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인생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삶에 대한 응원이다.
응원 받아야 할 삶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때론 축복 아닌 한없이 버거운 것임을 알기에,
작가는 그 삶 자체를 맘껏 '행복하라!' 응원하고 싶다.
하나뿐인 아들(동석)과 살가운 말 한마디 섞지 못하는 일흔 중반의 옥동(김혜자),
가진 것이라곤 달랑 만물상 트럭 하나와 모난 성깔뿐인 마흔 초반 솔로인 동석(이병헌)과
남편은 물론 자식 셋을 먼저 보내고, 오래 산 게 분명한 죄라는 걸 증명하는 일흔 초반 춘희(고두심),
하루 이십 시간 생선 대가리를 치고 내장을 걷어내 평생 형제들 뒷바라지하고도 기껏 생색낸다는 말을 듣는 오십 줄의 싱글 은희(이정은),
이혼을 당하고 맨몸으로 고향 제주에 돌아온 선아(신민아),
가난한 집안에서 홀로 잘나 대학을 나왔지만 그래 봤자 월급쟁이 인생에, 골프선수 꿈꾸는 능력 좋은 딸이 있지만 뒷바라지에 허리가 휘고 다리가 꺾인 기러기 아빠 한수(차승원),
해녀로 물질하며 깡 좋아 먹고사는 것은 두려울 것 없지만 무슨 사연인지 누구와도 깊게 사귀려 하지 않는 영옥(한지민)과
큰 욕심 없이 남들 다 서울로 갈 때도 고향 제주와 가족들 지키겠다며 선뜻 뱃꾼으로 남아 고작 욕심이라곤 사랑하는 여자와 제주 이 바닷가에서 단둘이 오손도손 소박한 신혼을 꿈꾼 게 전부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정준(김우빈)에게도,
이 지긋지긋한 제주와 삼촌들(아저씨, 아줌마들이 제주 말로는 다 삼촌),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서울로 대학 가려다 덜컥 발목을 잡혀버린 영주(노윤서)와 현(배현성)이에게도,
자식 잘못 키웠다 욕하는 남들은 그렇다 치자, 죽자 사자 키워 놓은 자식에게 마저도 '아버지가 해준 게 뭐 있냐? 이제부터 내 인생 간섭 마라!' 온갖 악담을 듣고 무너지는 아버지들 방호식(최영준)과 정인권(박지환)은 물론,
부모 형제 남편 자식에게까지 맘 적으로 버려지고 오갈 데 없어 죽고 싶은 맘으로 마지막 실오라기라도 붙잡듯 찾아온 베프(미란의 입장에선) 은희에게 위로는커녕 상처를 받은 미란(엄정화)과
어느 날 아무 영문도 모르고 엄마와 아빠를 떠나 낯선 제주 할머니 집에 떨궈진 여섯 살 은기(기소유)까지.
작가는 무너지지 마라, 끝나지 않았다,
살아있다, 행복하라, 응원하고 싶었다.
따뜻한 제주, 생동감 넘치는 제주 오일장, 차고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14명의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인생 이야기를 옴니버스라는 압축된 포맷에 서정적이고도 애잔하게, 때론 신나고 시원하고 세련되게, 전하려 한다.
여러 편의 영화를 이어보는 것 같은 재미에,
뭉클한 감동까지, 욕심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