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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변론시작 정려원의 세번째 선택에 대해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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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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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만들어 놓은 일정한 기준에 맞춰 학업을 마치고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 평생에 변호사를 마주할 일은 몇 번이나 일어날까. 아마도 그가 일생에 변호사를 대면하는 시간보다 드라마 혹은 영화를 통해 마주하는 시간이 훨씬 길 것이다. 특히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연달아 방송되는 요즈음 같은 상황에선 더더욱 말이다. 물론 평생에 법정 구경할 일도 없을 테니 노착희같은 대형 로펌 에이스 변호사의 활약(이라 쓰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물어뜯는 탓에 타인의 입엔 '소속 로펌의 개'라 불리는)을 지켜보는 일도 드라마가 아니고서야 없을 테다.

노착희. 지난달 첫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극본 김단, 연출 강민구) 속 주인공으로 대형 로펌 장산에서도 에이스로 손꼽히는 변호사다. 그의 수임료는 6분에 4만 5000원, 1시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45만 원이다. 하지만 승소율이 92%에 육박한다니, 비싸게만 느껴지던 수임료가 어쩐지 이해 가능해진다. 이름에서부터 선(善)함을 잃은 듯한 노착희의 1차 목표는 장산의 파트너 변호사로의 승급. 이를 위해 한 제약회사의 변호를 맡아,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변론한 끝에 승소한다.

어려운 소송을 승리로 이끈 노착희에게 파트너 변호사 승격이라는 행복한 소식이 연달아 도착한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는 자리가 마련되지만 그 자리에서 노착희는 경찰에 연행되는 수모를 겪는다. 기쁨은 채 누리지도 못한 채 눈앞에서 사라지고, 노착희에겐 "1년간 국선 전담 변호사로 근무하다 복귀하라"는 청천벽력이 떨어진다. 누리던 모든 것을 회사에 반납하고 정하시에 위치한 한 옥탑방을 겨우 구한 노착희. 새로운 사무실은 괴짜로 소문난 국선 변호사와 함께 써야 한다는데, 하필 그 괴짜 변호사가 제약회사 내부고발자의 변호를 맡았던 좌시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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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의 두 주인공이 한 공간에 모인다. 한 명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독종 변호사, 다른 한 명은 한 번 꽂히면 절대 놓치지 않는 별종 변호사. 설명만으로도 극과 극이 확실한 두 사람은 작은 일에도 부딪치고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무엇이든 시간이 해결해 주는 법. 눈만 마주쳐도 싸우던 둘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노착희는 의뢰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좌시백을 통해 오로지 승소만을 위해 변론했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본다. 또한 과거 자신의 돈 많고 능력 좋은 의뢰인들과 달리 가진 것 없는 현재의 의뢰인들에겐 오로지 저뿐이란 걸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두 변호사와 얽힌 인물이 연달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사건도 범인도 미궁에 빠진다. 극 초반 또렷했던 의심의 향방은 점차 여러 갈래로 나뉘며 걷잡을 수 없어진다. 노착희는 그리고 시청자는 범인이 흘린 단서를 따라 범인 찾기에도 몰두하게 된다.

보통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에는 선과 악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법을 수호하는 주인공이 악을 심판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내용을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이 지점부터 여느 드라마와 결을 달리한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가운데 그 누구도 선과 악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 극의 시작부터 성공을 쫓는 인물로 그려지는 노착희는 제 인생을 구제해 준 친구를 위해 단 한 번의 착한 선택을 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좌시백은 초반 노착희와 비교되며 선한 인물로 느껴지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미스터리한 모습들과 연달아 발생하는 살인사건들 속 연결고리 탓에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등장하는 주요 인물 모두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는 의심은 점점 짙어진다. 총 12개의 이야기 가운데 6회까지 공개됐음에도 사건은 진행 중이고 긴장감 역시 유효하다. 처음부터 악인의 면모를 드러낸 장기도(정진영)는 물론, 주인공을 포함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https://img.theqoo.net/qkVNg

주인공들이 국선변호사로서 법정에 있을 때는 법정 장르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지만,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된 사건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에 가까운 이 드라마. 때문에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 변호사로 마주했다 국선변호사로 한 사무실을 쓰게 된 극과 극 성향의 두 변호사, 노착희와 좌시백 역은 배우 정려원과 이규형이 연기한다. 드라마 '마녀의 법정'(2017), '검사내전'(2019)에 이어 세 번째 법정물로 노착희를 만난 정려원은 여러 작품을 통해 쌓은 연기 폭으로 독하지만 인간적이고 냉정하지만 정이 가는 캐릭터의 양면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린다.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규형은 사법고시를 수석으로 패스했지만 판사도 검사도 아닌 국선변호사가 된 좌시백을 연기한다. 극중 변호사의 카리스마부터 노착희와 함께할 때의 유쾌함, 일련의 사건 속 미스터리함까지 상황과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좌시백에 녹아든 그의 연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난 여름 시청자에 많은 사랑을 받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요즈음 드라마 판에는 법정물이 쏟아지는 중이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속 두 주인공 모두 변호사이기에 많은 법정물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동명의 에세이에 담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가, 연쇄살인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그 사이 미스터리 요소들이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의 결말을 짐작할 순 없어도, 끝까지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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