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ㅊ https://theqoo.net/dyb/2300440760
- 난 줄곧 나만 생각했어. 나와 내 아이만을 생각하느라 널 잊고 있었어. 미안해.
나라를, 조선을, 백성을 위해 평생을 바친 왕이 먼저 떠나버린 덕임에게 미안하다 했었다.
- 미안해.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대체 누구야?
자기 탓인 줄 알고,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 왕의 사랑을 받아 기어이 왕의 여인이 되어버려서인 줄 알고, 그게 제 탓이기에
- 자가, 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생각시가 아니에요.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어요. 전부 제 스스로 선택한거에요.
하지만 덕임은 이렇게 말했다. 정녕 내키지 않았으면 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쳤을 거라고, 결국 산 옆에 남기로 한 것 또한 제 선택이라고.
- 어째서?
- 은애하는 분의 여인이 되고 싶어서요.
-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덕임은 전부도 아닌 왕의 사랑을 얻는 대신 제 모든 것을 잃을 것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왕의 여인이 되었다.
- 송구하옵니다, 자가. 경희에게도 복연이에게도 미안해요. 하지만 모두가 슬플 걸 알면서도 전 그저 제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었어요.
궁녀로서 감히 꿈꿀 수 없는 행복을 맛보았어요. 그 대가가 죽음일지라도 전 상관없어요.
제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었던 덕임이 왕의 여인이 되어서 겪는 불행을 알면서도 선택했다.
그리고 분명 행복한 날 또한 있었다. 그저 삶이 원래 그렇듯
- 영희야, 안돼 널 이렇게 잃을 수 없어. 안돼..안돼..
- 어서 가세요.
돌아가.. 덕임아..
.
.
.
- 영희가 하늘에서 날 원망할까?
승은을 내린 후 열흘 뒤에 온 산이 아직도 자기를 원망하느냐 물은 적이 있다.
- 영희가 누군가를 원망할 아이가 아니라는 건 자가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덕임은 그 때 원망하지 않는다 하였다. 그저 전하를 기다렸다고 했다.
- 자가, 사실 영희는 어딘가에 살아있는 거 아닐까요?
왜, 그런 소설도 있잖아요,
약을 먹고 죽은 척을 했다가 되살아나서 은애하는 정인과 멀리 떠나는 이야기.
옛날에 자가께서 해주셨던 이야기인데, 기억 안 나세요?
허튼소리인 건 알아요. 전 그냥..
정인과 멀리 떠나는 이야기는 덕임이 먼저 한 얘기였다.
- 복연이 말이 맞아요.
영희는 먼저 가서 우리를 기다리는 거에요.
죽은 이가 먼저 가서 기다리는 이야기를
- 기다리다니?
- 어려서 다 같이 약조했잖아요.
나중에 호호할머니되어 출궁하게 되면, 새책방 가까이 집을 짓자고.
밤새도록 군밤이나 구워먹으며 소설이나 잔뜩 읽자고.
영희는 지금 그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거에요.
- 그럼 다시 만날 수 있겠네?
그리고 산과 덕임은 다시 만났지 않은가?
- 그럼요. 아, 영희는 정인이 있었지.
그 망할 별감놈이 좋다구 우리랑 안 살면 어쩌죠?
덕임에게도 정인이 있지 않은가?
- 배신은 없어. 머리채를 잡아와서라도 끌고 와야지.
- 영희가 먼저 떠나고, 이제 우리 셋이 남았어요.이제 더 이상 새치기는 없어요.
아무도 먼저 가기 없기에요.
- 어기면, 어찌되는데?
이때 이미 덕임은 제가 어길 것을 알고 있었을까?
- 몰라요. 아무튼 안돼요. 절대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