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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화양연화 이거 읽을때마다 작재작지 편집본 갈기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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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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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양연화>의 전희영입니다.

보조작가로 일하던 시절,
방송이 시작되고 나면 보조작가들이 메인 작가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디씨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
(feat. 동진) 멘탈도 탈탈, 자존감도 탈탈~! 털릴 게 뻔하기 때문이었죠.
분명, 작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얇디얇은 종이 멘탈과 펄럭귀의 소유자인 저로써는,
디씨갤러리에 들어가는 것이, 참으로 두려운 일이었는데...
우리의 감독님이 따순 글을 남기시고 따순 응원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정말 많은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의 분석과 평가들이, 날카롭고 훌륭해서 감탄을 한 적도 많았습니다.
특히 16부 방송 날, 교복 입은 작지의 스틸 컷이 공개된 후에 나왔던
여러분들의 격렬했던 반응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

애정이 가는 만큼, 이곳이 가진 성격을 지키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 대해 여러분 나름대로의 분석과 평가를 나누고 즐기는 공간이니까...
일일이 설명하고 규정해버리는 것이 오히려 이곳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여러분들끼리 충분히 질의응답을 나누셨는데...
대부분 잘 맞았고, 심지어는 ‘앗! 이런 해석도 가능하겠구나!!!’ 싶은 것들도 있었지요.

그래서 드라마 내용보다는, 내용과 상관없는 TMI들만 살짝 전달하고 빠지려고 합니다.


1. 시집 <그 여름의 끝>
재현은, 자신을 보러 <오늘의 책>에 출근 도장을 찍는 이 사랑스러운 지수를 보면서....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도 들어서...
의미 있는 것,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좋아하던 이성복 시인의 시집을 떠올렸고, 다른 시집들보다 조금은 쉽고 이른바 ‘연애시’ 들이 많이 등장하는 <그 여름의 끝>을 주고 나오게 됩니다. 지수를 좋아하지만 연애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으니... 이 시집으로 고백을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지수에게 전하고 싶은 무의식도 작용했을 겁니다. 숱한 시집들을 놔두고... 사랑에 관한 시였으니까요.

지수는, 시집을 받고 ‘그대 가까이2’ 에 꽂히게 됩니다. 꼭 자신의 이야기였으니까요.
매일 보면서 거의 다 외운 지수가... 다시 시집을 돌려줍니다. 94년 1월.
돌려준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 시집을 잘 아는 재현은, 자신의 마음을 단박에 알아챘을 거라고.. 지수는 생각합니다.
이 시들이... 재현에 대한 지수의 마음이자 러브레터라는 것을.
그리고 눈 오던 날, 결국 재현은 지수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하지요.
이 시집은 러브레터이자 두 사람 사이의 교환일기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슬프게도, <그 여름의 끝>이라는 시는 두 사람이 겪은 아픔과도 닮아 있어서...
후에, 재현이 지수에게 라디오를 통해 이 시를 편지처럼 보내기도 하지요.
**구성과 분량 문제로.. 시집을 돌려주는 상황은 대본에 넣을 수 없었습니다. ㅜㅜ

2. 93년 시위 현장에서 지수를 구해주는 재현
94년 봄. 제가 1학년이었을 때. 그날은 아침부터 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가 있었습니다. 우리 드라마에서처럼 큰 시위는 아니었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과격하기로 유명한 학생들의 거친 시위였지요. 간만에 아침 수업 듣겠다고 나왔는데...정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 최루탄이 터졌습니다. 정신없이 제일 가까운 건물로 들어갔는데... 건물 안에서부터는, 네발로 기어 다녔습니다. 숨이 턱 막혀 죽을 것 같고,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기어 다니던 제 앞에... 큰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고개를 들고 한참 올려다본 끝에... 누군지 알아보고 말았습니다. 그때 한창 인기를 누리던 농구부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지금 TV에 나오시는 분들은 아닙니다.) 괜찮냐고 하면서 기어 다니던 저를 의자에 앉혀주고.. 음료수를 뽑아 줬던 걸로 기억납니다. 혼자 올라갈 수 있겠냐고 해서... 고개를 힘껏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그 고개 짓을.. 그 뒤로 오랫동안 후회했습니다.^^;;)
재현과 지수 같은 로맨스는 없었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고, 언젠가 사랑 이야기를 쓴다면... 이 날의 일을 꼭 쓰고 싶었습니다.

3. 농활 초코파이 사건
94년 여름. 우리 과 농활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입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것보다 훨씬 엄격하고 살벌한 분위기로 농활은 진행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보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벼논에 있는 피(잡초) 뽑기 작업을 했는데... 정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지치고 예민해 있던 와중에.. 작업이 일찍 끝나서 숙소로 온 선후배가 초코파이를 나눠 먹다가 걸렸고, 그날 밤 회의에서 격렬한 비판과 엄혹한 벌을 받았던 사건입니다. 선배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저의 동기 녀석은,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는... (작재가 작지를 넘어뜨려서 업고 뛰는 장면은.. 허구입니다. 그런 선배는 없었습니다. -.-)

4. 오늘의 책, 섬, 12번 버스, 현저동
‘오늘의 책’은 다들 아실 테고... ‘섬’은 신촌에 있던 유명한 술집이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까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 곳보다는 더 싸고 편한 호프집을 많이 갔습니다. 섬은 약간 고급스러운 느낌이어서... 선배들이나 졸업생들이 많이 가곤 했었지요. ‘12번 버스’는 신촌과 (당시 오렌지족의 메카였던) 압구정동을 지나 강남 일대를 노선으로 하고 있던, 물 좋기로 유명한 버스였습니다. 드라마와는 달리 좌석버스였는데... 그 시절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모두 기억할 정도였지요. 윤지수의 배경을 딱 한마디로 ‘12번 버스 타고 다니던 공주님’ 이라고 표현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현저동에는, 실제 철거촌이 있었고 그곳으로 빈활을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TMI 하나 더. ‘재현’ 이라는 이름은, 제가 1학년 때 과 학생회장이었던 선배님의 이름입니다. (그분과 로맨스 따윈 없었습니다. 그냥 이름이 예뻐서)

5.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난, 여전히 그리운 이름들
90년 대 중반. (feat. 재현)..음악이고 영화고 좋은 게 넘쳐났던 그 시절,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많은 이름들 중에...
우리가 받은 위로를 돌려줄 기회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이 있었습니다.
아쉽고 또 아까운 그 이름들을... 드라마를 통해 함께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아비정전>의 장국영, <허공에의 질주>의 리버 피닉스, 유재하, 김현식, 아나운서 정은임 님...
그리고, 작재와 작지가 라디오로 사연을 주고받던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이 ‘FM 음악도시’라고 소개 되는데... 이는 그 당시 실제 있었던 유명한 프로그램 이름입니다. 지금은 폐지되어서 그 이름을 대본에 쓸 수 있었는데... 그 당시 ‘FM 음악도시’의 DJ(시장)는 신해철 님이었습니다.

6. 숨겨진 90년대 명곡들
온라인 탑골공원, 슈가맨, 응답하라 시리즈들을 통해.. 90년대 음악들이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절, 약간 비주류의 음악들을 좋아했는데... 지금까지도 명반 명곡으로 인정받는 그 노래들을, 드라마를 통해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빛과 소금, 어떤날, 정원영, 유재하 등. 이제 유튜브에서 빛과 소금과 어떤날의 곡을 찾아 들어가면 ‘화양연화’를 보고 찾아왔다는 댓글들이 보이는데.. 너무 좋아서 자다가도 히죽히죽 웃습니다. 어떤날의 <그런 날에는>은, 곡도 아름답지만 가사도 참 아름다울뿐더러... 순수하고 착한 재현과 지수에게 잘 어울리는 곡이어서, 지수가 재현을 위로하는 곡으로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니씨가 그 느낌을 너무 잘 살려줘서.. 며칠을 소니씨 노래를 들으면서 저도 재현처럼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주연배우 4명이 다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길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앙드레 가뇽의 <첫날처럼>은... 대본을 쓸 때 늘 틀어놓던 BGM이었습니다. 피아노 버전 말고 스트링이 들어간 원곡 버전도 꼭 들어보시라고 하고 싶은데... 듣다 보면 감정이 고조되고, 끊임없이 울컥울컥 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처럼, 시공간을 넘어 두 사람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서 더없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러브레터
저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러브레터>의 국내 개봉 시, 해당 배급사의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러브레터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국내에는 언제 개봉했는지... 심지어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방한도 하셨기 때문에ㅎㅎ) 당시 대부분의 영화 개봉일 고지는 ‘0월 0일, 개봉박두!!’ 이런 식이었는데.. <러브레터>의 개봉을 앞두고, ‘11월 20일, 첫눈이 올지도 모릅니다.’ 라는 개봉고지 카피를 써서.. 나름 화제가 됐었습니다. (자랑질 죄송...)
그래서, 작가가 자료 조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댓글들은 정말 뼈아픈 일이었습니다.ㅎㅎ
시기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러브레터>가 가진 정서와 상징이 우리 드라마의 내용과 인물들, 정서,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기에.. 시대적인 오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8. 공모당선작
2014년 SBS 문화재단 극본공모전에서 <내 인생의 화양연화> 라는 이름의 대본으로 미니시리즈 부분 ‘가작’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그 해, jtbc 공모전에서도 다른 작품으로, 수상을 하는 바람에... jtbc 작품의 개발을 먼저 진행했지만 불발되었고... 다른 일을 하며 주경야독을 하고 있던 어느 날, SBS 어딘가에 있던 <화양연화> 대본을 보신 손정현 감독님께서 연락을 주셨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감독님이 저의 은인이시지요.) 많은 부분 유사하지만... 그 당선작과 지금의 <화양연화>는 같지는 않습니다.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새롭게 틀을 잡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갔지요. 하지만 제목이 <화양연화>이기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엔딩은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9. 1부 엔딩: <화양연화>라는 드라마의 시작은... 1부 엔딩의 기차역에서의 재회 장면으로 시작됐습니다. 어느 날,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아프게 헤어진 두 남녀가 오랜 세월 끝에 다시 만나는 장면으로 그 이미지가 확대되면서... <화양연화>의 이야기를 쓰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른 건 다 바뀌어도... 1부 엔딩 씬 만큼은 절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제일 애착이 가는 씬 중에 하나인데, 두 분의 배우들께서 어마어마한 연기를 보여주셔서...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여전히 볼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10. 작재작지의 첫만남 : 91년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미리 정해져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재작지에게도 그 첫 만남을 미리 설명해줬습니다. 그래야 감정이 이해가 갈 테니까요. 그리고 1부에 나온 93년 시위 씬을 찍을 때, 재현이 지수를 발견하는 상황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드렸고, 보신대로 멋지게 찍어주셨습니다. 16부에 나온 91년도 만남 씬은 16부 촬영하면서 찍었습니다. 이 첫 만남의 등장은... 중간 어느 회차가 아닌 마지막 회차이어야 한다고 처음부터 생각했었고 그래서 16부 대본에 91년도 만남 씬을 넣었습니다.

11. 소리장도 : 재현은 4년간의 수감생활 동안, 장회장에 대한 복수의 그림을 그렸고, 운동을 쉬지 않았습니다. ‘소리장도(笑裏藏刀. 마음속에 칼을 품고 웃는다)를 머리로만 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말을, 출소 후 정윤기에게 합니다. 재현의 몸이 괜히 좋은 게 아닙니다..^^;;;
(유지태 님도 그걸 알고 있었고, 그에 맞는 몸만들기도 촬영 전에 실제로 해주셨습니다.)


** 아직 많이 부족하고 서툴러서,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충분히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뜻도 어렵고, 어감도 어찌 보면 좋지 않아서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의미만으로는 그 어떤 사자성어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화양연화>라는 제목을 고수한 까닭에는, 드라마는 제목처럼 된다는 ‘속설’을 믿어서이기도 했습니다. 만든 사람들은 물론 같이 본 모든 사람들이, 화양연화를 맞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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