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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김수현 데뷔 오디션 얘기랑 연세대 연극동아리 시절 이야기 (엄청 엄청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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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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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학원을 다녔어요. 학원을 다니면서 그 때 저는 고1이니까, 입시반이 아니고 성인반으로 들어갔죠. 그 때 만난 사람들 가운데 제일 어린 사람이 20살이고 대부분 20대 중후반, 심지어 30대 어른들도 계셨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보다 연기학원에서 더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귄 것 같아요. 그냥 편하게 형들 누나들, 부르고 섞여서 융화되다보니 학교에서 친구들과 하는 대화가 더 어색한 거예요. 


원래 고등학생과 어른들 대화가  다르잖아요.  처음에는 되게 이상해졌어요. 둘 다 어색해져서 나는 어느 쪽으로 캐릭터 잡아야 하나 그러다가, 아직까지도 저는 좀 형들 위주로 같이 어울리고 더 좋아하는 스타일이 됐어요. 


그 때 정말 친하게 함께 어울렸던 형이 연세대학교서 연극 동아리 하시는 선배님이었는데, 거기가 나중에 알아보니 연극 관련으로 대학가에서 무척 유명한 동아리더라고요.  형한테 그 쪽 분들 소개 받아 가면서 특별히 잘 따르는 것도 있었고, 그 선배님을 매일 졸졸 따라다니다가 ‘우리 연극 준비하는 데 놀러와라’ 해서 연세대까지 갔는데 또 다르더라고요. 


그 곳은 학원 개념이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이런 이미지가 있잖아요. 연세대 이미지요. 그러니까, 안타까웠어요. 나도 여기 소속이 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연세대는 아니다. 연세대에는 연기 전공 관련 학과가 없으니까 제가 공부로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생각하면서요. ㅋㅋ 


그 이미지를 설명하자면요, 지금 제가 다니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는 학생들이 다 배우다, 우리는 이제 ‘연기’ 하는 사람이다, 이런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 쪽 분위기는 말 그대로 연극학도 같은 모습이었어요.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른 거죠. 그런 게 재미있었어요.


연대 연극동아리 형들이랑 어울릴 때는 공연을 통해서 연기를 해보게 됐는데, 제가 고1때부터 고3, 스무 살 때까지 그 쪽으로 계속 나갔어요. 외부인으로 연세대 학생은 아니지만, 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허락을 받았죠. 동아리 회장단 라인이 있는데 허락을 받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저를 공연에 넣고 싶어한 형님들이 ‘얘 한 번만 같이 하게 해달라’고 계속 부탁을 드리고, 그러다 결국 떼쓰는데 못 견디신 회장단이 한 번 해보라고, 그렇게 어렵게 허락을 받은거죠. 저는 기뻐서 막 울고, 그 때 되게 울었어요. 감사하다고 인사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 깊어진 소속감으로 연세대에서 기생을 했죠. 말 그대로 그냥 기생한겁니다. ㅋㅋ 학생회관 동아리 방 비밀번호를 알아서, 거기서 먹고 자고 씻고를 다 했어요. 그 때 저희 집이 일산으로 이사를 간 상태였는데 일산에는 제가 그 전에 살던 동네와 비교하면 3호선 끝에서 끝이었어요.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고 일산에서도 약간 산 쪽으로 가까운 쪽이었요. 


그냥  공기 좋고, 가끔 머리 식히고 이런 생활에는 좋은데 서울 한 번 나와서 늦게까지 공연 연습하면 집 들어가기 너무 늦은 시간이 되고, 그래서 연대에서 기생하면서 공연 연습에 열중하게 됐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너무 재미있는 일이 많았어요. 연세대학교 산속에는 모기들이 정말 많았고, 노천극장 바로 뒤쪽이 학생회관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리모델링을 해서 좋아졌다죠? 그 때는 천장에 구멍이 나 있었어요, 부셔져 있었죠. 어떻게 천장이 부서졌지? 거기서 모기들이 다 나오는 거예요. 난 거기 소파서 자야하니까 힘들었죠. 아무리 잘 씻고 자도 무조건 모기에 물렸어요. 아이고 간지러워라 ㅋㅋ  


먹는 거는 연대안 식달에1900원? 돈가스가 있었고요. 양도 푸짐하고 맛도 괜찮아서 돈 있는 날은 돈가스로 저녁을 해결했죠. 밤에 해 떨어지고 문 닫히면, 세브란스 병원 쪽 가면 편의점이 있어요. 그게 노천극장 뒤로 가면 거리 얼마 안 돼요. 거기 가서 빵 사먹고, 그런 정도 하고 그랬어요. 서럽진 않았어요. 재미있었어요. 


연세 극예술연구회는 여느 극단처럼 체계적이기도 하고, 지식이 되게 깊어요. 연극 쪽으로. 물론 동아리 회원들의 전공학과들은 다 제 각각이지만 연극에 대한 관심들이 깊고 열정이 대단해요. 그렇게 처음 제대로 된 연극을 접하고 그래서 공연을 위한 연기 준비를 한창 하던 중에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연극동아리의 친한 형들이 오디션 있으니 같이 보러 가자고 해서 그냥 무턱대고 버스를 타고 여의도 MBC에 가서 오디션을 본 거예요.  



오디션 장소에 도착해서 다른 오디션 보는 친구들은 보니까, 헤어 메이크업, 오디션 복장을 갖추고 왔는데 우리만 유독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에 공연 연습하던 그 복장 그대로 온 거에요. 저는 머리가 원래 좀 곱슬머리라서 연습할 때 늘 머리띠를 하고 있었어요. 딱 백수머리요. 막 귀찮으니까 그냥 넘기는 머리 있죠? 멍하게 있다가 들어오라 해서 갔는데 카메라 있고, 조명 있고, 눈도 못 뜨겠고, 대본을 하나 주는데 시트콤 오디션이었어요


여자친구도 와서 둘이 주고받는 건데 상대방이 ‘네가 그거 치웠어?’ 물으면 능글맞게, ‘아니야, 몰라’ 말하고 넘어가는 건데, 사실 다 그만그만하잖아요. 오디션을 보면 특출나게 뛰어난 친구가 아니면, 그 나이 연기 배우는 친구들이 다 그만그만하거든요. PD님이 제 머리를 보더니, 갑자기 ‘저 녀석 머리가 웃기다’고. 오디션 장에 들어서자마자, ‘야~ 하하하 쟤 머리 웃기다. 저 캐릭터로 하나 만들어 보자’ 이렇게 된 거에요. 그렇게 오디션 봤더니 실력보다 순전히 운으로 분위기가 좋은 거예요. 머리 때문에 웃겨서.   



오디션 보고 연극 준비하고 바쁘던 참에 MBC에서 ‘시트콤에 캐스팅 됐다, 너 해라’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고민이 시작된거죠. 예, 물론 이것도 좋은데 제가 연극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데 일단은 ‘해볼게요 둘 다 병행할게요’ 이렇게 하게 된 거에요.


제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머리띠로 질끈 동여매고 오디션을 받은 덕분에 합격했습니다. 합격! ㅎㅎ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이었는데요. 연대 연극공연과 방송 출연을 어떻게든 병행해보기로 양해를 구해서 헤어와 메이크업 다 하고 촬영을 하게 됐어요. 제가 막내였는데 1회는 아예 안 나왔고, 2회부터 등장했는데 대사가 딱 한 마디 있었어요. 


옆에서 형들이 수영 시합을 하는 거에요. 그걸 보다가, ‘장난으로 하는 거라더니, 장난 아닌데?’ 이 대사 한 마디를 던지는 장면인데, 연극동아리에서 오랫동안 훈련 받은 게 있잖아요. 그냥 하면 되는데 연극 톤의 복식호흡 발성으로  ‘장~난으로 하~는 거라더니~ 장~난 아~닌데’ 이래버리니까 시트콤 감독님이 들으시기에 인간의 말이 아니었던 거죠. ‘쟤 뭐하는 거냐’ 고래고래 고함치시고. ㅋ 그럼 제가 다시 ‘장~난 아~닌데?’ 하면. 그러면 감독님이 ‘컷. 이리 와봐’ 이런 정도가 아니라 촬영장이 다 떠나갈 정도로 “야!” 불호령을 내리셨어요. 


그래도 또 “장~난 아~닌데…”하면 “야!!!!” 그러시고, 저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했는데 사실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고 첫 회는 그렇게 나갔어요. 그리고 나서 촬영이  끝나면 연세대로 가서 연극 연습을 하고 자는거죠. 그런데 촬영이 늘 일찍 제 시간에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촬영 갔다가 동아리 선배들에게 ‘되게 늦게 끝나서 오늘은 연습 못갈 거 같아요’하면 형들은 사정을 모르고 ‘잘됐네? 분량 늘어났나 보다’ 좋아하는 거에요. 사실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어져서. 촬영이 안 끝나요’ 설명해도 ‘잘 됐네’하고. 제가 또 ‘아니, 제 촬영 말고요’하면서 속만 태우는 거죠. ㅎㅎ 그렇게 마냥 촬영장에서 대기하는 중에는 연극 대본 보다가 가서 시트콤을 찍으니 대사를 까먹어서 혼나고 그랬어요. 


그러다 시트콤이 월-금 방송인데 16회부터는 점점 연극 연습에 갈 시간이 없더라고요. 진짜 분량이 늘어서 그랬으니 잘 된 일이긴한데..ㅠ..ㅠ 15-16회부터 갑자기 저를 잘 봐주셨나 봐요. 작가분들이 여섯 명인가 그렇게 계셨는데, 그 중 한 분이 쟤 이떻게 하면 재미있겠네 해서 제 신들을 넣어 주셨어요. 



16회부터 하나하나 늘어가다 보니까, 아예 연극을 하러 못 가는 날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공연이 슬슬 가까워오는데 이렇게 제 욕심만 차리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 촬영 없는 날 가서 “죄송합니다, 제가 도저히 일단 민폐를 끼치는 것 같고..” 말하는데 눈물이 막 났어요. 아마 몇 분은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예요. 작은 역이긴 해도 자리가 비면 안 되니까요.   


 ‘제가 캐스트에서 빠지고 스태프로 참여하겠다. 죄송하다. 힘들게 허락을 받아주셨는데..’ 형님들은 ‘아유, 잘 됐는데 뭐. 분량이 늘어난 거 아니야, 잘 됐네’ 이렇게 오히려 축하를 해주니까 계속 눈물이 났어요.  


그렇게 제 연극 배역이 없어졌고, 시트콤 하나만이라도 잘 해보자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열심히 촬영했고 62, 63회는 아예 제 에피소드로 꾸며졌어요. 너무 좋았죠. 그렇게 겨울이 오더니 드디어 공연 날, 형님들이 꼭 오라고 해서 갔는데 연극을 잘 못보겠더라고요. 몇 개월 전 열심히 같이 연습하던 일들이 떠올라 아쉽고, 배역이 하나만 보였어요. 바로 제가 맡았던 그 배역. 워낙 몸에 익었던 탓에 연극은 안보이고 그냥 공연 내내 여기서 움직여야지, 말해야지, 하면서 입모양을 따라하고 뭐 그렇더라고요.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시트콤도 121회로 마무리 되고, 그렇게 데뷔해서 지금까지 쭉 연기자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  


시트콤 중반부 쯤 MBC 드림센터가 완성돼서 촬영을 일산에서 하니까 자연스럽게 제 10대 후반부의 생활터전이었던 연대 학생회관을 떠나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 시절을 지금 생각하면 참 신나고 뭔가 열정에 가득 찼던 것 같아요. 제가 동아리방에서 혼자 자는 게 안돼 보였는지 형들 세 명이 가끔씩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갈란다’ 같이 있어주고 하니까 얼마나 재미있어요.  


연극 동아리 형들도 주머니 사정이 늘 넉넉지 않아서 제작비 모자라는 건 물론이고 회식 같은 건 거의 못했어요. 어느 날 한 형님이 ‘제작비도 부족하니 단체 알바를 하자. 한 번만 하면 되는 거다. 수현아 너는 하나만 명심해. 졸지만 않으면 되는거야’ 하는 거예요. 혼자서 도대체 뭐지? 뭐지? 고민했는데 ㅋㅋ 방청 알바였어요. ‘백분토론’ 객석에 앉아 있는 거에요.  



그런데 진짜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졸린 거 참고, 옆에서 쳐주면, 일어나고, 백분이 진짜 길었어요. 동아리 형들이랑 모두 함께 갔는데 그 날 제가 카메라에 몇 번 잡혔던 것 같아요. 자꾸 앞에 있는 사람이 질문해서 카메라가 제 쪽으로 자주 오는 거예요.  졸다가 들키면 돈 못 받는 거 아닌가 해서 저는 화들짝 놀라 정신 차리고. 그런데 그 분이 또 질문하면 ‘아이고 또 말해?’하면서 저는 뒤에서 열심히 무대 보는 척하고. 그 때 단체로 120만원 정도 벌었어요. 끝나고 나선 ‘괜찮은데?’ 기지개를 펴면서 큰 거 했다고 자축했죠 ^^.


제가 대학교는 늦게 들어갔어요. 입시를 안 하고, 연기 쪽으로만 가다가 2008년 에 입시 준비를 시작해 수시를 봤어요. 수능 준비할 여력은 도저히 안됐지만 대학을 가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죠. 그래서 집에 있는 돈을 털어 모아서, 수시로 12개 대학에 지원했어요. 서류전형하고 실기 시험 보는 것만 필요한 학교들에요. 전형료가 비쌌어요. 12개 학교를 지원하니 150만원 나오더라고요. 어후,  



그렇게 시험을 보기 시작했는데 12개 학교가 다 떨어졌어요. 그 때 넣은 학교들이 OO대, SS대, KK대, JJ대까지 이 학교들이 집에서 가까워서 꼭 붙고 싶다 생각했는데 가까이 있는 곳은 다 떨어지더라고요. YY대, QQ대, WW대 보는데 다 보는데 자신 있던 TT대까지 다 떨어졌죠. 나는 지금까지 도대체 뭘한거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제일 처음이 중앙대였는데 떨어지고, 떨어지고 하다 다시 제일 마지막이 중앙대였어요. 2차 수시가 있어 다시 넣었거든요. 


실기시험장에 가서 안녕하십니까, 시작하겠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연기를 하기 전에 살짝 눈치를 보는데, 1차 때 앉아계셨던 교수님들인데 저를 전혀 기억을 못하시더라고요. 또 안되겠구나 했는데 두 번 째 도전에서 중앙대에요. ‘감사합니다!!!’ 하고 학교에 갔어요.  


제 성격이 선배를 더 좋아해요. 친구들보다. 막내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자기 보다 막내 생기면 되게 어색해요. 학교 갔을 때 ‘형, 오빠’ 이러면 ‘어’ 이래요. 그게 왜냐면 그런 부담이 있어요. 제가 만난 형들이나 선배들은 동경하고 존경하는 마음과 그렇게 되고 싶다 하는 게 있었고, 어떤 물음표를 던지면, 그거에 대해 해답을 주고, 깊은 해답이 나오고 그랬는데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되게 부담스러워요. 그렇게 해보고 싶긴 한데 어렵게 느껴져서요. 


요즘은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6월 중순에 기말시험 보는데 그 준비에 한창이에요. 연극학과니까, 발표 위주로 시험을 준비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팀을 짜서 장면 발표를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일정에 쫓기는 저는 연기 보다 연출을 맡게 됐어요. 특히 이번에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홍보 일정이랑 겹쳐서 시간 내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시험준비를 하는 동안 내가 봐온 장면들을 내가 다시 한 번 만드는 게 공부도 되고,  그렇게 만드는 게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연기도 좋지만요. 어쨌건 지금은 학교에서 시험 준비가 한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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