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옷소매 리뷰라 하기에는 부끄러운 잡담/망상 (작성 중)
1,167 9
2021.12.29 23:19
1,167 9

그냥 망상처럼 쓰는 글이야. 너그러이 봐줘 ㅋㅋ




덕임은 늘 생각이 많은 궁녀였다.
생각이 많고 또 영민하기도 하였다. 빠릿빠릿 야무지게 일 잘하고 구중궁궐을 어지간한 상궁들 이상으로 잘 파악하고 있는데다 지밀 나인들 특유의 잘난 체도 없었다. 또 의외로 입이 무거워, 함께 일하는 나인들은 대부분 덕임을 좋아했다. 비록 소주방에서 밤을 서리하는 일이나 누군가의 버선에 개구리알을 잔뜩 넣는 장난을 위해 그 머리가 작동하는 일이 잦아서 문제일 따름이었다.

덕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농간이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글이나 책을 필사하는 것이 좋았다. 서고의 창 밖에서 들려오는 옥음을 따라 적으며 내용을 깨닫는 것도 즐거웠다. 세상 무섭고 두려운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나인으로서 당연히 웃전들이야 경외하였으나, 기본적으로 그들은 닿지 않는 하늘, 잡히지 않는 바람 같은 이들이었다.

어린 시절, 흉흉한 분위기의 서고에서 병풍 뒤에 숨어 책을 찢어낼 때조차 사실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함께 밤길을 걸었던 배동아이를 가끔 생각하긴 했지만 알 바 아니었다. 세손을 연못에 빠뜨렸을 때도 일단 아무 일도 없음에 안도하고 이 망할 반성문만 써 내면 이대로 조용한 서고를 청소하며 있는 듯 없는 듯 동무들과 함께 살아갈 자신이 있었다.
가끔 서고에 오는 키 크고 잘난 척이 심한 겸사서 나으리는 소문만큼 대단한 미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세손과 함께 이 겸사서가 처벌 받을까봐 주상전하까지 알현해서 빌었더랬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때까지도 덕임은 그렇게까지 생각을 많이 하면서도 여전히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을 하지 않았다.

첫번째로 머리가 새하얘졌던 순간은 그 겸사서가 누구인지 알았을 때 였다. 그동안 그에게 했던 언행들을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지만, 화가 나기도 했다. 거기다 반성문 때도 느꼈지만, 세손은 정말로 빡빡한 사람이었다. 제왕이 될 분들은 다들 이렇게 말은 안 하면서 어쩌고 저쩌고 짜증을 내다 버럭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가뜩이나 많은 생각들이 더 많아졌다. 그닥 안 하고 살았던 고민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뭐 이런 걸 하나 싶던 계례는 작은 설레임 한 조각도 남기지 못 하고 끝나버렸다. 댕기머리를 새앙머리로 올리며 덕임은 한번 더 결심했다. 역시 이대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야겠다고.

그러나 마냥 커다란 산 같던 그 사람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이루고 싶어 참는 것이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견딘다는, 언젠가는 힘이 생길 거고 그 힘으로 수많은 이들을 도울 것이라는 간절한 소망과 그저 곁에 있어달라는 속삭임에 마음의 문이 열려 버렸다. 그 눈물을 닦아주고 터진 입술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비록 일개 나인이지만 그를 정말로 지켜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덕임은 이것이 자신의 충심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물에 빠져버렸다. 




처음에는 한두 단락이면 될 줄 알았는데, 
원래 15회의 용포 소매 잡는 장면 때문에 마음이 동했던 건데,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일단은 여기까지만...
이 글에다 그냥 조금씩 마저 쓸게 ㅎ 막방 전까지는 다 써야지...
막방은 울면서 볼 테니 ㅠㅜ

읽어줬다믄 너무 고마워!

목록 스크랩 (0)
댓글 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돌비 코리아] 지금 돌비 애트모스 음원 들어보고 경품 응모하자! 💜 1 11.20 37,550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729,38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554,12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788,302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7,186,184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98 02.08 1,939,669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2,011,121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3,145,485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61 22.03.12 4,197,640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8 21.04.26 3,384,211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7/1 ver.) 171 21.01.19 3,424,214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3,431,085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58 19.02.22 3,502,569
공지 알림/결과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103 17.08.24 3,371,029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3,705,338
모든 공지 확인하기()
13616994 잡담 열혈사제 지금도 출연자 많은데 요한이까지 와야하나 08:07 38
13616993 잡담 조립식가족 산주해 왜 이리 귀여워... 08:07 12
13616992 잡담 열혈사제 나 매화마다 예고보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겠다고 외침 2 08:06 66
13616991 잡담 사랑말 우동모닝🏕🎈🏡👫🏻💌💓💕 1 08:06 6
13616990 잡담 달뜨강 평온모닝🌕🌊💜💙 1 08:05 4
13616989 잡담 오겜2 1화 에피 제목 나왔네 2 08:05 87
13616988 스퀘어 지금전화 [지금 거신 전화는 선공개] 허남준 "나... 너 많이 찾았어" 08:02 117
13616987 스퀘어 외나무 [1화 선공개] 못 본 걸까, 못 알아본 걸까? 주지훈, 정유미가 자신을 못 알아보자 입틀막🙊 3 08:01 75
13616986 잡담 지금전화 엔딩 남주 뭐야ㅋㅋㅋ 2 07:59 189
13616985 잡담 엄친아 엄친아모닝🍭🩵🩷 1 07:59 15
13616984 잡담 열혈사제 근데 스토리 진행이 안되는건 아니지 않아?? 5 07:56 178
13616983 잡담 조립식가족 조립식모닝🏠🏡 4 07:55 23
13616982 잡담 열혈사제 내가 반 머글이라 그런가 난 정말 캐붕 이런거 모르겠오 1 07:55 144
13616981 잡담 열혈사제 아니 근데 부산 내려올때도 다 서운해했는데 병 있는 거 숨긴 거 알게되면 1 07:54 84
13616980 잡담 열혈사제 한회차 삐끗? 그것도 홀수차?? 3 07:54 273
13616979 잡담 열혈사제 난 깔깔 거리면서 재밌게 봤는데 2 07:52 165
13616978 잡담 불가항력 신홍모닝💞📜 6 07:52 24
13616977 잡담 열혈사제 오늘은 내용 진전 많이 되면 좋겠다... 이제 후반부 진입해야하니까... 3 07:52 87
13616976 잡담 선업튀 오늘은 모닝글도 소나기선재네 2 07:51 97
13616975 스퀘어 지금전화 지금거신 전화는 시청률 추이 12 07:51 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