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fycat.com/MammothAdvancedIchthyostega
이진욱 공승연
https://theqoo.net/2323643058
활솔궁예 연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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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youtu.be/462yK7X0vys
https://gfycat.com/FirmAgileAnura
이곳입니다. 수하의 말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군락들에 시선을 고정한 장군이 을태를 향해 재차 물었다.
- 이곳이 맞느냐.
- 예, 이들이 불가살을 모신다 했으니 저들이 알것입니다.
앞장서 나아가는 아비를 뒤로하고 을태는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 계집, 사내아이. 두 사람을 먼저 죽여야했다. 불가살을 모신다 했으니, 분명 어디 있는지 알려주려 하진 않으리라. 그렇다면 제 무정한 아비는 저 천것들을 모두 죽일게 뻔했다. 한 통 속이라 외치며.
https://img.theqoo.net/TKuHI
- 누구십니까!
마을 가까이로 다가오는 군장을 찬 무리에 무녀가 다가오는 불길함을 감지하고 앞장서 나섰다.
https://img.theqoo.net/GjAci
- 이분은 고려의 장수, 윤찬 장군이다. 예를 갖추어라!
장군이란 말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경계를 하면서도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무녀는 조금의 무너짐 없이 사람들을 보호하듯 가장 앞에 섰다.
- 너희가 귀물 따위를 모신다 들었다. 불가살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 불가살을 찾지 마십시오. 그분의 저주를 받게 되실 겁니다. 어젯밤 꾸었던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은 무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조아리며 외쳤다.
- 높으신 분께서 이런 곳은 어쩐 일이십니까!
자신의 애원이 닿기를 바라면서. 그때 을태가 외쳤다.
- 아버지, 불가살이 아우를 죽였습니다. 그들을 모시는 이들도 한패가 아니라 어찌 여기십니까!
을태의 외침에 장군의 이가 으득 갈렸다.
- 그 귀물새끼가 내 아들을 죽였다. 어서 불가살이 어디 있는지 말하거라! 아니면 정녕 너희도 그 귀물과 한패이더냐!
- 불가살님의 노여움을 사시면 아니됩니다!
- 안되겠구나, 이들 모두를 포박하라! 단 한명도 남겨두어서는 안된다!
장군!
단말마디를 외치며 저를 붙잡으려는 병사들에게서 몸부림치던 무녀의 눈이 흰자위를 드러내며 고함을 질렀다.
- 어리석은 이들이 스스로 업보를 짊어지려 하는구나! 불가살의 저주를 받는 자,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과 가는 모든 길이 폐허일 것이니!
https://img.theqoo.net/ujTjD
무녀의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매서운 칼날이 그녀의 몸을 가로질렀다.
- 어머니!
활가살에게서 도망치듯 마을로 내려온 솔이 비명과 함께 무녀를 향해 달려왔다. 그 위로 소년이 막아서듯 두 팔로 병사들을 막아섰다. 숨이 넘어가는 무녀를 끌어안은 채 솔이 두 눈에 핏발을 세우고 외쳤다
https://gfycat.com/SmallSnappyIberianchiffchaff
- 이 무슨 귀물과 같은 짓입니까! 아무 죄도 없는 자를 죽여도 되는 것이오!
- 불가살은 내 아들을 죽였다! 헌데 그들과 한패인 너희들을 나는 죽여서는 안되느냐!
이미 아들을 잃은 분노에 이성을 잃은 장군은 다시 한번 칼날을 솔의 목 끝에 가져다 댔다.
- 허니 대라. 그 귀물이 어디 있는지.
https://gfycat.com/EnchantedUnpleasantGnat
https://gfycat.com/RemorsefulSecondaryHoneybee
그때 을태와 시선을 마주친 솔의 두 눈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거짓말. 거짓말이구나. 그녀는 저 얼굴을 기억했다. 바위로 한 사내를 내리치던 자. 불가살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때 자신과 동생도 다칠 뻔 했던 것을. 동시에 을태의 칼날이 소년의 목에 닿았다
거짓이라는 것을 고하는 순간 동생의 목이 뚫릴 것이 분명했다.
- 어서 사실대로 고하거라.
저가 죽인 것을 불가살님께 뒤집어 씌웠어. 솔이 입을 열려 할 때였다. 식어가는 어미에게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그녀의 목구멍을 짓눌렀다.
- 안된다, 불가살님을 배신해서는 안돼.
- 어머니.
https://gfycat.com/DrearyHotFugu
반항하다 죽어가는 널부러진 마을 사람들과 병사에게 묶여 끌려가는 사람들을 돌아보던 솔이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입을 떼려했다. 으악, 어디선가 터진 비명이 점차 가까워졌다. 그걸 보자마자 을태는 이를 악물고 순식간에 소년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 안돼!
무너지는 제 동생을 향해 손을 뻗던 솔이 베어진 것도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 제 아들의 갑작스런 행보와 점차 가까워지는 비명에 시선을 돌린 장군의 시야에 두 눈을 붉게 형형이 빛내는 자가 제 병사 하나를 입으로 물어 뜯어내는 것이 보였다.
- 불, 불가살이다!
https://gfycat.com/PassionateBlueHarrier
병사들의 외침과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병사들에 장군의 수하가 외쳤다. 퇴각하라! 어느새 장군의 곁에 있던 을태는 이미 모습을 감춘 후였다. 무너지는 솔의 핏물이 만들어낸 물웅덩이 위로 언제부터 붙어 있었는지 모를 선홍빛 동백꽃 한 송이가 떨구어졌다.
https://img.theqoo.net/uDpyv
- ...불가살님.
오직 솔만 보이는 듯 도망치는 장군과 병사들을 두고 활가살은 다급히 솔을 품에 그러안았다. 울컥 피가 솟는 상처를 떨리는 손으로 꾸욱 누르며.
https://gfycat.com/RelievedFarflungIrishwolfhound
- 왜, 너를.
- 숲을 불태우고, 불가살을 죽인다고 했습..니다. 아들을 불가살이 죽였, 다고....그분께 도망치라고.
- 아들을 불가살이.
내가 죽인 것인가. 활가살은 온몸에 거스름이 핀 기분이었다. 긁어내고 긁어내도 다시 올라와 그를 괴롭히는. 저로 인해 이 여자가 이리되었다는 것이 끔찍했다. 우습지, 한번이라도 인간을 죽이는 것을 머뭇거렸던가. 활가살은 스스로를 매몰차게 비웃었다.
- 불가살님 탓이, ...아닙니다.
- 말하지 마라.
- 그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니. 숨이 넘어갈 듯 거칠어진 솔의 호흡에 활은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렸다. 목울대에 무언가 걸린 듯 목이 막힘을 느꼈다. 그 틈을 비집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응축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독하게 낮고 거칠게.
- 죽지 마라.
- 그분께 도망치라고..., 어서 도망치라고.
나를 봐라, 나를. 이 순간에도 저가 아닌 권가살을 향해 말하는 솔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점점 식어가는 솔에 활가살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건 본능적인 것이었다.
https://gfycat.com/ThisNervousBlackwidowspider
제 것을 놓지 않으려는 발악. 활가살이 솔의 한쪽 손가락에 깊숙이 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손바닥을 마주하고 그는 울부짖었다. 바싹 말라가는 입술은 찢어졌지만, 그녀의 피웅덩이도 그에게 갈증을 주지 못했다.
https://img.theqoo.net/ChDWV
- 죽어도, 다시 태어나도, 나를 잊지 마라.
점점 희미해지는 솔의 초점을 제게로 돌리며, 그녀의 힘을 잃은 손가락에 손가락을 더욱 깊숙이 집어넣으며 활가살은 몇 번이고 빌었다. - 나를 알아봐라. 우린 다시 만날 테니. 불가살이 지닌 축복 아닌 저주 같은 것. 무엇도 잊지 않는 것.
잊혀질 혼이 없으니 갖고 태어난 능력. 자신의 이 능력이 인간에게 어찌 박힐지 모르니 활은 그저 바랄 뿐이었다.
- 부디, 나를 잊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솔의 다른 한 손이 바닥을 향해 떨구어졌다. 식어버린 솔을 부여잡고 활가살은 한참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https://gfycat.com/TangibleHardtofindDragonfly
그는, 죽고 싶었다.
몇 번이고 솔을 쥐었다, 풀기를 반복하던 활가살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히곤 몸을 일으켰다. 한 손에는 칼을 쥔 채.
https://gfycat.com/OffensiveGlamorousAracari
- 왜...?
그런 그를 향해 처절한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한발 늦은 권가살이었다. 폐허가 된 마을과 죽어 널부러져 있는 마을 사람들.
https://gfycat.com/CelebratedBoilingCornsnake
붉은 화마가 잡아먹어 검게 그을린 곳곳까지. 망연자실한 권가살의 두 눈에 핏줄이 서고 턱이 파르르 떨렸다.
- 니가, 기어이 니가!
칼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활가살을 향해 권가살이 단도를 빼들었다. 이 마을만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 아이가 있으니까.
https://gfycat.com/GrossSelfreliantAfricanpiedkingfisher
활가살과 솔이 함께 있는 것을 보면 속이 미식거렸지만, 그럼에도 솔로 인해 그가 갈증을 덜 느끼고 인간을 구하기까지 했으니까. 헌데, 헛된 것이었다. 활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잡으려던 그의 손바닥을 관통한 매서운 칼날로 인해 무감해진 통증에도 그는 이를 악물었다.
https://gfycat.com/BestBigheartedIbadanmalimbe
- 니가 지나는 모든 길이 폐허로 가득하고, 업보에 짓눌려 숨을 쉬는 모든 순간 고통받을 것이야!
우습게도, 손을 완전히 관통한 검날을 보면서도, 제게 저주를 토해내는 권가살을 보면서도 활은 한가지 생각만 했다. 아이에게 칼을 준 자가 너였구나.
https://gfycat.com/DimpledDisloyalHoneybadger
숨을 쉬는 모든 순간이라. 죽지 않는 불가살에게 이보다 더한 저주가 있을까. 허나 그녀의 저주는 그에게 우스운 것이었다. 이미, 그는 숨 쉬는 것이 버거우니. 숨통을 끊어내고 싶을 만큼.
- 이 상흔을 잊지 마라. 지워지지 않을 저주이며 너의 업보이니.
- ...비켜라.
순식간에 그저 손바닥에서 칼을 뽑아버린 활가살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마냥 칼을 바닥에 던지듯 떨구었다. 그리고 나아갔다. 그런 그를 붙잡은 건 권가살이 쥔 더 큰 대검이었다. 완전히 그의 가슴을 관통한 칼에 그제야 그는 무너졌다.
- 왜, 그들을 죽였느냐. 아무 죄 없는 이들을!
활가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담지 않은 시선을 허공에 던질 뿐이었다. 모든 것이 부질없고, 지쳤다. 당장 제 몸통을 꿰뚫은 칼을 뽑아내야 하는 것이 옳으나 그러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계속 이렇게 피를 뿜어내다 죽을 수 있다면. 그걸 바랐다.
권가살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는 완전 질린 표정을 하고는 마을로 시선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체념했다. 저 자는 원래부터 저런 자였으니까. 놓지 못하던 마음 한 켠이 폭우에 무너진 바위처럼 부서진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저는 활가살을 다시 찾으리라. 어처구니없게도, 이리 분노하고 원망해도 결국 원점이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반복된. 아무리 원망스러워도 그는 저와 한 쌍이니. 그저 잠시 이렇게 저도, 그도 멀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할 뿐.
https://gfycat.com/BlindFrayedBantamrooster
그래서 권가살은 그를 두고 자리를 벗어났다. 언제나 그러했듯 아프고 무너진 마음 한 켠을 움켜쥐고, 다독이며. 그것은 인간들 때문이기도 했으며, 활가살 탓이기도 했다. 하룻밤이 지나고, 두 번째 밤이 땅을 짓밟으며 기어왔다. 마치 을태처럼.
https://gfycat.com/SplendidVagueGreathornedowl
피투성이가 된 채로 움직이지도, 죽지도 않는 활가살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을태가 더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슬그머니 다가간 건, 솔이 죽고 이틀이 지나서였다. 을태는 두 눈을 빛내며 활가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 피를 흘리면서도 식지 않은 피부, 단단한 몸과 생명력까지.
https://gfycat.com/MealyCompleteCapeghostfrog
그의 뺨을 매만지며 을태는 하염없이 애원했다. - 일어나보세요. 제발. 말씀해주세요. 매일 당신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늘 기다렸습니다. 천한 아랫것들도 잘만 사는데. 나처럼 고귀한 자가 병약하게 살다 죽는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https://gfycat.com/ComfortableInexperiencedGuppy
뺨 위를 벌레가 기어가는 기분에 희미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린 활은 진정 억울하다는 듯 파르르 떠는 을태를 가만히 바라봤다.
- 그러니 알려주세요. 당신처럼 되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나처럼이라. 죽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이런 귀물이 되고 싶다니.
https://gfycat.com/WavyGrayEwe
짐승 소리와 함께 을태의 가슴을 꿰뚫은 활은 그대로 그 몸뚱아리에서 혼옥을 빼앗았다. 걷잡을 수 없는 갑작스런 고통에 온몸이 검게 변하고 숨도 쉬지 못하며 몸부림치는 을태를 두고 활은 혼옥을 움켜쥐었다. 그리 갖고 싶다면, 느껴보아라. 그 삶의 무의미를.
제 손바닥에 새겨지는 혼이라는 글자에 몸이 순식간에 식어가기 시작했다. 을태의 비명은 들리지도 않았다. 죽어가는 기분은 이런 것이구나. 이것을 네가, 느꼈겠구나.
혼옥이 스며든 손이 아닌 다른 한 손으로 시선을 옮긴 활가살은 이제는 완전히 시들어 쭈그러든 붉은 동백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나는 인간이 되어야겠다. 오로지 너와 함께 죽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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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입니다. 수하의 말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군락들에 시선을 고정한 장군이 을태를 향해 재차 물었다.
- 이곳이 맞느냐.
- 예, 이들이 불가살을 모신다 했으니 저들이 알것입니다.
앞장서 나아가는 아비를 뒤로하고 을태는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 계집, 사내아이. 두 사람을 먼저 죽여야했다. 불가살을 모신다 했으니, 분명 어디 있는지 알려주려 하진 않으리라. 그렇다면 제 무정한 아비는 저 천것들을 모두 죽일게 뻔했다. 한 통 속이라 외치며.
https://img.theqoo.net/TKuHI
- 누구십니까!
마을 가까이로 다가오는 군장을 찬 무리에 무녀가 다가오는 불길함을 감지하고 앞장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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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분은 고려의 장수, 윤찬 장군이다. 예를 갖추어라!
장군이란 말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경계를 하면서도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무녀는 조금의 무너짐 없이 사람들을 보호하듯 가장 앞에 섰다.
- 너희가 귀물 따위를 모신다 들었다. 불가살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 불가살을 찾지 마십시오. 그분의 저주를 받게 되실 겁니다. 어젯밤 꾸었던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은 무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조아리며 외쳤다.
- 높으신 분께서 이런 곳은 어쩐 일이십니까!
자신의 애원이 닿기를 바라면서. 그때 을태가 외쳤다.
- 아버지, 불가살이 아우를 죽였습니다. 그들을 모시는 이들도 한패가 아니라 어찌 여기십니까!
을태의 외침에 장군의 이가 으득 갈렸다.
- 그 귀물새끼가 내 아들을 죽였다. 어서 불가살이 어디 있는지 말하거라! 아니면 정녕 너희도 그 귀물과 한패이더냐!
- 불가살님의 노여움을 사시면 아니됩니다!
- 안되겠구나, 이들 모두를 포박하라! 단 한명도 남겨두어서는 안된다!
장군!
단말마디를 외치며 저를 붙잡으려는 병사들에게서 몸부림치던 무녀의 눈이 흰자위를 드러내며 고함을 질렀다.
- 어리석은 이들이 스스로 업보를 짊어지려 하는구나! 불가살의 저주를 받는 자,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과 가는 모든 길이 폐허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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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의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매서운 칼날이 그녀의 몸을 가로질렀다.
- 어머니!
활가살에게서 도망치듯 마을로 내려온 솔이 비명과 함께 무녀를 향해 달려왔다. 그 위로 소년이 막아서듯 두 팔로 병사들을 막아섰다. 숨이 넘어가는 무녀를 끌어안은 채 솔이 두 눈에 핏발을 세우고 외쳤다
https://gfycat.com/SmallSnappyIberianchiffchaff
- 이 무슨 귀물과 같은 짓입니까! 아무 죄도 없는 자를 죽여도 되는 것이오!
- 불가살은 내 아들을 죽였다! 헌데 그들과 한패인 너희들을 나는 죽여서는 안되느냐!
이미 아들을 잃은 분노에 이성을 잃은 장군은 다시 한번 칼날을 솔의 목 끝에 가져다 댔다.
- 허니 대라. 그 귀물이 어디 있는지.
https://gfycat.com/EnchantedUnpleasantGnat
https://gfycat.com/RemorsefulSecondaryHoneybee
그때 을태와 시선을 마주친 솔의 두 눈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거짓말. 거짓말이구나. 그녀는 저 얼굴을 기억했다. 바위로 한 사내를 내리치던 자. 불가살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때 자신과 동생도 다칠 뻔 했던 것을. 동시에 을태의 칼날이 소년의 목에 닿았다
거짓이라는 것을 고하는 순간 동생의 목이 뚫릴 것이 분명했다.
- 어서 사실대로 고하거라.
저가 죽인 것을 불가살님께 뒤집어 씌웠어. 솔이 입을 열려 할 때였다. 식어가는 어미에게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그녀의 목구멍을 짓눌렀다.
- 안된다, 불가살님을 배신해서는 안돼.
- 어머니.
https://gfycat.com/DrearyHotFugu
반항하다 죽어가는 널부러진 마을 사람들과 병사에게 묶여 끌려가는 사람들을 돌아보던 솔이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입을 떼려했다. 으악, 어디선가 터진 비명이 점차 가까워졌다. 그걸 보자마자 을태는 이를 악물고 순식간에 소년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 안돼!
무너지는 제 동생을 향해 손을 뻗던 솔이 베어진 것도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 제 아들의 갑작스런 행보와 점차 가까워지는 비명에 시선을 돌린 장군의 시야에 두 눈을 붉게 형형이 빛내는 자가 제 병사 하나를 입으로 물어 뜯어내는 것이 보였다.
- 불, 불가살이다!
https://gfycat.com/PassionateBlueHarrier
병사들의 외침과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병사들에 장군의 수하가 외쳤다. 퇴각하라! 어느새 장군의 곁에 있던 을태는 이미 모습을 감춘 후였다. 무너지는 솔의 핏물이 만들어낸 물웅덩이 위로 언제부터 붙어 있었는지 모를 선홍빛 동백꽃 한 송이가 떨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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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살님.
오직 솔만 보이는 듯 도망치는 장군과 병사들을 두고 활가살은 다급히 솔을 품에 그러안았다. 울컥 피가 솟는 상처를 떨리는 손으로 꾸욱 누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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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너를.
- 숲을 불태우고, 불가살을 죽인다고 했습..니다. 아들을 불가살이 죽였, 다고....그분께 도망치라고.
- 아들을 불가살이.
내가 죽인 것인가. 활가살은 온몸에 거스름이 핀 기분이었다. 긁어내고 긁어내도 다시 올라와 그를 괴롭히는. 저로 인해 이 여자가 이리되었다는 것이 끔찍했다. 우습지, 한번이라도 인간을 죽이는 것을 머뭇거렸던가. 활가살은 스스로를 매몰차게 비웃었다.
- 불가살님 탓이, ...아닙니다.
- 말하지 마라.
- 그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니. 숨이 넘어갈 듯 거칠어진 솔의 호흡에 활은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렸다. 목울대에 무언가 걸린 듯 목이 막힘을 느꼈다. 그 틈을 비집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응축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독하게 낮고 거칠게.
- 죽지 마라.
- 그분께 도망치라고..., 어서 도망치라고.
나를 봐라, 나를. 이 순간에도 저가 아닌 권가살을 향해 말하는 솔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점점 식어가는 솔에 활가살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건 본능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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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것을 놓지 않으려는 발악. 활가살이 솔의 한쪽 손가락에 깊숙이 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손바닥을 마주하고 그는 울부짖었다. 바싹 말라가는 입술은 찢어졌지만, 그녀의 피웅덩이도 그에게 갈증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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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도, 다시 태어나도, 나를 잊지 마라.
점점 희미해지는 솔의 초점을 제게로 돌리며, 그녀의 힘을 잃은 손가락에 손가락을 더욱 깊숙이 집어넣으며 활가살은 몇 번이고 빌었다. - 나를 알아봐라. 우린 다시 만날 테니. 불가살이 지닌 축복 아닌 저주 같은 것. 무엇도 잊지 않는 것.
잊혀질 혼이 없으니 갖고 태어난 능력. 자신의 이 능력이 인간에게 어찌 박힐지 모르니 활은 그저 바랄 뿐이었다.
- 부디, 나를 잊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솔의 다른 한 손이 바닥을 향해 떨구어졌다. 식어버린 솔을 부여잡고 활가살은 한참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https://gfycat.com/TangibleHardtofindDragonfly
그는, 죽고 싶었다.
몇 번이고 솔을 쥐었다, 풀기를 반복하던 활가살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히곤 몸을 일으켰다. 한 손에는 칼을 쥔 채.
https://gfycat.com/OffensiveGlamorousAracari
- 왜...?
그런 그를 향해 처절한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한발 늦은 권가살이었다. 폐허가 된 마을과 죽어 널부러져 있는 마을 사람들.
https://gfycat.com/CelebratedBoilingCornsnake
붉은 화마가 잡아먹어 검게 그을린 곳곳까지. 망연자실한 권가살의 두 눈에 핏줄이 서고 턱이 파르르 떨렸다.
- 니가, 기어이 니가!
칼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활가살을 향해 권가살이 단도를 빼들었다. 이 마을만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 아이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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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가살과 솔이 함께 있는 것을 보면 속이 미식거렸지만, 그럼에도 솔로 인해 그가 갈증을 덜 느끼고 인간을 구하기까지 했으니까. 헌데, 헛된 것이었다. 활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잡으려던 그의 손바닥을 관통한 매서운 칼날로 인해 무감해진 통증에도 그는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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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 지나는 모든 길이 폐허로 가득하고, 업보에 짓눌려 숨을 쉬는 모든 순간 고통받을 것이야!
우습게도, 손을 완전히 관통한 검날을 보면서도, 제게 저주를 토해내는 권가살을 보면서도 활은 한가지 생각만 했다. 아이에게 칼을 준 자가 너였구나.
https://gfycat.com/DimpledDisloyalHoneybadger
숨을 쉬는 모든 순간이라. 죽지 않는 불가살에게 이보다 더한 저주가 있을까. 허나 그녀의 저주는 그에게 우스운 것이었다. 이미, 그는 숨 쉬는 것이 버거우니. 숨통을 끊어내고 싶을 만큼.
- 이 상흔을 잊지 마라. 지워지지 않을 저주이며 너의 업보이니.
- ...비켜라.
순식간에 그저 손바닥에서 칼을 뽑아버린 활가살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마냥 칼을 바닥에 던지듯 떨구었다. 그리고 나아갔다. 그런 그를 붙잡은 건 권가살이 쥔 더 큰 대검이었다. 완전히 그의 가슴을 관통한 칼에 그제야 그는 무너졌다.
- 왜, 그들을 죽였느냐. 아무 죄 없는 이들을!
활가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담지 않은 시선을 허공에 던질 뿐이었다. 모든 것이 부질없고, 지쳤다. 당장 제 몸통을 꿰뚫은 칼을 뽑아내야 하는 것이 옳으나 그러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계속 이렇게 피를 뿜어내다 죽을 수 있다면. 그걸 바랐다.
권가살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는 완전 질린 표정을 하고는 마을로 시선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체념했다. 저 자는 원래부터 저런 자였으니까. 놓지 못하던 마음 한 켠이 폭우에 무너진 바위처럼 부서진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저는 활가살을 다시 찾으리라. 어처구니없게도, 이리 분노하고 원망해도 결국 원점이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반복된. 아무리 원망스러워도 그는 저와 한 쌍이니. 그저 잠시 이렇게 저도, 그도 멀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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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권가살은 그를 두고 자리를 벗어났다. 언제나 그러했듯 아프고 무너진 마음 한 켠을 움켜쥐고, 다독이며. 그것은 인간들 때문이기도 했으며, 활가살 탓이기도 했다. 하룻밤이 지나고, 두 번째 밤이 땅을 짓밟으며 기어왔다. 마치 을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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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가 된 채로 움직이지도, 죽지도 않는 활가살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을태가 더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슬그머니 다가간 건, 솔이 죽고 이틀이 지나서였다. 을태는 두 눈을 빛내며 활가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 피를 흘리면서도 식지 않은 피부, 단단한 몸과 생명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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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뺨을 매만지며 을태는 하염없이 애원했다. - 일어나보세요. 제발. 말씀해주세요. 매일 당신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늘 기다렸습니다. 천한 아랫것들도 잘만 사는데. 나처럼 고귀한 자가 병약하게 살다 죽는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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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위를 벌레가 기어가는 기분에 희미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린 활은 진정 억울하다는 듯 파르르 떠는 을태를 가만히 바라봤다.
- 그러니 알려주세요. 당신처럼 되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나처럼이라. 죽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이런 귀물이 되고 싶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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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소리와 함께 을태의 가슴을 꿰뚫은 활은 그대로 그 몸뚱아리에서 혼옥을 빼앗았다. 걷잡을 수 없는 갑작스런 고통에 온몸이 검게 변하고 숨도 쉬지 못하며 몸부림치는 을태를 두고 활은 혼옥을 움켜쥐었다. 그리 갖고 싶다면, 느껴보아라. 그 삶의 무의미를.
제 손바닥에 새겨지는 혼이라는 글자에 몸이 순식간에 식어가기 시작했다. 을태의 비명은 들리지도 않았다. 죽어가는 기분은 이런 것이구나. 이것을 네가, 느꼈겠구나.
혼옥이 스며든 손이 아닌 다른 한 손으로 시선을 옮긴 활가살은 이제는 완전히 시들어 쭈그러든 붉은 동백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나는 인간이 되어야겠다. 오로지 너와 함께 죽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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