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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술도녀 진짜 끝까지 다 좋았다(ㅅㅍ. 첫 시즌 스포도 조금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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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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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좋았당. 지구 복직 안 하고 끝난 것도, 지연이 마음 뿌리 찾았지만 여전히 자유로운 것도. 


나는 사실 소희 선택도 막 화가 나진 않았어. 소희(+북구) 결말이 드라마가 계속 얘기해온 궤 안이라는 생각도 했고. 지구와 지구 모, 지연과 지연 부의 사이처럼, 자식은 자기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부모와 관계를 끊기도 하고 다시 연결하기도 하고 인정도 하고 부정도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만큼, 그 선택은 어느 쪽이든 나쁘거나 바보같은 게 아니라는. '그래도 가족이니까 버텨라' 또는 '상식적으로 이건 끊어내야 하는데 못 하는 네가 무른 거야'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네 모든 선택을 네가 고심해 결정했을 선택을 인정한다고. 그럴 수 있고, 그럴 만했다고. 또, 나는 네 친구니까, 너를 사랑하니까 너의 선택을 같이 버티겠다고. 


그런 게 드라마가 이야기하는 가족이고, 친구고, 사랑인 것 같았어. 친구는 선택을 인정하고 같이 버텨주는 것. 가족은 질기지만 동시에 선택할 수 있으니까, 다른 관계들에 그렇듯이 네가 너를 지키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는 만큼만 관계 맺어도 되는 것.


북구가 반성도 하지 않는, 내게 트라우마를 안긴 아버지를 완전히 끊어내고, 소희랑 산뜻하게 둘이서 행복해지는 결말이 아닌 쪽이, 선택이 미완인 쪽이 더 그럴듯 하다고 느꼈던 건, 북구는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선택을 했고, 북구에게 소희가 같이 버티는 친구가 되어주는 결말인 것 같아서. 유니세프 소리를 듣긴 했지만, 소희 선택은 기본적으로 북구가 좋으니까, 북구 선택을 인정하고 같이 버티기로, 거들어주기로 한 거잖아? 북구가 언젠가 아버지를 완전히 끊어내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소희는 그 선택도 인정하고 거들어주지 않을까 싶어. 그때까지, 같이 버티면서, 같이 매일, 나름대로 즐겁게 살지 않을까. 


그리고 지구랑 지연이 북구나 북구 부 하는 꼬라지가 영 아니면 또 소희 친구로서, 같이 들이받아 주겠지, 그렇게 같이 버텨주겠지, 싶기도 해서 소희 유사 친구인 시청자로서도 막 싫진 않았어. 물론 나는 지구나 지연이 아니니까, 내 친구가 소희 같은 선택을 한다면 당초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겠지만...


무튼, 내가 힘이 만땅 생겨서 가장 최종적으로 나에게 좋은 선택을 마침내 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그 수많은 썩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도, 그 과도기 중에도, 같이 잘 버텨주는 사람과 함께라면 하루하루 꽉꽉 즐거울 수 있다, 그런 이야기라고 읽었고, 그래서 술도녀다운 마무리였다는 생각.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선택도, 커리어에 대한 선택도, 연애사에 대한 선택도 다 조금씩 미완인데, 완성형 어른이 되는 일도 요원한데, 말로 핀잔이나 걱정은 던질지언정, 인정하고 같이 버텨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과 같이 하루하루 충실히 최선의 선택을 하며 버틴다면, 즐겁다, 만족스럽다, 괜찮다, 지금 눈을 감는대도 덜 억울하다?


*

소년원 부분 스르륵 흘려보낸 거, 시즌1 그 호스트바 부분 스르륵 흘려보낸 거랑 겹치더라. 작가가 같은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지금, 과거는 그냥 과거인 게 당연하지 않냐고 그냥 전제해버림. 드라마 안에서도 아무도 안 놀라고. 나만 두 번 다 놀라고.


아무튼, 소년원 얘기 나오는데, 아 그래서 우주 씨가 그렇게나 친절했구나 싶더라. 더 조심히 행동하려고 애쓰면서 살았겠지 싶고, 그래서 지구가 종종 무례하고 때때로 험한 모습 보였는데도 그럴 수 있지 했던 모양이구나, 싶고.


*

마지막이니까 사족을 더 쓰자면, 그 알콜중독 직전 앞집 나오는 에피 좋아해. 독박육아 탓 짚는 동시에, 아이에게 하면 안 되는 짓이라고 잘못 지적하고, 막 생긴 친구들은 화가 나서 찬 물 끼얹을지언정, 돌봄노동 같이 버티고 술 마시며 막 떠들어주고 대부분 오복집에 있으니까 찾아오면 또 보자고도 하고.


지구, 소희, 지연 다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사람들이라는 게 참 따뜻하고 신기하고 불안하고 좋고 그래. 과거야 어찌됐든 현재 그 사람을 보는 것. 과거로 미래를 점치지 않는 것. 어제와 오늘은 또 다를 수도 있다고 믿는 동시에 변화시키려 않고 그대로 그냥 두는 것. 다 위험하고 어딘가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야.


헤헿... 길어졌넹... 지연이 원장 쌤이랑 술 마시면서 대접으로 싱잉볼 흉내내고 원장 쌤 내 안의 무의식과 조우하는 씬이 최애 씬이라는 점 슬쩍 밝히면서 물러간다... 다들 행복해... 지구 우주 무조건 행복하고... 북구 소희한테 잘하렴... 지연 어떤 관계를 맺건 안온하길... 여러분도 행복하세요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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