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나서야 알았다. 삶이 기회라는 것을."
삶 자체가 기회라면, 서인국은 누구보다 이 기회를 영리하고 치열하게 멋진 결과물로 만들어내고 있다. 서인국의 이력을 보고 있으니, 이게 과연 한사람의 활동들인가 싶다.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그는 참 부지런하고 욕심많은, 삶에 열심인듯하다.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더 뜨겁게 살아내고 있는 서인국. 지금의 그는 두둑한 배짱과 리스크를 겁내지 않는 기질, 쉽지 않았을 선택들이 낳은 결과라 하겠다.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잡은 화제작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서인국은 타이틀롤 '최이재'를 연기했다. 스스로 삶을 놓아버린, 죽음을 가벼이 여긴 청년 이재에게 내린 형벌은 12번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경험하는 것. 서로 다른 인물, 판이한 인생을 살아온 12명의 삶을 대리하면서 죽음과의 승산없는 게임을 이어가며 인생의 파란만장한 스펙트럼을 체험하게 된다. 서인국은 이번 작품에서 7년간의 취준생 '이재'를 통해 좌절과 무기력을, 자신을 벌하려는 죽음과의 게임에서는 분노와 억울함을, 다른 이의 삶을 경험하며 호기심과 의욕을 드러내는 등 다양한 감정을 변화무쌍하게 표현했다.
8편의 에피소드에는 매 편마다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해 누구 하나 꼽을 수 없을만큼의 존재감과 비중을 고르게 나눠 들었다. 죽음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제각각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 그 처음과 끝, 중심에는 서인국이 있다. 모든 등장인물의 내레이션을 맡아 12명의 캐릭터를 관통하는 '이재'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재의 인생으로 극의 포문을 열고 여러번의 죽음을 통해 좌절을 느끼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인국은 12명의 인생 스펙트럼을 효과적으로 조율하고 담아냈다.
서인국은 여전히 소년 같은 얼굴에 날카롭고 맹렬한 포식자의 눈을 가졌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독기 서린 눈빛은 길들여지지 않은 날짐승의 야성을 연상케 한다. 서인국의 특별한 눈이 표현하는 남성성과 야성적인 분위기는 누아르나 스릴러 장르가 사랑해마지않는 남성의 몽타주에 부합한다. 그늘진 음영 속에 매섭게 빛을 발하는 눈은 누아르 장르에 근사하게 녹아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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