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리는 설리의 본명이다. 그 이름을 제목에 가져온 <진리에게>는 설리가 남긴 마지막 인터뷰를 동아줄 삼아 이제 더 이상 여기 없는 그녀에게 좀 더 다가가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2019년 10월 14일, 스물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설리는 누구였을까?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영화, 일기, 사진, 브이로그 등 다채로운 아카이브 자료를 펼쳐 놓으며 정윤석 감독은 묻고 또 묻는다. 하지만, 당신은 누구인지를 묻는 집요한 질문에 설리는 언어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자기 존재를 가져다 놓은 듯, 말보다 더 길게 침묵한다. 그 공백을 잘라내는 것은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지만 <진리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영화의 모든 순간이, 설리의 모든 말들이 어떤 예고나 암시처럼 들릴지라도 슬퍼하지 말길, 다만 기억하기를. <진리에게>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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