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서유나 기자] 김하늘의 특별한 능력이 꼭 누구와는 다른 맨얼굴로 증명되어야만 했을까.
10월 6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18 어게인'(연출 하병훈 / 극본 김도연, 안은빈, 최이륜) 6회에서는 화재 현장 특보에서 또한번 제 능력을 발휘하는 정다정(김하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정다정은 선배 아나운서 최지나(안미나 분)가 화장에만 몰두하는 사이 홀로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에 집중, 결국 선배 대신 특보에 투입돼 자막 12개를 띄우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꾸준히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온 정다정의 통쾌한 성공이었으나, 시청자들은 이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화장만 하느라 특보 시간을 지체하는 최지나의 모습이나 "거기 나간 기자며 아나운서들 다들 분칠하기 바쁜데 정다정 아나운서만 홀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정보 수집 했단다"는 대사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었다.
'18 어게인'은 남들보다 이른 나이 쌍둥이 아이를 낳아 기르며 경력이 단절돼 버린 정다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매번 기혼자라는 벽을 넘지 못하던 정다정은 우연한 기회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아나운서국 입사에 성공하고, 오직 능력치 하나로 자신을 향한 편견과 맞서 싸우고 있다. 주변인물의 방해공작에도 굴하지 않고 매사 긍정적으로 임하는 정다정의 모습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시청자들에게 건네는 용기의 메시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정다정의 능력을 입증하는 과정에선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정다정의 특별함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직업의식은 한없이 낮춰졌기 때문이었다. 앞선 상황처럼 이 드라마는 정다정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그녀가 복잡한 현장을 누비며 취재했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와 달리' 화장에 매진하지 않는 점까지 강조했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설정이 지나치게 고리타분하고 억지스럽다고 평했다. 이 장면이 정다정의 열정과 능력을 극대화하는덴 효과적일지 몰라도 요즘 시대 감수성과는 맞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남들만큼 능력있는에서 더 나아가 남들보다 능력있는 특별한 정다정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기자, 아나운서들은 자신의 얼굴만 챙기는 직업의식 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맨얼굴로 사건현장을 뛰어다니는 정다정의 모습은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정다정이 아름답기 위해 다른 이들이 못나져야 할 이유 또한 없다. 기혼자인 정다정은 꼭 '누구와 다르게' 더 빛나야만 하는 걸까. 미혼인 '누구들처럼' 빛나기에 그녀 역시 아름다울 순 없는 걸까. 시대를 비판하기 위해 한편으로 또다른 시대착오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JTBC '18 어게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