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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안나 [씨네21] '안나' 수지 / 정은채 / 김준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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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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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나를 두려워했으면 좋겠어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가진 게 많았던 유미(수지)는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대학 입시에서도 좋지 못한 결과를 얻는다.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에 대학생 행세를 하던 유미는 거짓에 거짓을 더하며 결국 자신까지 속이기에 이른다. 그런 유미 앞에 학벌과 재력, 모든 것을 가진 마레 소품숍 주인 현주(정은채)가 나타난다. 유미가 현주의 영어 이름 ‘안나’를 훔쳐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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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4일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되는 <안나>는 <싱글라이더>의 이주영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현주와 그의 삶을 동경하는 안나, 안나와 결혼하는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 지훈(김준한)은 각자의 욕망을 동력 삼아 움직인다. 이들이 형성하는 묘한 긴장감은 우리에게 어떤 결말을 가져다줄까. 작품이 공개되기 전 배우 수지, 정은채, 김준한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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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xziqFn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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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많다. 모든 이의 사랑을 받으며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유미는 어느 순간 자신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한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유미 앞에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을 지닌 현주(정은채)가 나타난다. 유미는 결국 현주의 삶을 훔쳐 거짓된 삶을 살기 시작한다. 핏기 없는 얼굴의 유미로, 잘 가공된 안나(현주의 영어 이름.-편집자)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수지는 매 순간 초연하다. 이 평온함은 아마도 “타인을 속이고 결국 자신까지 속이는 유미”의 그릇된 확신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안나>에서 수지는 전작보다 훨씬 진중한 에너지로 스스로를 고르게 다듬는다. 유미와 안나, 상반된 둘을 완성한 그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스타트업> 이후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안나>의 어떤 점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나.
= 우선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유미가 이다음엔 또 어떤 선택을 할지 조마조마해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유미의 어린 시절을 감안하면 일련의 선택들이 납득이 가는데 한편으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 씁쓸했고,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내 주변엔 없었으면 하는 인물이긴 한데 그래도 ‘안 걸리고 잘 좀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더라.



- 안나의 삶을 서서히 훔치는 유미를 보면서 유미가 아주 탁월한 연기자라고 생각했다.
= 그렇다. 처음에는 들킬까봐 걱정하는 과도기가 있지만 자신의 겉모습에 넘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게 되네? 쉽네?’ 하고 확신을 갖는다. 스스로를 속여 진짜 ‘안나’가 되어가는 동시에 진짜 자신을 잃어버리는 거다. 그 과정이 재밌었다.


-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파고드는 배우로 알고 있다.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유미가 거짓말할 때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완전한 리플리 증후군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감독님과 같이 심리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그때 유미가 불안장애라는 걸 알았다. 우울증과의 차이를 깨달은 뒤로 어떻게 유미를 그려나가야 할지 확신이 섰다. 그래서 코너에 몰린 듯한 유미의 불안감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 유미의 10대부터 30대까지의 모습을, 그 과정에서 안나라는 전혀 다른 인물의 삶을 사는 순간까지 연기해야 했다. 나이대별로, 그리고 인물별로 어떤 차이를 주려 했는지 궁금하다.
= 10대 시절의 유미는 마냥 밝다.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여왕벌 스타일이고, 관종이다. (웃음) 마레 소품숍에서 일하는 20대의 유미는 완전히 포커스 아웃된 배경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마레에서 촬영할 때도 그냥 계속 일만 한다는 감각으로 임했다. 반면 안나는 항상 완벽을 추구한다. 그래서 AI가 연상될 정도로 표정도, 목소리 톤도 절제하고 인간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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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링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보인다. 안나가 비교적 화려한 의상을 즐겨 입는다면 유미의 의상은 무채색에 가깝다.
= 어떤 의상을 입느냐에 따라 다른 캐릭터가 몸에 장착되는 느낌이었다. 잘 갖춰진 안나의 옷을 입을 땐 걸음걸이부터 달라졌다. 유미의 코트엔 의상팀에서 보풀까지 만들어주었는데 그래서인지 몰입이 더 잘됐다. 유미를 연기할 땐 메이크업 없이 다크서클 같은 걸 그대로 살렸는데, 그랬더니 다소 고단해 보이는 유미가 자연스레 나오더라. (웃음) 안나는 외관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세팅이 되어 있다. 감독님은 특히 안나의 머릿결에 신경을 많이 써주길 바라셨다.



- 샤넬 트위드와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는 안나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 그래서 구두 타이트숏이 많은데 나는 그게 유독 불안정해 보였다. 분명 똑바로 걸었음에도 높은 굽을 신은 발만 잡혀서인지 위태로워 보이는데 그게 오히려 좋더라.


- 모니터를 꼼꼼히 하는 편인가보다.
= 그렇다. 이번 작품을 찍을 땐 다행히 시간 여유가 있어서 더 주의 깊게 살폈다. 


- 여성 캐릭터들과의 관계도 흥미롭다. 명예와 부에 대한 유미의 동경심, 열등감이 현주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지원(박예영)에게도 단순히 좋은 선배라는 감정 이상의 부러움을 느낀다는 인상이다.
= 열등감은 유미가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다. 자신과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현주를 만났을 때 부러워하면서도 현주의 빈틈을 우습게 여긴 것 같다. 그래서 기꺼이 현주처럼 행동하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다. 지원은 유미가 많이 믿고 의지하는 존재다. 그가 곁에 없었다면 유미가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이 사람은 진짜구나’ 생각하며 유미가 스스로를 초라하고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드는 인물이다. 의도치 않게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해서 우리끼리 장난으로 “지원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웃음)


- 지난 2월에 발표한 <Satelite> 뮤직비디오에선 댄서 모니카와 협업했다. 노래와 안무를 전체적으로 고려해 완성된 그림을 내놓는 디렉터로서의 면모를 발휘한 프로젝트였다.
= 사전에 모니카의 안무와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내가 원한 건 미리 짠 안무를 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노래를 듣고 모니카가 프리스타일로 연출해주는 거였다. 부담감을 느끼셨을 법도 한데 흔쾌히 알겠다고 하시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 그 밖에 싸이의 <Celeb>, 강승원의 <널 사랑하니까> 등 최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많이 했다.
= 시기적으로 잘 맞물렸다. 이벤트성 작업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재밌게 했다. 이런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할 땐 대개 상대가 내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고, 또 대중이 내게서 어떤 이미지를 읽어내고 좋아하는지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 <안나>에선 대중이 생각하는 수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인데.
= 그래서 이 작품에 끌린 것도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은 없지만 <안나>의 시나리오를 본 순간 재밌겠다, 내가 성장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묘한 확신이 들었으니까. 나 역시 유미에게 빠졌던 거지. (웃음)



http://naver.me/5RRIQ4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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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수지)가 그토록 훔치고 싶어 하는 현주의 삶은 타인의 기분을 살필 필요도, 가계 사정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부유한 환경에서 그늘 없이 자라온 만큼 누군가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긴다. 언뜻 아무런 문제 없는 화려한 인생처럼 보이지만 현주의 말과 행동에서 정은채는 숨겨진 외로움을 읽었다.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부터 드라마 <파친코>에 이르기까지, 캐릭터의 이면을 살피는 정은채의 눈은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허구에만 머물지 않고 생동감을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 <안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 여성 서사라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보고 자연스럽게 이끌렸다. 마냥 무겁지 않은 전개 방식도 신선했다. 장면 곳곳에 인간의 솔직한 본능이 묻어 있어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다양한 색깔이 혼재한 작품이다.


- 실제로 어린 시절 영국으로 유학 길에 올라 예술대학에 진학했다. 현주와 비슷한 배경과 이력이라 둘이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 <안나>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부터 이주영 감독님으로부터 작품에 대한 구상을 오랫동안 들어왔다. 내가 투영된 부분도 있지만 현주는 나와 많이 다르다. 이기적이고 상대방을 쉽게 자극한다. 다만 어떤 의도를 가진 건 아니고, 순수 악에 가깝다. 조용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나와 달리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현주를 연기하면서 한편으론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일종의 대리 만족이었다. (웃음)


- 현주는 파티를 좋아하고 구설수가 많은 부잣집 딸이다. 반면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은 당당한 변호사(<리턴>), 악령을 믿지 않는 현실적인 형사(<손 the guest>), 강단 있는 총리(<더 킹: 영원의 군주>) 등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라 갭이 크게 느껴진다.
= 현주는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와 많이 다르다. 일부러 촬영 중 쉬는 시간에도 편하고 당당하게 있으려 했다. 평소라면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있는 편인데 현주의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태도를 취했다. 이주영 감독님은 주어진 상황에서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게끔 한다. 현주는 즉흥적이고 유연한 태도가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환경으로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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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롭게 연기하기 위해선 연출자와 대화도 많이 나눠야 했겠다.
= 이주영 감독님은 직접 대본을 쓰고 오랫동안 준비해와서 그런지 장면마다 본인이 상상하는 그림이 확고했다. 그래서 디렉션 받는 과정이 무척 안정적이었다. 동시에 배우의 자율성을 존중해주셔서 대화를 통해 주도적으로 캐릭터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특히 현주는 감정선이 들쑥날쑥하고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 강해서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다양한 연기를 시도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긴장감을 많이 풀어주셨다.


- 시청자는 보통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래서 안나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하고, 또 거짓말이 들킬 위험에 처하면 들키지 않길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현주야말로 피해자 아닌가.
= 현주는 극중 인물을 통틀어 가장 우월한 인생을 살아왔다. 워낙 자기 중심적인 탓에 주변 사람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러다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면서 상상해본 적도 없는 충격을 난생처음 겪게 된다. 그 장면에서 인간적으로 현주가 무척 가엽고 외로워 보였다. 너무 자기 인생에만 몰두하면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어 고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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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면에서 현주는 수동적이다. 가족이 맺어준 결혼을 군말 없이 따르고, 그 결혼이 성사되는 데 3년이 걸려도 조용히 기다린다.
= 현주는 자신을 대신해 누군가가 제시해준 것 중에서 선택해왔기에 수동적인 면이 있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성취한 이들은 그렇게까지 간절한 게 없다. 현주도 삶에서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원하는 모든 걸 쉽게 얻었으니까.


-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통제하며 연기한다. 상황과 감정에 따라 목소리 높낮이부터 명암까지 섬세하게 바뀐다.
= 목소리 톤이나 말투가 그 사람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목소리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현주는 원래 정은채보다 목소리 톤이 한 옥타브 더 높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처음 생각한 대로 목소리가 구현되지 않는다. 생각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처럼, 오히려 그 인물의 성격을 체화할 때 자연스럽게 목소리도 변하게 된다.


- 캐릭터를 체화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나.
= 작품에 그 사람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러면 캐릭터가 이야기 안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물의 성격이나 관계성 등 포지션을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


- 라디오 프로그램 <FM영화음악>을 1년5개월가량 진행했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기술이 필요했을 것 같다.
= 라디오를 진행하기 전 주변으로부터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귀 기울여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라. 보통 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청취자나 초대 손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야 내 안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다. 그러면 대화도 편하게 이어진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려 노력한 시간이 연기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라디오는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매일 출퇴근하는, 루틴 있는 생활은 학생 이후 거의 처음이었다. 많은 이들의 성실한 지속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달았다.


- 데뷔 13년차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 아쉬운 점도 많다. 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다양한 작품에서 각기 다른 인물을 연기할수록 배우로서 더 유연해지고 내면도 강해지는 걸 느낀다. 처음보다 능숙해진 면이 있다면, 이제는 스탭들 얼굴도 보이고 감독님에게 내 의견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워낙 사람들 앞에 서길 두려워하는 성격이었다. 연기가 날 바꿔줬다.



http://naver.me/xGb7Kf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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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에서 박열(이제훈)은 자신을 심문하는 예심판사 다테마스(김준한)에게 “이 사건이 자네 일생일대의 최대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2012년부터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활동을 시작해 매니저도 없이 혼자 오디션을 치른 신인 김준한에게 데뷔작 <박열>은 ‘일생일대의 사건’이 분명했다. 이후 일본어가 능숙한 신인배우를 눈여겨본 민규동, 류승완, 조철현 감독에게 한번씩 선택을 받았고,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PD와는 두 차례 작업하며 ‘안치홍’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준익 감독은 세 차례 그와 함께 작업했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함께 출연한 정우성 역시 자신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에 김준한을 주연으로 세웠다.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매 순간이 중요했다”는 그의 말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드라마 <안나> 역시 매 순간 성장의 발판 삼아 내딛는 김준한의 소중한 한 걸음이라 할 만하다.



- <안나>의 최지훈은 어떤 인물인가.
= 지훈은 ‘난 이렇게 살 거다’라고 스스로 결정한 사람이다.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기준에 반드시 도달하려는 자다. 사람들은 환경적, 상황적 어려움이 생기면 목표를 수정하지만 지훈은 차라리 상황을 수정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이자 권력 지향적인 지훈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무엇을 참고했나.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원래 많았다. 그동안은 그저 관망해왔다면 이번에는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의 행동도 어떤 마음에서 저렇게 표현했을까 상상해보았다. 물론 추리일 뿐이고 결국 내 삶의 경험에 비추어서 이해하게 되긴 하더라. 비상식적인 인물을 연기할 때 그 캐릭터의 호감 요소도 고려하나. 일부러 호감을 느끼게 하려고 하진 않는다. 하지만 잘 관찰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거나 영향력을 끼치려고 노력한다. 다만 그 영향력을 누군가는 공포스러움이나 카리스마로 드러내고, 어떤 사람은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 하는 등 방식의 차이가 있다. 지훈 역시 결국 남들이 자신을 우습게 보지 않게 하려고 권력이 가진 공포를 활용하지만, 마음 한쪽의 얄팍한 자존심은 숨겨지지 않고 삐질삐질 새어나온다. 별것 아닌 것에 빈정 상하는 식으로.


- 드라마 <봄밤>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자존심이 밟혔다’는 이유로 한풀이하는 권기석이 떠오른다. (웃음)
= 맞다. 약간 스며 있다. (웃음) 그래서 캐스팅한 게 아닐까.



- <안나>에는 욕망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두 여자의 욕망은 세밀하게 그려지지만, 지훈은 요약되고 표면적으로 소개되어 해석의 여지가 적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지훈에게서 본 ‘다른 점’은 무엇일까.
= 악역이나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을 맡을 때마다 하는 고민이다. 딱 봐도 나쁘게 표현하면 시청자가 받아들이기 쉬울 거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뒤통수를 너무 많이 맞았는데. (웃음) 혹은 내가 누군가의 뒤통수를 때렸을 수도 있고. 사실 사람들의 민낯은 알 수 없잖나. 일부러 캐릭터의 전형성을 비튼다기보다 ‘지훈은 어떤 고민이 있고, 무엇 때문에 자기를 포장하려고 하는가?’ 이런 것들을 고민했다.


- 얄팍한 자존심이나 하찮음. 그게 당신이 생각한 지훈의 민낯일까.
= 어떤 인물이라도 너무 멋지기만 하거나 너무 악하기만 하면 재미없다. 작품은 캐릭터의 결정적인 순간만을 모아둔 것이지만 모든 인간은 하찮은 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고. 그래서 작품 전체의 큰 맥락을 표현해내면서도 어떤 하찮음 한 스푼을 항상 넣어(웃음)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게 캐릭터를 현실성 있게 만든다고 본다.


- <안나>의 부제처럼 ‘갖고 싶은 이름, 훔치고 싶은 인생’이 있을까.
= 지금 삶에 굉장히 만족한다. 내가 걸어온 길인데도 내 것 같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감사하면서도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는 건가 싶은 어색함이 있다. 난 이미 훔친 것 같은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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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년간 꾸준히 인상적인 캐릭터를 맡아 얼굴을 알리는 중이다. 오히려 다른 배우가 당신의 이름을 훔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 진짜 그런 배우가 있다면 나로선 영광이다. 나 역시 어떤 순간을 굉장히 욕망하고, 나 자신을 몰아붙여서 지금의 내가 되어 있는 거겠지만. 돌아보면 삶의 매 순간이 굉장히 중요했구나 싶다. 이제는 너무 채찍질하지 않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결국 다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PD나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은 당신에게서 ‘이전과 다른 얼굴’을 끌어내고 싶어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얼굴을 상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 너무 감사하다. <안나>의 이주영 감독님도 그런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사실 <안나> 대본이 나에게 와서 좀 놀랐다. 지훈처럼 성공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생 경험도 많고 나이도 더 많은 사람이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고정관념이었다. 감독님한테도 이런 얘기를 했더니 그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지훈이 궁금해서 캐스팅했다며 용기를 주셨다.


- 당신도 지훈처럼 ‘난 이렇게 살 거다’라고 결정한 사람이다. 서른살을 기점으로 음악 활동을 접고 연기를 선택했다. 5년 동안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무명 시절을 견뎠는데 그 짧지 않은 시절을 견딘 힘은 무엇이었나.
= 그저 좋은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계속 부족하다고 느꼈고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바빠서 다른 데 휘둘릴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도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그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을 응원해주는 동료와 선배가 있었다. 잘할 수 있다는 말이 참 별거 아닌데, 그게 정말 하루를 더 살게 해준다. 내가 동생들에게 잔소리가 많은 편인데, 얘기하다 보니 응원을 더 해줘야겠다. (웃음)


- 정우성 감독의 <보호자>에도 주연으로 출연한다. 어떤 이야기인가.
= <보호자> 속 인물들은 전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영화는 벼랑 끝에서 자리 싸움을 하는 이야기다. 나 역시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간을 연기한다. 경계하고 빼앗는 원초적인 동물들의 세계를 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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