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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범석 전문기자] “감독님,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세요? 그냥 건물 관리하면서 편하게 사세요.”
드라마 현장에서 오종록 PD에게 대차게 깨질 때마다 김홍선 B팀 감독이 자주 듣던 말이다. 김홍선은 2012년 영화 ‘공모자들’로 데뷔 전까지 드라마 외주 프로덕션 감독이었다. 말이 좋아 감독이지 당시만 해도 ‘따까리’였다. 그는 염정아 주연 SBS 드라마 ‘워킹맘’(2008년), 김혜수 류시원이 나온 ‘스타일’(2009년)을 연출한 오종록 PD 밑에서 조감독과 B팀 감독으로 열일했다.
완벽주의 성향의 오종록 PD에게 ‘왜 당구장을 이따위로 섭외했냐’라며 혼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정작 김홍선은 표정 구김 없이 “감독님이 오늘따라 애정이 넘치신다”며 웃어넘겼다. 다들 뒤에서 ‘멘탈 괜찮으세요?’라고 걱정해도 ‘감독님이 일 가르쳐주시는 건데 왜?’라고 동문서답하던 그였다. 해탈한 건지, 둔감한 건지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뒤끝 없는 오종록 PD가 잠실 집까지 데려가 아끼던 발렌타인 양주를 콸콸 따라주던 이 역시 부사수 김홍선이었다. 멜로 드라마를 유독 많이 찍은 오종록처럼 김홍선도 ‘세렌디피티’를 최애 영화로 꼽을 만큼 달달한 성향이라고 하니 둘은 묘하게 닮았다. 1976년생 용띠인 김홍선 감독은 고현정 주연 ‘대물’ 조감독을 끝으로 방송 일을 접는다. 로망이던 영화감독 도전을 위해서다.
아내와 선후배 모두가 그를 뜯어말렸다. 공중파 PD는 아니지만 그래도 ‘감독님’으로 불렸고, 조만간 입봉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끈도 배경도 없는 영화라니 다들 뜬금포라며 수군댔다. 하지만 그가 안전하고 편한 길을 버린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더는 가슴 뛰지 않는 드라마를 벗어나 독창적이고 센 표현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아이템은 왜 그렇게 많았던지. 술을 마셔도 2차는 꼭 카페에 가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얘기하며 마치 박찬욱이라도 된 것처럼 행복해했다. 예의상 호응하며 맞장구를 쳐줬지만 다들 담배를 피우며 ‘우리 형님 어떡하냐? 뜬구름 속에 사시네’라며 혀를 차던 시기였다. YS시절 고위 공직자 부친을 둔 건물주 감독이라 당장 생계 걱정은 없었지만, 모두 ‘저러다 제풀에 지쳐 다시 돌아오겠지’ 했다.
두문불출 2년 만에 나타난 그는 놀랍게도 자신이 쓴 ‘따이공’ 시나리오로 임창정 최다니엘을 섭외해 진짜 영화를 찍었다.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을 뜻하는 따이공은 ‘공모자들’로 제목이 순화됐고, 164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청룡영화제는 충무로 ‘독고다이’에게 신인감독상을 안기며 격려해줬다. 신이 난 김홍선은 김우빈을 데리고 ‘기술자들’을 찍었고 ‘반드시 잡는다’ ‘변신’을 잇따라 내놓으며 관객에 화답했다.
47회 토론토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신작 ‘늑대사냥’으로 김홍선은 또 한 번 사고를 칠 것 같다. 알려진 것처럼 피칠갑이 난무한 잔혹한 고어 물이다. 사람 머리와 팔다리가 몸통에서 내동댕이쳐지고 대동맥이 끊어지며 각종 낙하혈, 비산혈이 분수처럼 펼쳐진다. 한국에선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김윤석 주연 ‘해무’(2014년)에 이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문제작이 될 것이다.
필리핀에서 잡힌 1급 범죄자들을 부산으로 호송하는 대형 선박 프론티어 타이탄 호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다. 중반부턴 숨겨둔 비밀병기 알파가 등장하며 장르와 서사가 180도 달라진다. 성동일 장영남 고창석 등 김홍선 패밀리들이 모두 합세했고, 서인국의 약 빤 연기가 인상적이다. 멀리서 보면 ‘금수저 감독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자의식 과잉’으로 오인될 수 있지만, 줌인할수록 독창적인 ‘예술혼’과 창작자로서의 ‘집념’이 엿보인다.
https://naver.me/FfWlyglF
[뉴스엔 김범석 전문기자] “감독님,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세요? 그냥 건물 관리하면서 편하게 사세요.”
드라마 현장에서 오종록 PD에게 대차게 깨질 때마다 김홍선 B팀 감독이 자주 듣던 말이다. 김홍선은 2012년 영화 ‘공모자들’로 데뷔 전까지 드라마 외주 프로덕션 감독이었다. 말이 좋아 감독이지 당시만 해도 ‘따까리’였다. 그는 염정아 주연 SBS 드라마 ‘워킹맘’(2008년), 김혜수 류시원이 나온 ‘스타일’(2009년)을 연출한 오종록 PD 밑에서 조감독과 B팀 감독으로 열일했다.
완벽주의 성향의 오종록 PD에게 ‘왜 당구장을 이따위로 섭외했냐’라며 혼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정작 김홍선은 표정 구김 없이 “감독님이 오늘따라 애정이 넘치신다”며 웃어넘겼다. 다들 뒤에서 ‘멘탈 괜찮으세요?’라고 걱정해도 ‘감독님이 일 가르쳐주시는 건데 왜?’라고 동문서답하던 그였다. 해탈한 건지, 둔감한 건지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뒤끝 없는 오종록 PD가 잠실 집까지 데려가 아끼던 발렌타인 양주를 콸콸 따라주던 이 역시 부사수 김홍선이었다. 멜로 드라마를 유독 많이 찍은 오종록처럼 김홍선도 ‘세렌디피티’를 최애 영화로 꼽을 만큼 달달한 성향이라고 하니 둘은 묘하게 닮았다. 1976년생 용띠인 김홍선 감독은 고현정 주연 ‘대물’ 조감독을 끝으로 방송 일을 접는다. 로망이던 영화감독 도전을 위해서다.
아내와 선후배 모두가 그를 뜯어말렸다. 공중파 PD는 아니지만 그래도 ‘감독님’으로 불렸고, 조만간 입봉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끈도 배경도 없는 영화라니 다들 뜬금포라며 수군댔다. 하지만 그가 안전하고 편한 길을 버린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더는 가슴 뛰지 않는 드라마를 벗어나 독창적이고 센 표현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아이템은 왜 그렇게 많았던지. 술을 마셔도 2차는 꼭 카페에 가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얘기하며 마치 박찬욱이라도 된 것처럼 행복해했다. 예의상 호응하며 맞장구를 쳐줬지만 다들 담배를 피우며 ‘우리 형님 어떡하냐? 뜬구름 속에 사시네’라며 혀를 차던 시기였다. YS시절 고위 공직자 부친을 둔 건물주 감독이라 당장 생계 걱정은 없었지만, 모두 ‘저러다 제풀에 지쳐 다시 돌아오겠지’ 했다.
두문불출 2년 만에 나타난 그는 놀랍게도 자신이 쓴 ‘따이공’ 시나리오로 임창정 최다니엘을 섭외해 진짜 영화를 찍었다.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을 뜻하는 따이공은 ‘공모자들’로 제목이 순화됐고, 164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청룡영화제는 충무로 ‘독고다이’에게 신인감독상을 안기며 격려해줬다. 신이 난 김홍선은 김우빈을 데리고 ‘기술자들’을 찍었고 ‘반드시 잡는다’ ‘변신’을 잇따라 내놓으며 관객에 화답했다.
47회 토론토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신작 ‘늑대사냥’으로 김홍선은 또 한 번 사고를 칠 것 같다. 알려진 것처럼 피칠갑이 난무한 잔혹한 고어 물이다. 사람 머리와 팔다리가 몸통에서 내동댕이쳐지고 대동맥이 끊어지며 각종 낙하혈, 비산혈이 분수처럼 펼쳐진다. 한국에선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김윤석 주연 ‘해무’(2014년)에 이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문제작이 될 것이다.
필리핀에서 잡힌 1급 범죄자들을 부산으로 호송하는 대형 선박 프론티어 타이탄 호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다. 중반부턴 숨겨둔 비밀병기 알파가 등장하며 장르와 서사가 180도 달라진다. 성동일 장영남 고창석 등 김홍선 패밀리들이 모두 합세했고, 서인국의 약 빤 연기가 인상적이다. 멀리서 보면 ‘금수저 감독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자의식 과잉’으로 오인될 수 있지만, 줌인할수록 독창적인 ‘예술혼’과 창작자로서의 ‘집념’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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