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눈물의여왕 6회 엔딩 소설 리뷰
1,540 7
2024.03.25 18:21
1,540 7

[현우]

 

교회의 종이 울렸다. 

마치, 잠시 멈추라는 듯이.

눈에 들어온 색색으로 반짝이는 첨탑. 

그 풍경이 익숙했다. 

분명 본 적이 있는 풍경. 

너와 함께, 보았던 그 풍경이다. 

 

자물쇠 뭉치 사이에, 

낮에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자물쇠가 보였다. 

너와 나의 이름을 새긴. 그 자물쇠.

 

그 날의 우리가, 여전히 이 다리 위에 있었다. 

그 날의 우리의 마음이, 여전히 이 곳에 매달려 있었다. 

조금의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는 듯. 

그 무엇보다도 단단하게.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일분 일초가 아까웠다. 

빨리, 더 빨리, 너에게로 가야 한다. 

이 손에 가득히 든 파란 클로버들의 행운과 함께, 

너를 웃게 해 줄 이 작은 기적을 빨리.

홍해인, 너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해인]

 

해인은 손에 들린 케밥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따끈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걸 어떻게 쟁취했는지, 현우에게 자랑하면 

현우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 그 얼굴을 가득 채우는 미소를 볼 수 있겠지. 

 

휴대폰을 켜자,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걸 끄자, 가족들로부터 산처럼 쌓인 메시지들이 계속 울려댄다. 

알게 뭐람. 

액정을 끄고 앞을 바라보자, 달려오는 그가 보인다. 

내게로 달려오는 그가. 

-현우씨! 여기

해맑은 미소를 띈 그가, 계단을 뛰어내려온다. 

 

-뭐야, 뭘 들고 있는 거야

우리 사이의 거리가, 잠시 빨간 불로 막힌다. 

하지만, 그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이어져 있는 이 순간이 좋다. 

그 때, 또다시 메시지가 왔다. 

엄마였다. 

 

-하…

한숨과 함께 엄마가 보낸 파일을 열어본다. 

그대로, 표정이, 그리고, 마음이

차갑게 굳어간다. 

몸은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는데,

마음 속에서 격랑이 친다. 

 

[현우]

파란 불과 함께,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손에 파란 행운을 가득히 쥐어주며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해인아, 그거 있어. 내가 오다 봤는데

그녀의 손이 매섭게 나의 손을 뿌리친다. 

너를 위해 사 온 행운이, 바닥으로 초라하게 흩뿌려진다. 

아.

너의 휴대폰 안의 화면을 채운, 이혼합의서. 

알아버리고…말았구나. 

 

-아니라고 말해. 아니라고 해. 모르는 거라고 해.

-해인아. 

-…말하라고! 아니라고. 넌 모르는 거라고.  

너의 눈이 나를 바라본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분노가 일렁인다. 

하지만, 그 일렁이는 분노의 아래에 

상처입은 진심이, 그 슬픔이 덜덜 떨고 있다. 

 

내가 어리석었다. 

멍청하고, 바보같았다. 구제불능이었다. 

나의 어리석음이 나만을 상처입혔더라면 좋았을텐데. 

내가 좀 더 비겁해서, 

너의 상처를 피하려, 지금 이 순간 거짓말을 할 수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니..내가 쓴거야 .

 

하지만 해인아. 

나는 이제 너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할 수 없어. 

너의 그 올곧은 눈동자에, 너의 진심 앞에서. 

너에게 상처를 줄 걸 알면서, 

그럼에도 나는, ‘우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결국 너에게, 얘기할 수 밖에 없다. 

진실을.

 

-…먼저 얘기 못해서 미안해. 

 

[해인]

 

그의 말이, 내 마음 속에 무겁게 가라앉는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클로버들을 본다. 

젖은 바닥에, 초라하게 내던져진 그 모습이, 

마치 당신으로 인해 산산히 조각난, 내 마음 같아서. 

 

당신의 눈과 나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우리의 사이에 침묵이 차오른다. 

이것이 나의 나쁜 병이 보여주는 끔찍한 환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럽게도 올곧은 성정의 당신은, 

왜 이 순간에도 거짓말로 나를 달래주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웃기게도, 그런 당신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상처입는 이 순간에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목록 스크랩 (1)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넷플릭스x더쿠 팬이벤트❤️] 시간이 흐르는 만큼 무한히 쌓이는 상금, 혹하지만 가혹한 <The 8 Show>의 팬 스크리닝&패널토크 초대 이벤트! 2 05.06 10,93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940,543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472,05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235,57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646,56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740,970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82 02.08 462,250
공지 잡담 📢📢📢그니까 자꾸 정병정병 하면서 복기하지 말고 존나 앓는글 써대야함📢📢📢 13 01.31 490,024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842,094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1,760,301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1 22.03.12 2,726,417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8 21.04.26 2,037,050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4/4 ver.) 153 21.01.19 2,167,323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7 20.10.01 2,165,579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39 19.02.22 2,226,655
공지 알림/결과 ★☆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 103 17.08.24 2,196,320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2,415,392
모든 공지 확인하기()
4161 후기(리뷰) 선업튀 마지막에 솔이가 가방 꽉 맨 이유 봤어? 107 00:26 1,682
4160 후기(리뷰) 하이드 나문영에 관한 간단한 고찰(당연히 ㅅㅍ 있음) 2 05.03 176
4159 후기(리뷰) 허광한 나오는 청춘18x2 보고옴(스포x) 9 05.03 290
4158 후기(리뷰) 선업튀 신입 수범이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연출 상징&해석 23 05.02 1,792
4157 후기(리뷰) 어느날 다 봤는데 @@ 결말이라 그런가 싱숭생숭하다 ㅜㅜ 4 05.02 534
4156 후기(리뷰) 선업튀 8화에서 박하사탕 잡힌 씬이 좋았던 게 25 05.02 3,302
4155 후기(리뷰) 해품달 다 봤다 ㅠㅠ 마지막화까지 사건 얘기하길래 이거 다 끝낼수 있나 싶었는데 7 05.02 793
4154 후기(리뷰) 사괜 3일만에 정주행한 후기 4 05.01 719
4153 후기(리뷰) 외계인2 재밌었다 2 05.01 333
4152 후기(리뷰) 종말의 바보 취향에 맞으면 아주 재밌게 볼 드라마 1 05.01 1,275
4151 후기(리뷰) 선업튀 씨발씨발 ㅠ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04.30 1,078
4150 후기(리뷰) 외계인 2부 극극호 후기 4 04.30 1,250
4149 후기(리뷰) 선업튀 내사랑은 언제나 노란 우산을 쓰고 13 04.29 1,565
4148 후기(리뷰) 챌린저스 진짜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 1 04.29 1,276
4147 후기(리뷰) 하이드 종영 후기 1 04.29 1,215
4146 후기(리뷰) 종말의바보 *개 큰 불호 주의* 12화가 아니라 6화 정도였어야 했음 1 04.29 1,306
4145 후기(리뷰) 눈물의여왕 윤은성 자기가 피해자인것 같은 저 눈빛 1 04.28 830
4144 후기(리뷰) 김무열 위주의 범죄도시4 후기 (스포) 3 04.28 1,160
4143 후기(리뷰) 종말의 바보 기대드였는데 진짜 신박하게 재미없네 (후기) 13 04.28 1,444
4142 후기(리뷰) 선업튀 나 오늘 솔이네 집 다녀옴!! 31 04.27 2,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