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속에 슬라이그 수도원에 있던 은종 하나가 빠졌는데
지금도 맑고 순수한 영혼한텐 그 호수 속의 종소리가 들린대
들려?"
내 생각에 드라마 안에서 들리는 종소리는
희주와 우재가 서로를 떠올리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았다는 상징으로도 읽혀
종소리가 들리는 사람을 두고
'맑고 순수한 영혼'이라 표현하는데
여기서 '순수'란 그저 성스럽고, 도덕적으로 숭고하다는 의미보다
인간으로서 가장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뜻한다 생각함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개념보다 관념적인 쪽에 더 가까워보였어)
아일랜드의 절벽의 끝에서 희주를 사랑했던 기억,
그리고 제 자신을 찾은 우재처럼,
희주 역시 제 손에 꽉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모두 잃고나서 비로소 긴 시간
최선을 다해 도망쳤던 자기자신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음
우재를 버렸던 그 호수에선 희주가 스스로
"들릴리 없잖아"라고 대답을 함
이 때 호수는 마치 희주 마음처럼 어둡고 뿌옇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모든 것을 잃고, 놓아주고
홀로 떠나온 마지막 호수 풍경은 또 다름
마지막 희주가 바라보는 호수는 훨씬 밝고 뚜렷해
그 곳에서 종소리가 선명히 들리고
(이 때 시간이 정확히 가늠은 안되지만
아마 새벽이 아닐까 생각함
희주의 상태와 변화를 각각
밤과 새벽으로 시간적 대비, 색채 대비 보여준 것 같아)
그리고 종소리를 들은 희주는 아무 말 없이
이전보다 더 묵묵하고 공허한 표정으로 그 호수를 쳐다보고 있음
가족도, 일도, 사랑도
그 모든 것으로부터 떠난 뒤에야
자기자신으로 돌아온 희주는
스스로 이야기를 끝냈지만
어쩌면 이 또한 진짜 정희주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기도 했어
물론 오랜 시간 지옥에서 방황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