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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환혼 [상플-외전] 서호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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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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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도 끝나고 마음이 헛헛하여 그냥 써 본 글이야
...

1.
‘율아, 너 내가 12명의 스승을 모셨고, 그들로부터 12번 파문당하였던 건 기억하지?’
대호성 북쪽 산맥의 기산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장욱은 서율에게 물었다.

‘맞아 너 그랬었지.’ 
환수의 경지에 오른 장욱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난 서율이 답을 하였다.

‘사실 그들이 나를 파문한 게 아니라 내가 그들을 파문한 셈이었거든. 
어느 누구 하나 나에게 기문을 열어주긴커녕 제대로 된 무예조차 가르쳐주질 않았지’

배 위에서 유속의 흐름을 지켜보던 장욱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율아. 그 12명을 추천한 사람이 바로 총수님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에도 다 뜻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어떤 뜻?’

‘그 12명 중 어느 누구도 술법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가에 대해 말하는 이가 없었거든. 
유명한 술사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이들인지 보고 깨닫고, 술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접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사람들만 골라서 추천을 했던게 아닌가 싶어’

‘하하 설마 총수님께서 그러셨을라고’

‘아니야, 우리가 하던 고민의 반만큼이라도 
술사가 자신의 술법에 어떤 책임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이가 있었더라면 
내가 그리 쉽게 그들을 파문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

어린 날, 당구와 욱이와 함께 
술력이란 무엇인지, 술법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 서율은 얼굴을 붉혔다.

‘그때는 우리 모두 어렸고, 뭐든 다 쉬울 거라 여겼기에 그리 말할 수 있던 거였어.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되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흘렀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나갔고, 
조영은 문 밖으로 들려오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잠을 청했다.


경천대호를 빠져나온 배는 강 상류를 거슬러 올라 
어느덧 북쪽과 서쪽으로 갈라지는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2.
대호국은 북쪽으로는 가파르고 높은 산들로 이루어진 산맥이 가로막고 있었으며 
서쪽으로도 꽤 험준한 산들이 있어 타국과의 왕래가 쉽지 않은 지형을 하고 있었다. 
동쪽과 남쪽은 바다를 면하고 있어 육로보다는 바다를 통한 무역이 활발하였다.
육로를 통한 교역이 활발한 곳은 서남부가 유일하였다.

북서지역의 높은 산지에서 흘러내린 물은 여러 개의 강을 이뤘고, 
이것은 경천대호에 다다르면 큰 호수를 이룬 후 다시 남동 방향의 바다로 빠져나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습한 공기는 북서면의 산맥을 넘지 못하여 산 아래에 비를 뿌렸으며, 
그 빗물이 강을 따라 경천대호로 유입되어 다시 바다로 빠져나가면서 강 하류를 비옥하게 만들었다. 

이런 지리적 특성은 대호국의 서부국경이 되는 철산을 경계로 
그 반대편 지역을 사막으로 만드는 원인이었다.


월성 등이 있는 하류 지역은 토질이 비옥하여 농사를 짓기 좋았으며 
바다로부터 따듯하고 습한 공기가 일년 내 유입되어 과수를 재배하기에도 용이한 환경이었다. 

특히 바다와 가까운 남부지역은 타국과의 무역이 활발하여 여러 분야에서 개방적인 태도를 갖기 쉬웠는데 
대호국의 술법을 익히려 온 다른 나라 출신의 외지인들을 배척하지 않고 여러 기술을 전한 탓에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농업이 발달하고 무역이 활발하여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이 지역에서는 
술법을 무기화하기 보다는 
사람을 살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로 활용하는 문화가 지배적이었고, 
의술이나 예술 등 다방면에 걸쳐 술법이 활용되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낙천적인 태도를 보이기 쉬워 종종 타 지역 출신들의 미움을 샀다.


대호국 북쪽과 서쪽의 사정은 이와 달랐다. 
강한 수기를 담고 있는 경천대호의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형태였기에 
남쪽과 동쪽은 대호성과 거리가 멀다 해도 경천대호의 수기를 활용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경천대호의 물이 상류를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는 법이기에
강의 상류에 해당하는 북쪽과 서쪽의 입장은 그렇지 못하였다. 

물이 많지도 않거니와 수기 또한 약하니
집수 단계에 이르기까지 타 지역보다 시일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고, 
강력한 술력을 지닌 자가 권력이 되는 세계에서 
수기가 약한 지역적 특성은 늘 불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술사로서 성장하는 데 있어 불리한 출발점에 서 있다는 점은 
이 지역 출신들에게 피해의식이 뿌리내리게 하는 주 원인이 되었다.

하여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유력가문들은 어린 자녀를 대호성으로 보내 술법을 익히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관행으로 인해 각 가문의 자녀들이 대호성에 모여있다보니 일종의 인질의 역할까지 하게 되어 
지역 유력 가문의 세력화를 막는 장치가 되었다.


지방세력의 견제와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술사 양성이라는 목표로 출발한 정진각에는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각 지역에서 올라온 예비 술사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였고, 
무엇보다 규율이 엄하여 정진각에서 퇴출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정진각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과, 또 정진각에서 퇴출된 이들을 수용할 
다른 기관의 출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자녀가 송림의 영향권 안에서 성장하여 
송림의 가치관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점차 대호성 내에는 다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설 수련원이 생기게 되었고 
그들을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되었다.
그런 파벌의 정점이 최근의 만장회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3.
‘12명의 스승을 모시며 전국을 떠돌던 때에는 기문이 막혀있었으니, 
경천대호에서 멀어질수록 대기의 수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진 못했겠구나’ 서율이 물었다.

생각해보니 기문이 뚫린 이후 이 정도로 대호성에서 먼 곳으로 이동하는 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수십명의 환혼인을 잡으며 여러 곳을 다니긴 하였으나 
그들 대부분은 대호성 안팍의 가까운 곳에 근거를 둔 인물들이었다. 

또한 왕실이나 만장회 일원들은 장욱을 꺼려하면서도 동시에 그가 자신들의 통제권 밖으로 나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어떻게든 그를 대호성 안에 묶어두려 하였다.


‘너의 본가가 있는 서호성은 어때? 철산의 협곡을 지나면 얼마 안 가 바로 사막이라던데, 
사막에서는 술력을 거의 쓰지 못한다고 했지?’

‘사막은 건조하고 황량해. 
그곳에 가 있으면 그 건조한 공기가 내 몸 속의 수기까지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곤 하지.’

'환수의 힘도 사막에서는 달라지려나?'
장욱이 물었다.

장욱의 질문은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어서 서율은 답을 하지 못하였다.


서호성에는 전투로 사망한 이들보다 사막에서 수기를 잃고 돌아오지 못한 술사의 수가 더 많다고 할 정도로 
그곳의 사막은 넓고 건조했다.

서호성을 지키는 서율의 아버지 서일은 늘 그것이 걱정이었다.

적의 침입은 잦으나 그들을 뒤쫒아 사막으로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때로는 공격이 가장 좋은 수비가 되기도 하는 전장에서 
공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어서 적에게 수를 읽히기 쉬웠고 
그만큼 대호국의 국경은 위태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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