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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악의마음 [김선영의 드라마토피아] 악의 시대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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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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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PCgaN

1999년, 영웅파라 불리는 범죄조직이 동료조직원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다. 살해 뒤 시신을 훼손한 방식이 너무도 처참했던 이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다.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주인공인 송하영(김남길) 형사가 임무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 자체는 가공된 이야기이나, 그 토대는 현실임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대한민국 첫 프로파일러 팀의 탄생기를 담은 동명의 논픽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주목할 것은 극의 시기적 배경이다. 이야기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1990년대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범죄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범죄 대부분은 동기가 뚜렷했지만, 이 시기부터는 범죄의 반사회성, 반인간성이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충동적이고 무차별적이고 더 흉포화된 범죄들이 늘어나던 시기였다. 드라마에 언급된 영웅파 살인사건을 비롯해 지존파 사건, 막가파 사건 등 이 시기의 강력범죄들은 하나같이 반인간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참혹한 시신 훼손을 동반했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는 잔혹성에 사람들은 ‘엽기’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극 중에 삽입된 영웅파 사건 뉴스에서도 “엽기적인 살인사건”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이처럼 불가해할 정도로 인간성 말살의 극치를 보이는 사건이 급증하던 시절, 그 악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자들의 이야기다. 범행 동기가 명확했던 시절에는 범인을 잡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달라진 악의 시대는 새로운 질문을 요구했다. 단지 범인이 누구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이런 범죄가 일어났는지 총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기존의 전통적 수사방식으로 해결하기 힘든 유형의 범죄를 파헤치기 위해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드라마는 실존 인물인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를 모델로 한 송하영 형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사방식이 도입되는 과정과 달라진 접근법을 통한 악의 통찰을 그린다.

극 중 송하영과 범죄행동분석팀이 해결한 첫 사건이 그러한 접근법을 잘 보여준다. 때는 2000년, “새 천년이 열렸다”는 뉴스와 함께 시작된 화면은 가족 나들이 중이던 5세 여아가 유괴당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중년 남자의 말에 해맑게 일어선 아이는 며칠 뒤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그것도 일부만 발견되었다. 어린아이에게 저지른 짓이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잔혹한 사건에 경찰도 충격을 받는다. 드라마는 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범죄행동분석팀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한 생명의 안타까운 상실을 대하는 사회를 들여다본다.

성과 먼저 생각하는 경찰, 자극적 보도로 판매 부수 늘리기에 열심인 기자, 장사가 더 급한 여관 주인 등 비극적 죽음에 대한 애도보다는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흉악한 범죄보다 더 절망적이다. 말하자면 5세 아동 살인사건은 공감능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시대를 관통하는 사건이다. 그 악의 정점에 아동 살인사건의 진범 조현길,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유영철 같은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진정한 기자정신을 보여주는 유일한 인물인 최윤지(공성하) 기자의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어쩜 우리가 잃은 것은 천사 같은 한 명의 아이만이 아니라 인간은 선해야 한다는 말과 인간성일지도 모른다.”

범인을 잡고 하나의 사건을 일단락하는 기존 수사물과 다르게 피해자 유족의 아픔을 잊지 않는 묘사도 주제를 완성한다. 진범이 검거된 뒤 송하영은 유족의 집 앞에 국화와 피해 아동의 사진을 두고 애도를 표한다. 이는 송하영의 프로파일링 수사가, 인간성을 상실한 악인들의 정반대편에서 우리 사회가 복원해야 할 공감의 가치를 포함한 행위임을 말해준다.

좋은 수사물은 범죄를 통해 시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그런 면에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더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김선영 TV평론가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125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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