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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고려거란 KBS여서 가능했던 ‘고려거란전쟁’…영웅담 아닌 반전평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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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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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daum.net/v/20240106120510260


KBS여서 가능했던 ‘고려거란전쟁’…영웅담 아닌 반전평화 메시지


성 개방·남녀평등…성리학 이전 세상 ‘문화적 쾌감’

(중략)


드라마는 반전 평화의 메시지를 강하게 담는다. 강감찬(최수종), 양규(지승현), 현종(김동준)을 단순한 전쟁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첫 등장부터 이들이 전쟁을 막기 위해 얼마나 애썼고,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했으며, 승리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조차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전쟁에서 백성들이 입는 피해가 무엇인지 애통한 심정으로 세세히 보여주며 공감시킨다. 영화 ‘남한산성’이 신하들의 입씨름과 왕의 굴욕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후에 백성들이 겪은 고난은 아예 다루지 않았던 방식과 비교해보라.


드라마는 기존 사극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일단 고려 사회를 그린 점이 신선하다. 그동안 정통 사극은 주로 조선 시대를 다루었고, 그보다 이전 역사는 판타지 사극이나 퓨전 사극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고려 사회가 어떤 사회였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찰이 없었다. 그런데 ‘고려거란전쟁’은 조선 사회와 확연히 다른 고려 사회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가감 없이 보여준다.


드라마는 시작과 함께 개경을 죽 훑는다. 불교 사찰을 보여주면서 불교가 중심인 것을 보여주고, 저잣거리 외국인 상인들을 슬쩍 보여주더니, 별안간 담벼락에서 키스하는 남녀를 보여준다. 굳이? 이는 고려가 성적으로 개방된 사회였음을 보여주는 의도적인 장면이다. 곧바로 카메라가 궁궐 안으로 들어가니 황제가 꽃미남 신하를 끼고 동성애를 벌이고, 태후는 신하와 내연관계를 맺어 사생아까지 낳아 왕위에 올리려 한다. 그뿐인가. 절에 가 있는 대량원군(현종의 즉위 이전)도, 경종의 계비 헌정왕후가 경종이 죽자 자신의 이복 삼촌과 사통하여 낳은 사생아다. 물론 이것은 야사가 아닌 정사의 기록이다. 조선 시대와는 차원이 다르고, 오늘날의 눈으로 보기에도 놀라운 성 윤리다. 성리학이 들어오기 전 고려 사회는 근친혼, 동성애, 과부재가 등이 허용되는 사회였다. 또한 재산 상속에 관련해서도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고, 이혼과 재혼에 있어서도 큰 제약이 없었으며 외가의 영향력이 컸다. 그 결과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지독한 남성 중심주의는 고작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알고 있던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는 문화적 쾌감이 상당하다.


만듦새도 세련됨이 있다. 역동적이고 빠른 전개가 시원하다. 특히 모든 인물이 욕망에 솔직하고 직설화법을 구사한다. 가령 강조가 현종에게 “성상이 뭘 알아서, 무슨 실력이 있어서, 국정에 관여하겠다는 것이오. 그런 것은 신하들이 알아서 할 테니 성상은 그저 연회나 즐기고 대를 이을 자식 만드는 일에나 전념하시오. 그 쉬운 것도 못 해서 정변이나 일어나게 하지 말고”라며 진심으로 말할 때, 기존 사극에서 느껴본 적 없는 통쾌함이 느껴진다.


‘하나 된 고려’ ‘야만적 거란’은 없다


드라마는 이분법에 빠지지 않는다. 즉, 한 사람의 영웅을 중심으로 선악의 이분법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입장을 드러내게 한다. 가령 항복을 주장하는 신하들을 무조건 간신이나 비겁한 인물로 그리지 않고 그들의 주장에도 나름의 설득력을 부여한다. 다만 중반으로 갈수록 강감찬의 역할에 너무 큰 무게를 두는데, 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고려사’에는 거란군이 개경에 접근했을 때, 모든 신하가 항복을 말했지만 강감찬 홀로 “서서히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나온다. 이 말에 따라 현종은 몽진을 떠났고, 거란군이 물러간 뒤 현종은 강감찬을 최고 요직에 등용했다는 기록이 전부다. 현종의 몽진 중에 강감찬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록에 없다. 강감찬과 현종 사이에 두터운 신뢰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으로 메운 것이다. 서경에서 고려 조정이 항복한다고 표문을 보내고, 동북면에서 온 지채문 등이 계속 싸웠던 역사 기록의 틈새에 강감찬의 두뇌 플레이를 넣은 것은 재미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모든 상황에 강감찬이 출몰하거나 노령의 몸으로 회복하기 힘든 수난을 겪도록 그리는 건 이후 귀주대첩까지 끌고 가는 데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고려거란전쟁’ 32부작의 제작비가 270억원이다. ‘오징어 게임’ 9부작의 제작비가 250억원, ‘마이 데몬’ 16부작의 제작비 320억원에 비해 적은 편이다. 제작비 중 상당액이 전투 장면 시지로 나갔다. 사극은 의상, 분장, 기마, 보조출연 등의 기본비용이 많이 든다. 어려운 환경에서 제작비 압박을 받아가며 만들고 있다. 물론 사극과 현대극의 제작비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사극은 피피엘(PPL·제품간접광고)이 불가능하여서, 투자를 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고려거란전쟁’ 같은 정통사극은 한국방송(KBS)이 아니면 만들기 어렵다. 케이비에스 정통사극의 명맥을 잇고, 전 국민에게 역사교육의 생생한 자료를 제공하고, 국제정세가 어지러운 시대에 반전 평화의 메시지를 주고, 외국에 수출해 부가수익도 얻으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케이비에스는 어설픈 콘텐츠로 오티티와 경쟁하려 하지 말고, 자신이 확실히 잘할 수 있고, 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사명감을 가지고 하기 바란다.


‘고려거란전쟁’은 현종의 성장극으로 읽히기도 한다. 앞으로 남아 있는 회차에는 새 왕후와의 로맨스와 개경으로 돌아온 뒤 고려를 변화시키고 승리하는 군주로 거듭나는 현종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극 중 현종이 무럭무럭 성장하듯, 배우 김동준도 자라고 있다. 연말 시상식에서 최수종이 대상, 김동준이 최우수상, 두 사람이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다. 최수종이 2000년 ‘태조 왕건’에 출연했을 때, 청춘스타의 이미지가 강하고 가는 목소리를 지닌 그가 사극에 어울리냐는 힐난이 많았다. 이렇게 오래도록 ‘사극의 왕’을 할지 누가 알았으랴. 김동준을 보며 그때의 최수종이 떠올랐다. 어쩌면 베스트 커플상이 그 암시일지도 모른다. 강감찬과 현종이 유사 부자관계로 느껴지듯, 최수종과 김동준이 유사 부자 혹은 교수와 대학원생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사극 유망주 김동준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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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가 쓴 글인데


드라마를 둘러싼 다양한 면에 대해서 흥미롭게 잘 집은 거 같아서 재미있음.


전문 읽는 것도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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