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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아라문 아라문의 검 2화 소설 리뷰 - 어떤 끝, 어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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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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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면서 무백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무광이 죽던 그 날과도 비슷한 느낌. 

무엇을 잃고 말 것이라는, 

운명이 종종 그에게 던져주던 그 불길한 예감. 

 

다시 불타는 오두막 안으로 뛰어드는데, 

아이가 있었다. 

불 속에서. 멍하니. 

 

본능적으로 그는 어린 아이를 집어들었다. 

-이런 데 있으면 안…

아이의 서늘한 눈빛이, 비수처럼 그에 눈에 박혔다. 

실수다. 

샤하티의 아이들은 그 어떤 순간에도, 

설령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 하는 순간에도 

목적만을 수행한다. 

그러니 그들을 마주치면, 무조건 죽여야…

하지만 그의 생각은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

황급히 아이를 집어던졌지만  

전장에서 어떤 화살도, 어떤 검도 파고들지 못했던 그의 목으로 

날카로운 것이 박혔다 쑥, 빠져나왔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보아왔던 그의 직관이 그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너의 차례가 왔다. 

 

찔리면서도, 이상하게 억울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것 또한 자신이 낳은 결과였다. 

샤하티의 아이들. 

저 어린 아이들이 병기로 크게 만든 건 그들, 어른들이었으니까. 

 

끈임없이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바닥으로 무백의 큰 몸이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언제나 긴장과 힘으로 가득 차 있던 육신이 

점점 힘없이 풀려가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불길이 덮쳐오고 있다. 

뜨겁고, 피처럼 붉고, 그래서 외려 아름답기까지 한 불길. 

이 오두막이, 자신의 거대한 화장장이 되는 것인가. 

건물과 함께 불길에 스러져, 

육신도, 혼도, 낱낱이 재가 되는 것. 

어쩌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결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스의 대륙을 붉게 피로 물들였으니 

나 역시 붉게 스러져가야 하겠지. 

 

허나 그런 무백의 눈동자에 쓰러져 있는 한 사내가 들어왔다. 

아스의 적. 이나이신기. 

 

하지만 

사야와 같은 얼굴의 배냇벗. 

탄야의 정인. 예언의 아이. 

아스의 운명을 바꿀, 그 아이. 

무백은 하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꿈같은 세계. 

더 이상 그가 검을 들고, 사람을 베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 세상의 초석이 될 아이. 

 

그리고, 감히 그 마음을 입에 올리지조차 못해 바라만 보았던 그 사람. 

아사혼의 아이. 

 

무백은 필사적으로 사라지는 생명을 긁어모았다. 

빠져나가는 피를 막으며,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인다. 

 

아사혼. 

저는 지은 죄가 너무나 많습니다. 

탄야가 저를 위해 울림사니를 올려준다 한들. 

지금 이 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간다 한들, 

저는 당신이 계신 곳으로는 결코 가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혹여,

한 번이라도, 당신을 스칠 수 만이라도 있다면, 

그 땐 제게 한 번, 웃어주시겠습니까. 

 

무백의 손이, 마침내 은섬에게 닿았다. 

그리고. 

 

-대장!!

불타는 오두막으로 뒤늦게 무백의 부하들이 도착했다. 

그들이 본 것은, 불 속을 뚫고 나오는 대장의 건장한 그림자. 

그리고 불멸의 전사같던 그들의 대장이,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안 돼!

부하들의 비명 소리 속에서, 무백은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아사혼을 닮은, 그 아이가 옆에 누워 있다. 

구했다. 

이번에는, 이 애를 구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뿌듯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운명이, 그에게 준 역할을 스스로 완수했음을. 

 

그의 영혼은 지금 끝에서 어떤 시작을 예감하고 있다. 

은섬. 탄야. 사야가 만드는 미래에 자신의 이름을 없을 것이다. 

그의 이름은 어쩌면 아스의 역사 속에서 오명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스에는 새 세상이 올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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