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날렵한 움직임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액션신은 김남길의 주특기다. ‘도적’에서는 20kg의 윈체스터 장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한 손으로 능수능란하게 총을 돌리는 모습은 서부극 주인공의 한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이를 위해 김남길을 총 잡는 모습이 손에 익혀지도록 틈틈이 연습했다. 더불어 김남길은 이윤의 절제된 감정선을 액션에도 투영하고자 했다. 이에 전작의 캐릭터들보다 비교적 가라앉은 정서를 유지하며, 액션신에도 완급조절로 몰입도를 높였다.
“‘아일랜드’ 찍을 때도 눈 뜨면 총 몇 번 돌려보고 그랬다. 제주도에서 촬영할 때 ‘아일랜드’는 준비 중이었고 ‘도적’은 초반 촬영하고 있을 때였다. 여태까지는 책임감 있고 능동적으로 더 뭔가를 하거나 밝거나 유쾌하거나 진중한 느낌을 했다면 이번에는 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액션을 해도 촬영하면서 장기룡이나 오오카 경시를 지금 죽이면 안 되나.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데 왜 안 죽이나. 그런 것에 답답함이 있었다. 뒤에 올 수 있는 불안요소가 있지만 이윤은 가족들이 먹고사는 걸 들여다보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거다. 그렇다보니 예전 같으면 우리 가족들과 터전을 위협하는 건 다 죽어야 돼, 찾아가서 죽일 수 있고 제거할 수 있는데 윤이는 기다린다고 생각했다. 성향적으로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때처럼 완전히 직업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 이상 그 시대의 차분함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쫓고 쫓기던 사이에서 조력 관계로 거듭나는 언년이 역의 이호정과 이윤의 액션신도 빼놓을 수 없다. 김남길은 상대적으로 경험은 부족했지만 액션에 진심이었던 이호정의 열정을 높이 샀다. 특히 극의 설정 상, 비슷한 액션실력을 겸비한 캐릭터였던 만큼 김남길은 이호정과의 적당한 합을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자했다.
“액션을 안 해 봤던 친구가 작품 하나 열심히 한다고 해서 액션을 잘하지 않는다. 그게 쌓여야 하는데 (호정이는) 액션에 대한 경험이 없음에도 민폐 끼치고 싶지 않다며 미리 연습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저는 본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조연도 그렇고 작품에 소외감 드는 게 싫다. 그렇게 생각하면 외로워서 액션하는데도 수월하지 않다. 액션에 대해 익숙하지 않고 경험이 없어서 주먹 뻗는 것도 힘들고 자칫하면 엉성해 보이는데 용기를 주고 싶은 건 너무 잘하고 노력하기도 했지만 내 경험치 만큼 따라오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경험치에 맞는 눈높이에 맞춰서 둘이 합을 맞추려면 중간점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나도 그에 맞는 눈높이를 찾을 것이고 네가 노력해서 이 만큼을 채워주면 그 합을 보여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호정이가 그런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나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부분이 예쁘고 기특하다. 여배우들이 그런 역할과 액션을 한다는 게 신체적으로 가진 힘듦이 분명히 있는데 그런 걸 전혀 개의치 않고 너무 하고 싶어서 했고 열심히 한다는 마음이 예쁘더라. 호정이는 더 잘되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김남길이 최근 선보인 작품들은 대체로 액션 장르를 머금고 있었다. 필모그래피가 늘어남에 따라 액션 장르도 섭렵 중인 김남길에게 액션을 선호하는 마음이 작품 출연을 결정짓는데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까. 김남길은 어떤 이야기와 캐릭터이든 적절하게 배치돼있는 액션물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어떤 장르든 액션이 있는 캐릭터와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캐릭터적으로 어떤 표현법에 있어서 법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응징에 대한 방법, 수단이 너무 폭력적으로 비춰지면 안 되겠지만 내성적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적으로 그런 서사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활용도가 좋다고 본다. 액션을 좋아하기도 하고.”
(중략)
작품에 따라 달라지는 눈빛, 목소리, 돌변하는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에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사람 냄새 나는 배우. 김남길을 표현하는 말이다.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은 정직하게도 연기와 맞닿아있었다. 이에 작품 앞에 이름을 내세울 수 있는, 믿고 보는 주연 배우가 되었지만 그가 항상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있는 이유다.
“더불어 사는 건 잘 모른다. 시대적으로 하고자 하는 추구하는 게 달라서. 다만 살아가면서 나누는 게 더불어 잘 사는 게 아닐까. 저는 주인공은 조연을 빛나는 게 하는 역할이지 자기가 빛나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돼서 극을 끌고 갈 수 있다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고 그 안에 누군가 소외감 드는 게 싫다. 저도 들어봤었고 그런 것 때문에 꿈을 포기할까 말까 고민한 적도 있어서 같이 이 세상을 살고 사회 일원으로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