 이슈가 불거지긴 했지만, 독립영화계의 사정만 따졌을 땐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유래는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개봉지원 사업에 ‘집중 부문’이 생기면서 기존 지원액이었던 4천만원을 넘는 1억~2억원의 지원금이 마련됐다. 하지만 지원금 집행에 특정한 기간이 규정되는 등 용처가 제한되자 “개봉 초기에 독립영화를 즐겨보는 관객에게 초기 입소문을 내기 위한 목적” (A씨)으로 적극적인 티켓 프로모션 마케팅이 시작됐다. “단순히 특정 스코어를 만든다든지 하는 목적보다는 효과적으로 독립영화 관객 층에게 도달하기 위한 선택지”(A씨)였다. 매스미디어나 대규모 바이럴마케팅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도달해도 충분한 효과를 내는 상업영화 마케팅과는 다르다. 관객층이 한정된 독립영화계에서 용이하게 쓰일 수 있는 방식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티켓 프로모션은 “한국 독립영화가 1만명 이상의 성적을 내게 하는 부스터 역할을 했고 어느 정도는 유효하게 작용”하지만 “너무 과해질 경우엔 별로 좋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주희 이사)는 자성도 나오고 있다. A씨 역시 “말 그대로 홍보 수단 중 하나이며 각 배급사의 전략적 문제이지 이것만으로 수익을 만들 순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해 이와 관련한 경찰 수사를 거치며 “티켓 프로모션이 정책적으로 일부 제한된 상황”(조계영 대표)이기도 하다. 한편 이재빈 팀장은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티켓 프로모션 없이 1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라며 “만약 티켓 프로모션으로 5천~6천장을 채웠으면 2만명을 넘길 수 있을 스코어였지만, 그런 방식이 정말 작품의 성패에 의미가 있는지 이번 기회로 시험”한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즉 1만 관객의 의미나 티켓 프로모션 모두 독립영화의 성공을 위한 수단일 뿐이지 목표가 될 순 없다. 1만 관객의 허상 속에 있는 사실을 비롯해 독립영화계의 저변에 어떤 어려움이 산재해 있는지 더 깊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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