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8일 종영한 KBS 2TV 월화극 ‘오월의 청춘’(극본 이강 연출 송민엽)의 청춘멜로는 시대의 아픔을 절절히 담고 있는 가슴 시린 드라마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황희태(이도현)와 김명희(고민시)는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렸다. 그저 볕 좋은 5월이었더라면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갔을 청춘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이 겪었던 절절하고 아픈 이야기는 기획의도대로 당시를 보낸 사람에게는 작은 위로를 전해주었고, 이 순간 각자의 오월을 겪어내는 이들에게는 그 오월의 소중한 불씨를 전했다. 청춘멜로를 휴먼 드라마로 승화시켜 보는 사람들도 가슴 깊게 스며들었다.
황희태의 아버지 황기남(오만석)이 운동권 학생들을 잡아들여 고문하는 보안부대 대공수사과장이며, 김명희의 아버지인 김현철(김원해)은 고문후유증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시계수리공이라는 사실만으로 두 사람의 인연과 사랑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희태와 명희는 그런 악연을 믿음과 가족애, 인간애로 극복한다. 희태가 명희를 처음 만난 것은 아버지들끼리 성사시킨 맞선 상태였던 이창근(엄효섭)의 딸인 운동권 대학생 이수련(금새록)의 대타로 나온 자리에서였다. 하지만 명희가 맞선 장소로 가는 도중, 교통사고로 다친 아이를 길에서 치료해주는 모습을 희태가 우연히 목격하면서 둘의 사랑은 이미 시작됐다.
두 사람이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군인들의 총검앞에 피흘리는 ‘광주 시민’들을 치료해 주는 모습은 숭고함마저 자아냈다. 그래서 이들의 직업이 의대생과 간호사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계엄군의 총칼에 아랑곳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물론 신념과 인간애다. 피 흘리며 다친 시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청춘의 사랑을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보는 사람으로서도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희태의 대학 운동권 친구 김경수(권영찬)는 재학중 체포돼 강제입대 조치를 당한 후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돼 삼엄한 감시속에서도 희태와 명희 동생 명수를 살려주는 인물이다.
상부의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시민들을 보호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명희(고민시)를 지키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김경수는 아픈 시대적 배경 속에서 실제로 존재했을 지도 모를 인물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학생 운동을 하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계엄군에 투입되지만 그 가운데서도 소신을 잃지 않고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김경수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오월의 청춘’은 마지막회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하며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40여 년의 세월 동안 김명희(고민시)를 그리워하며, 거센 밀물로 조금도 앞으로 나가기 힘든 황희태(이도현)의 사랑과 인생, 또 가족을 위해 희생도 불사했던 그날의 기록으로 벅차오르는 감동과 위로를 전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이 남을 레트로 로맨스를 완성했다.
방송 말미, 시대의 아픔을 겪었던 인물들이 꿋꿋하게 현재를 살아내는 모습은 안방극장에 뜨거운 울림을 안겼다. 2021년 중년이 된 의사 황희태(최원영)는 지난 41년을 후회하며 살아왔지만, 유골과 함께 발견된 김명희의 기도문을 읽은 뒤에야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게 주어진 나머지 삶은, 당신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거센 밀물이 또 나를 그 오월로 돌려보내더라도... 이곳엔 이제 명희 씨가 있으니, 다시 만날 그날까지 열심히 헤엄쳐볼게요.’라는 나지막한 황희태의 내레이션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위로를 건넸다.
‘오월의 청춘’은 과거의 참상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던 청춘의 사랑은 물론,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불구덩이에도 내던질 수 있는 가족애를 보여주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아련한 스토리와 몰입도를 높이는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안방극장의 심금을 울리는 독보적인 감성을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명품 배우들의 열연과 극에 깊이를 더하는 음악의 힘이 어우러져 5월마다 다시 보고 싶은 웰메이드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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