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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슬의 익송 리뷰 읽고 뻐렁쳐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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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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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점심이나 같이 먹자." 처음은 밥을 같이 먹는 것이었다.

같이 먹는 밥 그리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커피타임까지. 그 시간 속에 녹아든 건, 시시콜콜 사소한 이야기부터 보다 사적인 것까지, 서로의 수많은 이야기들이었다. 이런 소소한 일상들은 병원을 옮기기 전, 각자의 바쁜 삶 속에 소홀하고 멀어졌던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같은 병원을 다니고, 밴드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다시금 겹쳐진 삶의 반경.

그리고 옆에 다른 누군가가 없는 그 상황까지 같았다. 그러자 마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 서로의 삶 속에 둘만의 시간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과 둘만의 산책.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시작된 둘만의 산책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길 위에서의 대화는 더 사적이고 한결 더 깊어졌는데 눈에 띄는 점은 그때마다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람도, 모두 송화라는 것.

평소 다른 사람들과 있는 익준과 송화를 생각해보면 이는 조금 낯선 모습이다. 먼저 다가가 말을 시작하고 이끄는 건 대개 익준이었고, 송화는 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그에 맞는 적절한 답을 돌려주곤 했으니까. 그렇기에 산책 때의 뭔가 뒤바뀐듯한 둘의 모습은 꽤나 유의미하다. 재잘재잘 자연스레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 송화도, 가만 듣고 있다 적절한 리액션을 하는 익준도. 한 사람 앞에서만 보이는 모습이란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니까.

"어, 조심." "응? 응."
송화는 보지 못하고 익준은 본, 아주 얕은 물 웅덩이. 얕디 얕은 물웅덩이였음에도 익준은 송화에게 조심, 하며 말을 건넨다. 아주 작은 것에도,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건네지는 걱정과 챙김의 말. 이런 걱정과 챙김의 말이, 둘에겐 일상과도 같아 보인다.



오랜 친구라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ㅡ친구?

"송화는?" 당연하다는 듯 익준에게 물어오던 공룡능선의 다른 친구들.

자신의 스케줄조차 잠깐 잊거나, 핸드폰을 보며 확인하는 익준인데 송화의 스케줄은 줄줄이 꿰고 있다. 그것도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너, 늦었어." 장난치고 있던 익준에게 말하는 송화를 보니 이는 송화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익준과 송화는, 분명 뭔가 다르다.

"네가 얘기 좀 해, 일 좀 줄이라고. 그래도 네 얘기는 좀 듣잖아." "네 말도 안 듣는데 내 말을 듣겠냐."

그래, 그러니까 바로 이런 점들이.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언급된 둘의 모습은, 그저 우정이라기엔 유달리 가까워만 보인다.



무심결에 송화가 잡은 '익준의 손'
갑작스레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익준은 송화를 향한 걱정을 잊지 않았다. 송화보다 조금 앞서 달리던 익준은 물 웅덩이를 보자 이번에도 역시 송화에게 익숙한 걱정을 건넨다. 손으로 가리키며 "어, 여기 여기 조심해." 하고. 그런데 이때 문득 송화가 손을 잡아온다.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익준이의 '손'을 무심결에 잡은 송화. 그렇게 잡은 손과 함께 물 웅덩이를 뛰어넘는 순간 송화는 더없이 즐거웠다. 유심히 봐야 할 건 이다음이다.
물웅덩이, 그 순간이 지나가자 송화는 그제야 자신이 '익준'의 손을 잡았음을 인지한다. 그리고 그걸 알고 나니 이상하게도 송화의 마음이 조금, 간지럽다. 약간의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잡은 손을 놓는 송화. 그러고는 힐긋, 송화의 시선이 익준에게 향했다가 재빨리 돌아온다.
그러니까, 거절 이후 처음으로 송화가 먼저 익준을 의식한 것이다. 이전과는 달랐다. 송화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머물러있었으니까.



송화가 의식을 한 순간, 익준은 간격을 넓혔다.

자신의 손을 잡아 온 송화의 손을 꽉 쥐지도, 그렇다고 그 손을 먼저 놓을 수도 없던 익준.

아마 당황과 설렘을 같이 느꼈을 익준. 그러나 익준에겐 그런 감정들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1년 전 자신의 감정이 티가 났던 그날 이후의, 그 끝맺음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익준은 자신의 동요를 내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완벽하게 숨기진 못했지만. 익준은 송화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잠시 머뭇거리다 조금은 뜬금없게 느껴지는 말을, 장난스러운 어투로 건넨다.

"허들, 허들이라고 생각해. 앞으로 한 세 개 정도 남았는데, 어 알아서." "알아서 잘 넘도록!"
익준의 이 말은 재빨리 스스로에게 긋는 선 같은 거였다. 송화가 자신의 선을 밟는 건 아무래도 괜찮다. 그건 익준이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그어둔 거였으니까. 때문에 익준은 송화가 밟아 온 자신의 선을, 모른 척 같이 밟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실수로조차 밟아선 안 되는, 결코 먼저 넘어갈 수도 없는, 그런 익준만 아는 선이, 허들이, 둘 사이에 있었으니까. 익준의 선, 송화의 곁에 친구로서 있기 위해 익준이 스스로에게 그어둔 바로 그 선.

아픈 얼굴을 한 송화에게 "무슨 일 있어?" "데려다줄까?" 라고 물을 순 있어도 우는 송화를 안아줄 순 없는, 얕은 물웅덩이에도 '조심,' 하며 걱정 어린 말을 건넬 순 있어도 송화의 손을 잡고 그 웅덩이를 함께 뛰어넘어 줄 수는 없는, 그러니까 이건 지금의 익준은 해 줄 수 없는,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알아서 잘 넘도록!"
익준은 말을 마치자 앞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 익준을 보는 송화는 갑작스레 나타난 단단한 벽에 부딪힌 느낌이 아니었을까. 송화는 익준이 '알아서, 알아서 잘 넘도록!'이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갑작스레 허들을 말하는 익준이 다만 의아했을 뿐이다. 그런데 '알아서'라니. 그 말은 송화의 입가에 맺혀있던 미소를 사라지게 했다. 송화는 당연하게도, 익준이 손을 잡아줄거라 여겼다.

그러니까 그건 익준에 대한 무의식적인 믿음이었다.

익준은 다정했으니까.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얕은 물 웅덩이조차 조심, 하며 알려주던 익준이었으니까. 앞서 달리는 와중에도 자신을 살피고, 또 한 번 '조심, 조심'이라며 송화에게 걱정 섞인 말을 건네던, 그런 익준이었으니까.



익준의 다정함에 너무 많이 물들어버린 채송화.

익준의 다정함이 조금, 아주 잠시 곁에서 사라졌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 순간 송화는, 세차게 내리는 비조차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온 신경이,

뒤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는 익준만을 향해 있었다.

무엇이든 혼자 척척 알아서 잘하는 송화인데, 익준에게서 나온 '알아서', 그 별 것 아닌 말이, 뒤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익준의 행동이, 세찬 비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순간 잊을 정도로, 그렇게나 송화를 흔들어놓았다. 그건 처음보는 얼굴의 채송화였다. 어쩌면 송화는 자신이 바란 제일 친한 친구, 서로에게 맞다고 생각한 그 간격에서, 자신도 모르게 아주 자연스레 익준의 다정함을 예외로 여기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달려가는 익준을 보던 송화의 표정을, 그 일렁이는 마음이 표정에까지 드러나던 송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송화를 향한 익준의 사랑법이 그러했으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송화의 몫이다. 지금의 익준은 결코 넘을 수 없는 둘 사이의 허들을, 송화는 넘을 수 있을 테니까.



99 송화와 21 송화

익준이를 보던 그 이름 모를 감정에 휩싸인 송화의 모습 이후 나온 99년도 송화의 모습은, 21송화가 지은 표정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는 것만 같다. 그 정도가 다를 뿐 현재와 과거, 두 송화의 표정이 무척이나 비슷했으니까. 다른 점이라고는 99년도의 송화는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는 것. 그러니 아마도 곧 21송화도 순간 어렴풋 느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그 스스로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 개화해 만개할 채송화가, 하고 싶은 건 사기를 쳐서라도 해낼 만큼 적극적인 송화가 익준이에게 다가가는 과정 또한 기다려진다는 것.



꽃이 피기 위해선 곁을 지키는 따스한 볕도, 바람도, 때로는 세찬 비조차 필요하다.

비 온 뒤 뜨는 무지개처럼, 때때로 비를 맞아야 꽃이 더 활짝 피어날 수 있는 것처럼.

따스한 볕과도 같은 익준은 언제고 자신을 향한 꽃, 채송화가 피어나기를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고만 있다. 그러니 어서 활짝 피어나 한결같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따스한 볕을, 부디 마주 보아주기를.


원문 https://ritzj.tistory.com/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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