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씬은 대본도 있고 영상도 남았다는 뜻이라 상플 내용하고는 전혀 다르겠지만(블레소취 삭제씬 내용 뭔지 보여주세요) 비하인드 사진 볼 때마다 아까워서 한 번 써 봤어.
그보다 더한 최고의 칭찬은 없어서 해주는 줄 아니까 감사하게 보고 있었지만 나 갓우리 아님. 아실 리 없겠지만 갓우리 님 아시면 노하실 듯
아무튼 좋게 봐 주는 모든 덬들 고마워.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라도 되찾고 싶었던 이연이 눈물겨운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돌아왔다. 마땅히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비로소 지아의 세계로 건너왔다. 곤히 잠들었던 지아가 눈을 떴을 때 이연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삼도천으로 떨어지던 그 때, 내가 널 잡지 못했어. 놓쳐 버렸어.’ 지난 밤, 다시 놓칠 새라 이연의 손을 꼭 붙들고 잠들었던 지아였다. 벌떡 일어난 지아의 눈에 침실 유리문 너머 소파에 앉은 이연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티셔츠를 꿰어 입고 거실로 나간 지아가 이연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어쩐지 처진 어깨, 홀로 덩그러니 앉은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다. ‘인터뷰 영상 다 봤구나.’ 지아는 이연의 머리칼을 살살 쓸어내렸다. 이연은 가만히 웃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어루만지는 지아가 눈앞에 있어서였다,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지아가. 머리칼을 지나 눈가를, 뺨을, 어깨를 토닥거리며 내려가던 지아의 손이 이연의 왼쪽 가슴을 슬며시 문질렀다.
“여기, 그리고 여기. 아프진 않아?”
지아는 철심과 검이 박혔던 자리, 달맞이꽃을 삼켜 타고 내려갔던 자리를 그날로 돌아간 듯 아린 눈으로 훑었다. 이제 다시는 겪을 일 없는 일인데도 때때로 어제 일처럼 너무나 선명해서 지아는 울 것만 같았다. 차오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이연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전혀. 검이 박혔을 때보다 너 우는 소리 들렸을 때, 그때 여기가 더 아팠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
지아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기 위해 이연은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말해 봐. 틈만 나면 난 영원히 네 거야, 내 목숨은 네 거야 그래 놓고 나더러는 딴 남자 만나서 결혼하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얘기가 왜 또 거기로 튀나. 이연은 제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떠올렸다. 진심이었다. 결단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했으므로 지아가 다 잊고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어 평온하고 지루한 삶을 살기 바랐었다. 그것이 이연의 진심이었으나 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쓰는 그 시간들이 달맞이꽃을 삼켰던 순간보다 실은 더 큰 고통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프러포즈 뜻이 뭐야? 프러포즈 선물이 언제부터 나 아닌 딴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주는 선물이 된 거야? 나만 몰랐던 거야? 그래?”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는 듯 지아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지아도 이연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마땅히 잊혀야 하나 결코 잊히고 싶지 않았을 그 양가감정을. 이제는 이연이나 지아 자신이 서로를 떠날 일이 없기에 할 수 있는 타박이었다. 그래서 나무라는 지아나 듣는 이연도 생생한 기억은 그것대로 남겨두되 더는 아파하지 않기로 하였다.
“고만 해. 니 강아지 또 운다.”
“잘 아네. 넌 내 강아지야. 그니까 어디 갈 생각 말고 내 옆에 딱 붙어 있어. 너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지아가 이연의 티셔츠 줄을 잡아 잘잘 흔들었다. 행복했다.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이연은 염려할 것 없이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불러 봐, 내 이름.”
“지아야.”
“다시.”
“지아야.”
“한 번 더.”
“지아야.”
이제야 정말 살 것 같았다. 다시는 이연의 목소리로 들을 수 없을 줄만 알았던 제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지금껏 살아온 이유를, 앞으로 살아갈 이유를 지아는 찾을 수 있었다.
“영원히 같이 살자, 우리. 프러포즈 선물 입은 남지아 옆에 이연 너 세워 줄게. 너랑 나, 결혼하잔 뜻이야, 이연.”
지아가 이연에게 건네는 재회의 선물이자 영원의 약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