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로얄로더>가 12부작의 막을 내렸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청년 한태오(이재욱)가 대한민국 최대의 재벌가 강오 그룹의 서자인 강인하(이준영)와 손잡고 계급의 최정상에 오르는 이야기, <로얄로더>란 이름 그대로 ‘왕도물’의 전형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하지만 민연홍 감독은 태오가 오르려는 강오그룹의 공간을 “겉으론 굉장히 웅장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차갑고 외로운 톤”으로 그리려 했다. 재벌가 인물들의 외양 역시 보통과는 달랐다. 강오그룹의 수장인 강중모 회장(최진호)은 정장이 아닌 바틱(인도네시아를 원산지로 하는 수공 염색의 독특한 기하학적 무늬 등을 일컫는 패션 용어.-편집자) 스타일을 입고 다닌다. 그렇게 민연홍 감독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더라도 전혀 점잖지 않고 지저분한 사람들이 많다”라는 지론 아래 “가족일지라도 서로 물고 뜯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표면적으로 드러내려 했다.
“꿈이 크다면 작은 어려움들을 더 잘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민연홍 감독은 태오가 어떠한 험난한 과정을 겪더라도 지치지 않는 강인함과 평정심을 갖길 바랐다. “왕좌에 앉겠다”라는 태오의 커다란 목표가 지난한 과정의 탄탄한 지반이 된 것이다. 신분 상승이란 태오의 욕망은 <로얄로더> 1화에 등장하는 불꽃놀이 장면에서부터 시작됐다. 강오그룹의 대규모 불꽃놀이 파티를 보며 “저곳에 나도 가고 싶다. 저 불꽃놀이를 내가 터뜨리고 싶다”는 욕망이 태오에게 깃들었다. 하지만 민연홍 감독은 <로얄로더>의 핵심적 주제가 “불꽃놀이는 먼발치에서 바라볼 때만 아름다울 뿐, 가족과 우정 등 진정한 행복은 결국 내면에 있다”라는 은유라고 설명했다. 대체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태오였기에 미묘한 감정적 표현들이 더 중요했다. 이를테면 “손을 얼굴에 갖다 대는 제스처는 태오가 긴장했다는 신호”이면서 “그가 오히려 더 깊은 생각에 빠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중의적 의미”였다. “이처럼 이재욱 배우가 캐릭터를 직접 연구하고 현장에 들고 온 표현들이 많아서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회상했다.
2006년 이래 공중파, 케이블TV 드라마로 경력을 시작하여 <미씽: 그들이 있었다> 등을 연출한 민연홍 감독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는 TV 콘텐츠와 달리 OTT 콘텐츠는 타깃 설정이 명확”해야 하며 “플랫폼 내부의 제작 공정이 정교하게 구조화되어 있어 후반작업의 비중이 더 커졌다”라고 첫 OTT 시리즈 연출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그리곤 “제작사, OTT 플랫폼 등 여러 주체와의 신속한 협업이 중요해지면서 드롭 박스 리플레이처럼 원격으로도 프레임 단위의 편집까지 협의할 수 있는 새로운 툴들이 더욱더 용이”해지고 있으며 “그만큼 작품의 퀄리티 컨트롤이 세세해지고 있다”라고 최근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FILMOGRAPHY
드라마
2024 <로얄로더>
2022 <인사이더> <미씽: 그들이 있었다2>
2020 <터치> <미씽: 그들이 있었다>
2018 <애간장> <미스 마: 복수의 여신>
2013 <못난이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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