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홀릴 준비가 됐다. 이동욱과 조보아가 <구미호뎐>으로 만나 숨 가쁘게 서로를 추격한다. 첫만남부터 운명 같았던 두사람. 화보 촬영장에는 로맨틱한 긴장감이, 인터뷰에는 서로를 향한 애틋한 동지애가 가득했다. 이동욱의 단단한 내공과 조보아의 새로운 매력이 만나 올가을, 우리는 또 하나의 매혹적인 판타지에 빠지게 될 것 같다.
<이동욱>
- '이동욱이 구미호를 연기한다’ 라는 사실에 벌써부터 팬들이 들썩이고 있어요 역대급 캐릭터이자, 새롭고 특별한 '남자 구미호'를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일단 대본이 정말 재밌었어요. 한우리
작가님의 전작 <작은 신의 아이들>의
대본을 우연찮게 본 일이 있었는데, 글을 굉장히 잘
쓰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차에 <구미호뎐>의 제의가 왔고, 강신효 감독님께서도 저를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해
주셔서 두 분 믿고 열심히 해보자 싶었죠. '남자
구미호'라는 캐릭터도 생소했고, 잘 어울릴 것 같다고들 말씀해 주셔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 만일 '남자 구미호' 란게 세상에 있다면, 그 존재는 당연히(?) 이동욱이라는 반응들이더라고요?
하하. 참 기대치가 높은 건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부담되는 일이기도
하네요. 최대한 그 기대를 충족시켜드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어쨌든 외적인 분위기에서 풍기는 모습이 구미호 같은 역할에 어울린다고들 말씀해 주시는 거니 '무조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 중이에요, 하하.
- '이연'이란 인물은 백두대간 산신이었다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예요. 백그라운드부터 쉽지 않은 인물인데, 어떻게 캐릭터를
이해하고 이에 접근하려 했나요?
<도깨비>를 해본 경험상,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이 캐릭터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이해하려 들면 힘들어지더라고요. 대본에
주어진 대로만 생각하자, 그 이외의 부분은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채워 주실 거다. 그런 믿음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대본에 기본적인
서사나 이 친구의 태도, 평소 하는 생각과 감정이 잘 나와 있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그에 충실하려고
해요. 대본이 그만큼 디테일하다는 얘기죠.
-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강세를 보여왔어요. '아이언맨'이기도, '저승사자'이기도 했고 이젠 산신이었다가 구미호가 된 존재를 연기해요 미지의 세계 속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다른
말로 인간이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배우로서 어떤 경험인가요?
정말 재밌어요. 촬영하는 동안은 제가 그 인물로 사는 거잖아요. 평소에 할 수 없는 상상을 해야 하고, 그 상상이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게 즐거워요.
- 이제 이번 작품까지 하면, 아이언맨, 저승사자, 구미호까지 '이동욱 판타지 유니버스' 완성인데요?
하하, 그러네요. 사실 그런
부분을 경계하기도 했어요 워낙 <도깨비>의
저승사자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았으니, <구미호뎐>의 이연과 혹여라도 외적인 부분이나 디테일한 설정이 겹쳐 보일까
봐, 기시감을 느끼실까 봐 그런 점을 최대한 제외하려 했거든요. 이승과 저승을
오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천년 이상 살아낸 그 캐릭터들의 변주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데, 시청자분들께 어떻게 보일지는
저만의 숙제가 되겠죠.
- 조보아 씨와는 <구미호뎐>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어요. 그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첫 만남이 감독님, 작가님, 저, 보아 씨 이렇게 네 명이서 밥을 먹는 그런
자리였는데요. 처음 봤을 때 화면보다 더 예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하하. 또 TV에서 보이는 이미지보단 자신의 주장을 훨씬
더 조리 있게 잘 얘기하더라고요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함께 상의를 잘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보아 씨가 후배이기도 하고 나이 차이도 어느 정도 있다 보니 이 친구가 저를 어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오히려 제가 현장에서 격려나 위로를 받을 때가 많아서 굉장히 재밌게 찍고 있어요. 하하 육체적으로 힘든 액션 장면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보아 씨가 토닥여 주기도 하고, 그런 부분이 참 고마워요.
- '구미호 액션'은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요?
이연은 구미호이지만, 이승을
떠도는 '불법체류 망자'들을 심판해서 저승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서 요괴나 귀신들과 다투는 일이 많은데, 그게
당연히 평범한 액션들은 아닐 테니.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 많아요. 그래서 정말 이 자리, 이 인터뷰를 통해서 꼭
얘기하고 싶은 게, 우리 무술팀이 진짜
고생이 많아요. 새벽부터 미리 준비를 다 하고 합을 다 맞춰보고. 사실 다치기 쉽거든요. 진짜로. 자칫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고 뼈 하나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고 그런 순간이 많은데, 항상 그 친구들이 제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존재가
돼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 캐스팅 얘기만 들었을 땐, 당연히 조보아가 구미호를, 이동욱이 그를 쫓는 PD나 형사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고정관념의 전복이랄까 그게 <구미호뎐>의 특별한 매력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구미호뎐>이라고 하길래, 저도 당연히 기자님과 똑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대표님께서 <구미호뎐>이라는 작품 제의가 왔다고 하셔서, 거기까지만 듣고 "아 그럼 납량특집이야? 여자 구미호의 상대역인 거야?"라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아니·.. 네가 구미호야"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아니 내가?" 거기서부터 벌써 흥미롭더라고요. 장르도 저는 '로코'스러운 걸 상상하고 읽었거든요? 근데 그렇지 않아요. 추리물 성격도 있고, 스릴러 요소도 있고, 장르가 혼합된 느낌이 독특하고 재밌었어요. 남자 구미호라는 설정뿐 아니라, 그를 추적하는 PD인 '남지아의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진취적이에요 모든 사건을 자기 힘으로 해결하려는 힘과 마음을 가진 여성이어서, 그 점 또한 구미가 당겼어요. 당연히 남자 구미호라는 캐릭터에 주목할 수도 있는데, 남지아가 오히려 굉장히 매력적이고 멋있는 캐릭터로 그려질 거예요.
- 이미 이동욱은 '이승 미모'가 아닌 자로
유명하잖아요 <구미호던>으로 그런 비주얼적인
기대 또한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하하. 사실 어떻게 콘셉트를
잡고 스타일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어요 판타지는 늘 그렇듯 기본 자료가 많이 없거든요. 시놉시스
설명에는 뭐 '미색을 갖춰서 사람들을 홀리고’라고 나와 있으니… 기본적으로 좀 관능적인 이미지를 풍겨야 한다 싶더라고요. 머리를 레드 브라운 컬러로 바꿨고, 원래 드라마 메이크업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표현에도 신경을 썼어요. 감독님이 모노톤의 의상들을 원하셔서, 브로치나
넥타이핀 같은 액세서리로 변주를 주기도 했고요. 그런 부분을 유심히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배우는 작품마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잖아요. 이동욱이 <구미호뎐>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 혹은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무엇인가요?
이번에는 좀 더 많은 분께.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사실 올해는 다들 지치고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잖아요. 이 작품이 방영되는 동안만큼은 판타지 세계에서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또 저희 감독님이 더 잘 되셨으면 좋겠고요. 하하. 진짜
열심히 찍고 계시거든요. 같이 찍는 후배들도 물론이고요. 보아
씨한테도 "이 드라마가 잘 돼서 네가 다음 스텝을 밟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어요 (김)범이도 제대 후 복귀작인데, 이
작품으로 다음을 더 멀리 보게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이에요.
<조보아>
- 사실 주연 배우들의 이름과 <구미호뎐>의 제목만 들었을 땐, 당연히 조보아가 구미호 역일 줄 알았어요. 근데 구미호와 사랑에 빠지는 괴담 프로그램 PD 역할이라니, 의외성 있는 캐스팅에 놀랐어요.
<구미호뎐>의 구미호는 전통적으로, 또 일반적으로 알려진 구미호 캐릭터의 모습 그대로이기보단 서양 문화권에서 익숙한 흡혈귀와 같은 존재처럼 보여질 것 같아요. 캐스팅 기사 제목에도 ‘한국판 <트와일라잇>’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꼭 구미호라고 해서 꼬리가 아홉 개 달려있고, 송곳니가 나와 있고, 이런 이미지라기보다는 몽환적이고 관능적인 모습으로 나와요. 대본을 읽으면 오히려 이 구미호는 남자인 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고, 매력적이었거든요. 구미호가 남자라는 설정에서 별다른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저는 그를 쫓는 인간으로 나오는데, 서로 잘 어우러지는 역할이라 매력을 느꼈어요.
- 오늘 화보 촬영을 함께한 이동욱 씨가 바로 그 ‘남자 구미호’에요. 대본을 보고 상상한 구미호의 모습 그대로였나요?
이동욱이라는 배우를 딱 떠올렸을 때, 구미호라.. 되게 잘 어울리지 않나요? 하하. 좀 설렜어요. 그런 판타지성 있는 캐릭터가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이동욱 선배의 그런 비현실적인 외모(?) 덕분에 선배가 아니면 어떤 배우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남지아’는 앞뒤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행동파이자, ‘간을 배 밖으로 내놓고 다니는’ 캐릭터라고 소개돼요. 실제 조보아와도 닮은 구석이 있나요?
지아는 씩씩하고 당차고 겁이 전혀 없는 인물이예요. 직설적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런 모습과는 꽤 거리가 먼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지아를 연기하는 게 통쾌하고 재밌더라고요. 평소에 제가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었고요. 하하, 그래도 씩씩한 모습은 저와도 비슷한 것 같아요.
- ‘씩씩’하고 현란한 조보아표 액션을 기대해도 되나요?
하하, 대부분의 구미호들은 액션을 해요. 액션 장면이 워낙 많은 작품이기도 하고 저도 그들에게 휘말릴 때가 종종 있어서, 촬영 전에는 액션 스쿨도 다니고 구미호나 요괴들과 합을 맞추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 직업적으로 PD라는 역할은 처음 맡았네요. 그래서 실제 현업에서 뛰고 있는 강신효 감독과도 그 디테일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제가 여태 연기해왔던 캐릭터들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어서 감독님과 함께 톤을 잡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사실 남지아라는 캐릭터가, 저희 작가님을 모티프로 해서 쓰였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성격이나 당찬 면모 같은 것이 작가님의 모습에서 많이 스며든 거라고 하셔서, 작가님을 유심히 관찰했던 것 같아요.
- <구미호뎐>은 매혹적이고 잔혹한 사랑
이야기에요. 남지아는 주체적인 인물이지만, 운명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 버리는 인물이기도 하잖아요. 조보아는
실제로는 운명을 믿는 편이에요?
글쎄요, 운명적인 걸
믿긴 하지만, 순응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처음엔 운명처럼 다가왔어요. 그러다 계속해서 이 직업과 제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계속 잘 해내고 싶고, 좋아하니까
노력이란 걸 하게 되잖아요. 모든 일엔 운명과 노력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 것 같아요.
- 그렇다면 배우 조보아에게 <구미호뎐>은 어떤 ‘운명’이자 ‘노력’이 될 작품인가요?
물론 아닌 것도 있었지만, 여태껏 제가 연기해온 캐릭터들은 외적으로 꾸며야 하는 것이 많았어요. 의상이나 헤어 메이크업으로 힘도 줘보고 신나게 꾸며도 봤는데, 남지아는 현장을 주로 누비다 보니 옷도 정말 내추럴하게 입고 꾸밈이 없어요. 그런 부분에서 힘을 뺐기 때문에, 외적인 부분보단 열심히 준비했던 연기적인 면과 캐릭터의 내면적인 성격 자체가 돋보일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기대돼요. 그동안 제가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 그렇다면 특별히 조보아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싶은 작품이나 경험을 얘기해준다면요?
항상 매 작품을 터닝 포인트로 삼으려고 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구미호뎐>이라고 하고 싶어요. 대본만 보고도 욕심이 났고, 처음부터 기대가 됐거든요, 최대한 이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게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진 모르겠어요. 조금은 기대를 걸고 싶어요.
(사이트에는 따로 안떴고 잡지에서 드라마 부분만 타이핑해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