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현직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는 ‘커리어’ 지면의 일곱 번째 주인공은 이진은 프로듀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 피칭을 통해 변성현 감독의 데뷔작 <청춘 그루브>를 만들었고, 6월 개봉하는 <발신제한>(감독 김창주)을 기획하고 제작한 인물이다. CJ ENM에서 10년차, 현장 경험 10년차인 그는 “영화의 밑바탕은 기획 의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영화의 밑바탕이 되는 기획, 개발 업무에 대해 물었다.
-영화 프로듀서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가.
=영화감독이 프레임 안에 벌어지는 일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영화 프로듀서는 프레임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답이 가장 직관적이고 잘 통하는 설명이라고 느낀다.
-실무적으로는 어떤 일을 주로 하나.
=아이템을 선정하고 그다음 작가를 정하고 감독님과 결합한다. 이렇게 개발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투자를 받는다. 보통 프로듀서는 한 영화만 진행하지 않고 여러 아이템을 동시에 진행한다. 개발 초기 단계여서 원작이 되는 작품과 계약을 맺는 단계인 아이템도 있고 최종 캐스팅까지 한 아이템도 있고 다 다르다. 아이템을 발굴해도 시나리오화할 수 있는 작품으로 추려지고, 또 개발이 잘돼서 영화화할 수 있는 경우로 추려진다. 모수가 많아야 영화로 만들어지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대 5개의 아이템을 동시에 진행한다.
-영화과 졸업생이 많이 진출하는 분야인가.
=나는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이지만 현업 프로듀서 중에 영화과 출신은 드문 것 같다. 현장 스탭으로 일하면서 제작 라인을 경험하고 프로듀서가 될 수 있고, 영화제 피칭을 통해 데뷔 기회를 얻는 경우도 있다. 투자제작사에 취직해 기획 업무를 하면서 프로듀서가 되는 길도 있다. 나는 연극영화과 입학 때부터 프로듀서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영화 현장을 경험했는데 3개월 동안 현장 일을 경험한 것이 학교에서 1년 반 배운 것보다 더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졸업 무렵에는 명필름에서 연 프로듀서 워크숍에 참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아 <청춘 그루브>로 프로듀서 데뷔했다.
-현장을 경험하고 프로듀서로 데뷔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렸나.
=2001년에 처음 현장에 나갔고, <청춘 그루브>가 제작된 게 2010년이었으니 빠른 편이다. 2011년 CJ의 제안을 받아 입사했다.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게 있다면.
=핵심은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 방식이 선진화돼 장비도 많이 달라졌지만 촬영감독이나 미술감독이 하는 일과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신기술의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새로 등장하는 스탭들의 도움을 받더라도 영화 현장의 전반적인 과정을 프로듀서가 잘 알아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나는 <와니와 준하> <묻지마 패밀리> 촬영팀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미술팀에서 일했다. <청춘만화> <마음이…> 현장에서는 스크립터로 일했고, <아는 여자> 제작부였다.
-이진은 프로듀서는 경력직으로 입사한 경우인데, CJENM 공채로 입사해도 모두 기획제작팀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아닐 것 같다.
=기획제작팀에서 일할 공채가 나기도 하지만, 안 열릴 때도 있고 매번 다르다. 일반적인 공채로 입사해서도 프로듀서를 준비하면서 영화쪽 일을 하면 좋다. 기획개발 역량이 있다면 티오가 나면 반드시 기회가 생긴다. 나 역시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보고 배우면서 프로듀서가 됐다. 영화를 시작하는 처음부터 프로듀서를 꿈꿨지만 촬영팀과 미술팀에서 일하기도 했다.
-프로듀서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주관과 객관의 조화. 영화를 기획하는 사람의 일이란 작품에 대한 확신을 공유하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가능성을 확장시켜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듀서는 내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우리 팀이 현장에서 잘하고 있느냐를 세세하게 챙겨야 한다. 안주하는 순간 우리끼리만 즐거운 영화가 될 수 있다.
-이진은 프로듀서의 영화 취향은 무엇인가.
=미스터리한 구조를 좋아한다. 물음표가 있는 이야기가 좋다. (웃음)
영화 프로듀서 입문자들에게 추천합니다
로버트 맥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필립 K. 딕과 스티븐 킹 소설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는 가까이 두고 때마다 보는 실용서이자 지침서다. 필립 K. 딕의 단편과 스티븐 킹의 책도 추천한다. 두 작가의 책이 영화로 많이 나와 있는데, 특히 필립 K. 딕의 단편은 정말 짧아서 ‘이게 어떻게 2시간짜리 영화가 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를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구상해보고 영화를 보면 좋다. 좋은 케이스 스터디가 될 것이다.
Filmography
2021 <발신제한> 기획, 프로듀서
2019 <서복> 제작 지원, <담보> 제작 지원
2018 <극한직업> 제작 지원, <협상> 제작 지원
2015 <시간이탈자> 기획, 프로듀서
2014 <장수상회> 기획
2010 <청춘 그루브> 프로듀서
2006 <마음이…> 스크립터, <청춘만화> 스크립터
2004 <아는 여자> 제작부
2003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소품팀
2002 <묻지마 패밀리> 촬영부
2001 <복수는 나의 것> 촬영 인턴, <와니와 준하> 촬영 인턴
http://naver.me/GIq0Cn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