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키며 폰이며 다 살려두고 있었지. 연락도 확인 하고.
등 떠밀려서 억지로 다시 조직생활 들어간 것 같지는 않고
결국에 자기가 선택해서 간 것 같아
구씨는 언제든 돌아갈 준비를 늘 해놓고 있었어
내가 짜잔할건데 아직은 아니라는 대사도 있었지.
가서 해야할 주요 과업이 자기 자리에 들어앉아 있던 백사장이란 존재를 다시 걷어내는 건데
사실 큰 과업도 아니야 생각해보면
클럽 씬에서 씹어먹으러 오겠다는 대사나
백사장이 구씨한테 짜치는 작자임을 보여주는 뉘앙스들 보면
그냥 쉬다 돌아가는 느낌으로? 구씨한테는 그냥 거기가 당연한 거야
백사장 만나러 갈 때 건물 안 요리조리 복잡한 길들 스태프 전용 통로도 익숙하게 드나들면서 마치 자기집인 양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진하잖아
이 길은 너무 익숙해서 내가 눈감고도 다니겠다는 듯이 ㅋㅋ
너 나이도 많고 욕심도 많은 거 아니까 그래 내거 그렇게 가지고 싶었으면 가지고 놀고 있어
단 내가 돌아오면 너는 끝이야 이런 느낌인거지..
보통 이 악문 복수나 도전으로 절치부심하여 돌아온 주인공이랑은 다르게
구씨는 그냥 처음부터 힘이 굉장히 세고, 원래 자기 거를 되찾는 것일 뿐이야
근데 자기가 최상위 서열인 거랑은 또 상관없이 그냥 꾸역꾸역 살아내 온 것 같긴 해
최상위인 만큼 지킬것도 잃을 것도 많은데서 오는 피로감에 휩싸인 채로..
지켜야할 것들이 진심으로 소중해서라기 보다는 자리가 주는 책임이 맞겠지
자기는 그냥 가만히 있는데 내거 못뺏어서 안달난 새끼들 지치게 만드는 여자들
이런거로부터 벗어나서 ‘쉬고’ 싶어서
뒷통수 맞았을 때 그래 오히려 이왕 이렇게 된거 다시 갈 때 가더라도 좀 쉬고 있자 이런 마음이었던거야
어차피 내 삶은 여기서 못 벗어나니까
아예 이렇게 수동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있을 듯해
근데 이게 구씨가 미정을 알게 되기 전까지의 전제라는게 문제인 거임
산포와 서울 중에 스스로 결정한다고 하고서 후에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을 때
결국엔 서울로 돌아가서 그 당연한 과업 (백사장 몰아내고 원래 자리 찾아오는 것) 을 끝내는게
진정한 해결이라고 처음에 그렇게 스스로 생각했던 대로 하려고 해
오래 묵혀둔 미뤄왔던 숙제를 하러 가는 느낌으로
물론 염미정을 선택하지 않은 거에 대한 후회도 가슴에 품으면서.
근데 그냥 안고 가야 할 상처다? 이정도의 나쁜 남자로 스스로 타협해버린 느낌이야
결국에는 미정이가 외치는 개새끼의 굴레에서 스스로 못벗어나고 허공을 헤매잖아
그런데 어떤 이유로 다시 염미정과 재회하는 일이 찾아오게 되고
(그 중 하나의 가능성이 염가네 어머니의 죽음 일지도?
상조회사 광고 스포도 그렇고 바다에서 어머니 없이 염가네 넷이서만 찍힌 사진 스포도 그렇고
어머니 장례식장에 구씨가 참석하면서)
재회가 이루어 지는데
거기서 고구마줄기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기도 하고.. 깨달음을 주는?
구씨가 스스로 해결이라고 느꼈던 서울에서의 자리 탈환은
사실 소용없는 허울이고 진정한 해방은 염미정이었던거지
해결하고 뭐하고 이것저것 신경쓸 필요도 없이 염미정은 구씨를 그 자체로 해방시켜버리는 존재였던 거야
염미정을 알기 전에는 어차피 갈 곳 없는 내가 돌아갈 곳은 원래 그 자리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게
염미정을 만나고 나서는 자기가 진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염미정과 함께 있을 때라는 걸
서울로 돌아가서 어렴풋이 후회하며 느끼고 있었던 걸 재회를 통해 확실하게 확인하는 거
염미정이라는 날 쫄게 했던 여자가 있었지.. 그냥 이정도로 품고 지내는 척 살아가려고 했는데
다시 얽히는 순간 밑도 끝도 없이 폭발해버리는 그런 연출도 기대해 봐..ㅎㅎ 이건 순전히 내가 보고픈 그림
여태 궁예 다 틀린거 보면 어머니 아예 안돌아가시고 건강하실 수도 있고 ㅋㅋㅋ
근데 확실한 건 어떤 압력에 의해 구씨가 등떠밀려서 서울로 온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거라는 거야
산포 미정이를 알게 되고 변화해가면서 삶을 재편했어야 하는데
약간은 안일하게 선택했던거지
사랑이었다고 분명히 의식은 했지만 그 크기를 가늠하는데 실패한 거 ㅇㅇ
그 선택을 미정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추앙해줘서 날려 보내준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