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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태, 명희, 수련, 수찬, '오월의 청춘'의 주인공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이자 피해자였다. 계엄군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명희의 최후가 그랬고, 명희 없이 홀로 살아가는 희태의 손목에 있는 짙은 흉터들이 그랬다. 수련이 예쁜 원피스를 벗어던지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채 부정을 정의처럼 휘감은 계엄군에 대항했던 모습들도 마찬가지 의미다. 이들은 누군가의 친구이거나 오빠이며, 여자친구이거나 남자친구, 또는 이웃이였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이 네 명이 만들어갔던 이야기에 공감하고 더욱 가슴 아파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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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청춘'은 로맨스적 서사만 놓고 봐도 참 애틋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절절한 사랑을 꽃피웠던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같았고, 두 남녀가 이루는 사랑의 교감은 '비포 선라이즈' 같기도 했다. 하지만 '오월의 청춘'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점은 설득력있게 파고든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5.18 민주항쟁은 영화 배경으론 종종 쓰였지만 드라마로는 보기가 어려웠다. 영화는 선택적 관람인 반면, 드라마는 안방에서 편히 리모콘 조작 한번이면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여론전으로 번질 수 있는 민감한 소재이기에, 풀어나가는 방식이 굉장히 중요했다.
'오월의 청춘'은 12회의 반 이상을 인물들의 서사를 부여하는데 집중했다. 그들의 존재가 얼마나 존엄성 있고, 우리와 다를바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았는지를 차분하게 이해시켰다. 그리고 이런 이해를 거듭한 후에야 5.18 민주항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귀엽기만 했던 철부지 여고생이 계엄군의 손에 피를 흘리고, 동생 대신 총알받이가 된 누나의 모습 등은 그들의 지난 서사가 있었기에 더 절절하고도 사무치게 와닿았다. 어쩌면 저 이가 나의 여동생일 수도, 혹은 친구일수도 있다는 이입을 발현시키며 말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깨달음과 함께 공감의 마음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어려운 소재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제작진과,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있을 법한 실제의 존재처럼 이입하게 만들어준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오랜만에 KBS 시청자 게시판에 훈훈함이 가득하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느낀다"던 한 네티즌의 말처럼 매년 오월이면 다시금 꺼내보게 될 의미 있는 작품에 등극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