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이하나 기자] 김동준이 ‘고려거란전쟁’ 촬영 중 큰 의지가 됐던 최수종을 향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지난 3월 10일 종영한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KBS 대하드라마, 제작비 270억 원 대작 등 수많은 수식어가 김동준에게는 부담이었다. 오히려 이것이 더 최선을 다해야 할 동기부여가 됐다는 김동준은 최수종을 의지하며 촬영에 임했다. 그는 “현종이라는 인물로서뿐 아니라 작품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것조차도 최수종 선배님께 많이 여쭤봤다. 분장팀 분들이 선배님과 20년 넘게 호흡을 맞췄다. 그분들이 얘기해주시는 걸 들었는데 TV에 나오는 모습 그대로더라. 정말 애처가시고 삶 자체도 존경할 만한 분이다. 모든 스태프와 보조 출연으로 와주신 분들에게도 정말 자상하고 따뜻하시다”라고 말했다.
김동준은 NG조차 거의 내지 않는 최수종의 연기력과 열정에 더 자극받았다. 김동준은 “정전 들어갔을 때 장면을 한 번에 찍었다. 회차로 4회부터 11회까지 분량을 4일 만에 다 찍었다. 선배님이 NG를 아예 안 내시니까 나도 NG를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앉아서 아래를 내려볼 때 ‘왕순의 느낌이 이렇지 않았을까’라고 그 부담감에 공감이 되더라. 선생님들 앞에서 대사하고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을 잘 이용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고려거란전쟁’에서 부자(父子) 또는 사제(師弟) 호흡을 보여준 최수종, 김동준은 ‘2023 KBS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까지 수상했다. 최우수상과 베스트커플상 2관왕에 오른 김동준은 “감사하다. 살면서 상을 많이 못 받았는데 큰 상을 두 개나 주셨다. 시상식에 갈 때도 대본을 보면서 갔다. 최수종 선배님도 마찬가지였다”라며 “상이라는 것 자체에 무게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해가 넘어가고 더 부담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내였던 원정왕후 역의 이시아가 아닌 강감찬 최수종과의 커플상은 시상식에서도 큰 웃음을 선사했다. 최수종과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할 수 있어서 설��다는 김동준은 “선배님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신 KBS에 감사했다. 황후에게는 미안했지만 값진 순간이었다(웃음). 현종에게 강감찬이라는 정치적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인물이 있지 않았나. 현실에서도 나에게 최수종 선배님이 그렇다. 정말 교과서 같은 분이다”라며 “현장 스태프들을 대하는 모습, 삶에 대한 자세와 태도. 제가 배울 수밖에 없게끔 눈앞에서 보여주신다”라고 답했다.
김동준은 실제로도 최수종을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선배님과 친해지고 싶어서 장난스럽게 ‘아버지’라고 불렀다. 하다 보니 진짜 아버지 같더라. 대사에도 ‘때로는 아버지 같았고 때로는 승리에 미친 광인 같다’라고 나오는데 정말 아버지 같았고, 때로는 친구 같았다. 선배님이 현장 분위기를 풀어주시려고 장난도 많이 쳐주셨다”라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최수종의 조언도 떠올렸다. 김동준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다. 선배님께서 대하사극에 대한 태도를 말씀해 주셨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데는 이유가 있고, 역사에 나와 있는 인물의 존재 이유가 있다. 우리가 더 잘 설명해 줘야 한다. 그것에 대한 값짐을 알아야 한다’라고 하셨다”라며 “그 얘기를 들으니까 매일 더 집중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기라성 같은 선배님, 선생님들이 그런 얘기를 해주시니까 감히 현장에서 쉽게 행동할 수 없었다. 표현해야 할 인물 자체가 부담됐는데, 인물에 대해 같이 고민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김동준은 대본을 손에서 떼지 않는 선배들에게 장단음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동준은 “나도 찾아보지만 연기를 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럴 때 선배님들이 ‘왕순아. 이거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나도 대본을 손에서 못 놨다. 왕좌에 앉으면 방석이 있는데 그 밑에 대본을 너무 깔아놔서 높이가 다를 정도였다. 거기가 한 평짜리 내 집 같았다”라고 답했다.
김동준은 순간순간 감정이 격해져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좋은 엔지를 준 선배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동준은 “각 장면을 선배님들과 다 같이 만들었다. 한 신 한 신 얘기하면서 나도 연기적으로 여러 시도를 해 볼 수 있던 작품이었다. 준비해 간 걸 리허설 때 마음 터놓고 보여드리면 거기서 추가하고 뺄 건 빼면서 준비한다. 감히 재밌다는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흥분된 상태였다. 다양하게 준비할 수 있고 그걸 여과 없이 보여드릴 수 있는 현장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고려거란전쟁’을 통해 배우로서 존재감을 입증한 김동준은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김동준은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더 중요하기에 거기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여러 부분에서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뜬금없이 노래가 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차기작이 앨범이 될지 작품이 될지 모르겠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작품에서만큼은 인간 김동준보다 인물로서 보이고 싶다. 그게 배우로서 목표고 숙제다. 그 숙제를 잘 풀어나가고 싶다. 제발(웃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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