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가 진무에게 장욱을 얕보다 일을 그르친 게 아니냐 질책하였을 때 진무가 이런 말을 해
"제왕성을 타고난 아이이니 저도 뭔가 다를까 싶어 주의깊게 봐 왔지요.
헌대 장욱은 허무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그저 그런 요즘 아이였습니다.
세상에 불만만 많아선 스스로의 무력과 나태는 그럴듯한 냉소로 포장하고
마음먹고 하는 것은 없고 우쭈쭈 적당히 달래주기만 하면 됐던
허세만 가득한 도련님이었지요"
나는 진무가 착각을 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진무의 평가가 박하긴 하나
바닥부터 기어 올라가 비록 온갖 더러운 수를 써 가면서라도 어쨌든 부관주까지 된 진무 눈에는
장욱이 그저 그런 얕봐도 되는 존재였던 게 아니었을까?
장욱은 10년이 넘게 기문을 뚫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봤을 거고
12명의 스승을 찾아다녔으며
책을 외우라고 해서 수백권의 책을 외웠고, 칼을 갈라고 해서 수백 자루의 칼을 갈았으며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스스로 생각했지
그런데 10년 넘도록 자기가 해내지 못한 걸 낙수가 단 몇 일만에 해결을 해 준 거야
그리고 그 방법은 진짜로 목숨을 거는 거였지
장욱의 목숨 뿐 아니라 낙수 자신의 목숨까지
스승이 되어 달라던 말의 시작은
술력으로 자신의 기문을 뚫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뿐이었는데
정작 자신이 찾은 스승은 삶에 대한 태도까지 바꿔주는 사람이었고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자신의 간절함이
낙수의 간절함에 미치지 못하였음을 깨닫게 해 준 존재였던 거야
낙수 입장에서 보면 장욱의 기문을 뚫는 것이 본인의 기력을 되찾는 100% 방법도 아니었거든
기문이 뚫린 뒤 장욱이 자신을 배신하고 술법은 기력이 있는 다른 스승에게 배우겠다고 떠나면 그 뿐이고
설령 제자로 삼는다 해도 경천대호의 수기처럼 자기 기력을 끌어올려줄 정도로 성장하려면
정상적인 속도론 10년도 더 걸릴 수 있는 일이니까
가능성이 정말 낮은데도 그 작은 가능성을 위해 낙수는 자기 목숨도 내놨던 거지
"살아오며
주변에 나의 간절함을 무시하는 사람들 뿐이었어
나를 위해 목숨을 걸어준 건
네가 처음이었다"
장욱은 스승으로 모시기 전에 이렇게 말을 해
그런데 저기서 처음이라는 건 장욱도 포함된 게 아닌가 싶어
나조차 나를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다는 거
간절하다고 말해왔으나 기문을 뚫기 위해 본인의 목숨을 걸지는 못했던 거니까
그래서 내가 간절함에 있어, 낙수에게 패배한 것이고
그렇기에 저 사람이 내 스승일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인 거라고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