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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연출 강민구, 극본 김단, 이하 '변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말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 주요 인물들은 더욱 그렇다.
많은 드라마에서 변호사들의 말투는 분명하고 빠르고 뜨겁다.. 느릿하게 흐르는 미온수 정도의 속도와 온도룰 보이는 '변론'의 변호사들, 작은 차이지만 극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 말투는 인물의 캐릭터로 이어져서 노착희(정려원 분)와 좌시백(이규형 분)은 크게 흥분하거나 과도하게 질주하지 않는다. 정적인 풍경화를 그리다 크게 점 한 번 찍고 획 하나 긋듯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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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TOBOy
극의 빌런이라 할 장기도(정진영 분)조차 꾹꾹 누르는 말투를 구사한다. 그의 아내인 오하란(김혜은 분)의 말처럼, 숨소리마저도 거짓인 인물이건만 웬만해선 타오르지 않는 '차가운 빌런'이다. 그런 장기도에게 도전장을 낸 오하란 역시 혼자 치솟지 않는다. 빈정과 하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과거 군부정권의 개가 되어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음으로 몰아갔던 장병천 회장(전무송 분)마저도 대형로펌 장산의 창립자이자 사회 저명 인사의 탈을 쓰고 사람 좋은 미소를 장착했다.
https://img.theqoo.net/EkrHp
고문으로 아내를 잃고, 남편과 자식을 잃은 피해자들마저 그저 '진심어린 사과'만을 바라거나 고문의 후유증으로 무슨 일을 당했는지 잊은 채 드라마에 온화한 인간미와 웃음을 드리운다. 묏골만두집 사장 신치식(김상호 분), 은희O슈퍼 한순애 할머니(차미경 분)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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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dBSnS
막장도 없고 광란도 없는 드라마에서 긴장을 엮고 짜는 인물은 형사들이다. 특히 서울경찰청 강력수사범죄수사대 유경진 경위(이상희 분)는 고무줄을 늘렸다 쫄렸다 하는 말투로 연쇄살인 용의선상에 오른 좌시백이나 그의 알리바이가 되어 주려는 노착희를 상대로 쫄깃한 심문을 이어간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낚아채는 말투도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말이 빠르고 뜨겁다 할 인물도 형사다. 정재근(우강민 분)은 단지 정황만으로 좌시백과 노착희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다 증거에 기반한 수사를 하는 유 경위에게 핀잔을 듣곤 한다. 그가 엉뚱한 추리를 할수록 극의 웃음지수는 높아진다. 좌시백ㆍ노착희 사무실의 도영수(고규필 분)도 웃음꽃에 한몫한다. 여유로운 표정에 느린 말투로 할 말 다하는 능청, 말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두 변호사를 꼼짝 못하게 하는 고수다.
https://img.theqoo.net/YKrNc
좀처럼 수다스러운 인물을 찾기 어려운 드라마의 결에 맞춘 듯, 4화의 변론 사례 주인공으로 등장한 준우 엄마(오지영 분)의 수어도 나지막하다. 점잖은 인품에 어울리게 긴박한 순간에도 폭주하지 않는다. 덕분에 극 중후반에 등장해 갈 곳 없는 아이를 어른의 품으로 맞이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뭐니뭐니해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의 말맛은 노착희와 좌시백의 옥신각신에서 나온다. 배우 정려원과 이규형은 과장된 연기 없이 두 인물의 티격대격을 계속 지켜보고 싶게 만든다.
https://img.theqoo.net/iCoXt
연기에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정려원, 경력 작품 수 대비 안정적 연기력을 과시하는 이규형. 각자의 연기도 박수 받을 만하지만, 둘일 때 더욱 매력적이다. 덕분에, 법정 드라마로서도 재미있지만 둘의 은근한 로맨스물로서도 만족스럽다.
누구 하나 튀고 힘 주며 연기하지 않아도, 아니 그렇게 쓰고 연출한 덕에 탄생한 웰메이드 드라마 '변론'. 느림과 힘 뺌의 미학을 아는 작품이다. 이야기가 확실히 종결되었고, 국가 공권력에 의한 고문치사에 관한 재심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의미있게 종료했음에도 2편을 희망하게 되는 이유다.
https://naver.me/5jj7yb28
[데일리안 =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연출 강민구, 극본 김단, 이하 '변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말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 주요 인물들은 더욱 그렇다.
많은 드라마에서 변호사들의 말투는 분명하고 빠르고 뜨겁다.. 느릿하게 흐르는 미온수 정도의 속도와 온도룰 보이는 '변론'의 변호사들, 작은 차이지만 극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 말투는 인물의 캐릭터로 이어져서 노착희(정려원 분)와 좌시백(이규형 분)은 크게 흥분하거나 과도하게 질주하지 않는다. 정적인 풍경화를 그리다 크게 점 한 번 찍고 획 하나 긋듯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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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빌런이라 할 장기도(정진영 분)조차 꾹꾹 누르는 말투를 구사한다. 그의 아내인 오하란(김혜은 분)의 말처럼, 숨소리마저도 거짓인 인물이건만 웬만해선 타오르지 않는 '차가운 빌런'이다. 그런 장기도에게 도전장을 낸 오하란 역시 혼자 치솟지 않는다. 빈정과 하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과거 군부정권의 개가 되어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음으로 몰아갔던 장병천 회장(전무송 분)마저도 대형로펌 장산의 창립자이자 사회 저명 인사의 탈을 쓰고 사람 좋은 미소를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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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으로 아내를 잃고, 남편과 자식을 잃은 피해자들마저 그저 '진심어린 사과'만을 바라거나 고문의 후유증으로 무슨 일을 당했는지 잊은 채 드라마에 온화한 인간미와 웃음을 드리운다. 묏골만두집 사장 신치식(김상호 분), 은희O슈퍼 한순애 할머니(차미경 분)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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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도 없고 광란도 없는 드라마에서 긴장을 엮고 짜는 인물은 형사들이다. 특히 서울경찰청 강력수사범죄수사대 유경진 경위(이상희 분)는 고무줄을 늘렸다 쫄렸다 하는 말투로 연쇄살인 용의선상에 오른 좌시백이나 그의 알리바이가 되어 주려는 노착희를 상대로 쫄깃한 심문을 이어간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낚아채는 말투도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말이 빠르고 뜨겁다 할 인물도 형사다. 정재근(우강민 분)은 단지 정황만으로 좌시백과 노착희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다 증거에 기반한 수사를 하는 유 경위에게 핀잔을 듣곤 한다. 그가 엉뚱한 추리를 할수록 극의 웃음지수는 높아진다. 좌시백ㆍ노착희 사무실의 도영수(고규필 분)도 웃음꽃에 한몫한다. 여유로운 표정에 느린 말투로 할 말 다하는 능청, 말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두 변호사를 꼼짝 못하게 하는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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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수다스러운 인물을 찾기 어려운 드라마의 결에 맞춘 듯, 4화의 변론 사례 주인공으로 등장한 준우 엄마(오지영 분)의 수어도 나지막하다. 점잖은 인품에 어울리게 긴박한 순간에도 폭주하지 않는다. 덕분에 극 중후반에 등장해 갈 곳 없는 아이를 어른의 품으로 맞이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뭐니뭐니해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의 말맛은 노착희와 좌시백의 옥신각신에서 나온다. 배우 정려원과 이규형은 과장된 연기 없이 두 인물의 티격대격을 계속 지켜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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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정려원, 경력 작품 수 대비 안정적 연기력을 과시하는 이규형. 각자의 연기도 박수 받을 만하지만, 둘일 때 더욱 매력적이다. 덕분에, 법정 드라마로서도 재미있지만 둘의 은근한 로맨스물로서도 만족스럽다.
누구 하나 튀고 힘 주며 연기하지 않아도, 아니 그렇게 쓰고 연출한 덕에 탄생한 웰메이드 드라마 '변론'. 느림과 힘 뺌의 미학을 아는 작품이다. 이야기가 확실히 종결되었고, 국가 공권력에 의한 고문치사에 관한 재심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의미있게 종료했음에도 2편을 희망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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