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망상처럼 쓰는 글이야. 너그러이 봐줘 ㅋㅋ
덕임은 늘 생각이 많은 궁녀였다.
생각이 많고 또 영민하기도 하였다. 빠릿빠릿 야무지게 일 잘하고 구중궁궐을 어지간한 상궁들 이상으로 잘 파악하고 있는데다 지밀 나인들 특유의 잘난 체도 없었다. 또 의외로 입이 무거워, 함께 일하는 나인들은 대부분 덕임을 좋아했다. 비록 소주방에서 밤을 서리하는 일이나 누군가의 버선에 개구리알을 잔뜩 넣는 장난을 위해 그 머리가 작동하는 일이 잦아서 문제일 따름이었다.
덕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농간이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글이나 책을 필사하는 것이 좋았다. 서고의 창 밖에서 들려오는 옥음을 따라 적으며 내용을 깨닫는 것도 즐거웠다. 세상 무섭고 두려운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나인으로서 당연히 웃전들이야 경외하였으나, 기본적으로 그들은 닿지 않는 하늘, 잡히지 않는 바람 같은 이들이었다.
어린 시절, 흉흉한 분위기의 서고에서 병풍 뒤에 숨어 책을 찢어낼 때조차 사실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함께 밤길을 걸었던 배동아이를 가끔 생각하긴 했지만 알 바 아니었다. 세손을 연못에 빠뜨렸을 때도 일단 아무 일도 없음에 안도하고 이 망할 반성문만 써 내면 이대로 조용한 서고를 청소하며 있는 듯 없는 듯 동무들과 함께 살아갈 자신이 있었다.
가끔 서고에 오는 키 크고 잘난 척이 심한 겸사서 나으리는 소문만큼 대단한 미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세손과 함께 이 겸사서가 처벌 받을까봐 주상전하까지 알현해서 빌었더랬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때까지도 덕임은 그렇게까지 생각을 많이 하면서도 여전히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을 하지 않았다.
첫번째로 머리가 새하얘졌던 순간은 그 겸사서가 누구인지 알았을 때 였다. 그동안 그에게 했던 언행들을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지만, 화가 나기도 했다. 거기다 반성문 때도 느꼈지만, 세손은 정말로 빡빡한 사람이었다. 제왕이 될 분들은 다들 이렇게 말은 안 하면서 어쩌고 저쩌고 짜증을 내다 버럭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가뜩이나 많은 생각들이 더 많아졌다. 그닥 안 하고 살았던 고민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뭐 이런 걸 하나 싶던 계례는 작은 설레임 한 조각도 남기지 못 하고 끝나버렸다. 댕기머리를 새앙머리로 올리며 덕임은 한번 더 결심했다. 역시 이대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야겠다고.
그러나 마냥 커다란 산 같던 그 사람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이루고 싶어 참는 것이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견딘다는, 언젠가는 힘이 생길 거고 그 힘으로 수많은 이들을 도울 것이라는 간절한 소망과 그저 곁에 있어달라는 속삭임에 마음의 문이 열려 버렸다. 그 눈물을 닦아주고 터진 입술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비록 일개 나인이지만 그를 정말로 지켜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덕임은 이것이 자신의 충심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물에 빠져버렸다.
처음에는 한두 단락이면 될 줄 알았는데,
원래 15회의 용포 소매 잡는 장면 때문에 마음이 동했던 건데,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일단은 여기까지만...
이 글에다 그냥 조금씩 마저 쓸게 ㅎ 막방 전까지는 다 써야지...
막방은 울면서 볼 테니 ㅠㅜ
읽어줬다믄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