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익 대표는 한국 영화산업에서 이를테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인물이다. 극장 체인 메가박스로 영화계에 입문해 투자배급사 NEW의 영화부문 대표를 거쳤고, 현재는 제작사 스튜디오앤뉴의 대표를 맡고 있으니 말이다. 그가 기획-투자-배급-상영이라는 영화의 모든 공정을 경험해봤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관객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극장에서 출발해 투자배급업과 제작에 다다랐기 때문에 관객의 눈높이와 호흡을 중심 가치에 놓을 수 있었다는 점이야말로 그를 특징짓는 요소다. 2010년부터 NEW 영화부문 대표를 맡으며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부산행>(2016) 같은 영화를 성공적 결과로 이끈 것도 그런 그의 특성이 빛을 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9월부터 영화,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앤뉴 대표를 맡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그는, NEW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를 성공시킨 여세를 몰아 지난해 <미스 함무라비>와 <뷰티 인사이드>를 제작했고, 영화 <안시성>까지 제작했다. 올해 초부터 영화부문 대표까지 다시 맡게 된 그는 최근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하 <보좌관>)을 제작하고 영화 <비스트>를 제작, 투자, 배급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영화 <비스트>와 드라마 <보좌관>을 동시에 작업하느라 엄청 바빴을 것 같다.
많이 바빴다. 사실 드라마는 아직 초짜잖나.
<비스트>의 성적은 기대보다는 좋지 않은 편이다.
성적이 많이 안 좋다. 사실 감독이 원하는 영화와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거기서 관객이 선호하는 쪽으로 가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지만, 감독의 의중대로 간다면 작품으로는 감독이 만족할 수 있으나 흥행에선 힘들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시기적으로 비수기이지만 <기생충> <알라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 엄청난 흥행작들이 극장에 걸려 있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가장 극심한 전쟁터에 어려운 영화를 내놓게 된 셈이다.
프랑스 고몽의 <오르페브르 36번가>를 리메이크한 영화인데 처음부터 글로벌한 전략을 갖고 있었나.
고몽과 함께 칸을 준비했는데 편집이 늦어지면서 후반일정을 못 맞췄고 칸영화제 행이 틀어졌다. 해외 세일즈는 고몽이 유럽 쪽을 세일즈하는데 비슷한 장르의 다른 영화보다 훨씬 판매가가 높다. 일본에서도 이런 장르로서는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됐다.
스튜디오앤뉴는 현재 어떤 영화를 준비하고 있나.
우선 KBS에서 방송했던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를 연출했던 김한솔 감독의 <귀선>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해전 중 그리 유명하지는 않은 부산포 해전과 거북선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현재 시나리오 수정 중인데 내년 초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당한 규모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사실 <임진왜란 1592>를 보고 저 예산에 저렇게 만들어낼 수 있구나, 감독의 능력에 감탄했다. 단지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여러 작품을 개발 중이다.
<보좌관>은 스튜디오앤뉴의 이름으로 만든 세 번째 드라마다.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드라마 영역에서는 정치라는 소재를 여전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시선이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는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전문직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정치라는 것은 그 뒤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요소다. 물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정치 자체가 앞에 나서기도 하지만. 사실 영화를 하던 회사들이 드라마 제작을 하면서 소재가 더 다양해지고 풍부해졌다. 이미 영화에서는 정치를 상당히 많이 다뤄왔잖나. 나는 정치라는 소재가 특별하다기보다 여러 다양한 소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스 함무라비>도 사실 민사재판을 소재로 한 최초의 드라마다. 법정 드라마라고 해서 모두 형사를 다룰 때 우리는 민사를 다뤘는데, <미스 함무라비>의 핵심이 바로 그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법원을 어려워하고 문턱이 높다고 여기는데, 실제로 법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사건 뒤에 숨어있는 실제 사람들의 삶들을 보여주면 울림이 강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4%에 갇혀 있던 <보좌관>의 시청률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넓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조금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인물들이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정치적인 상황으로 대립하다 보니 이를 즐길 수 있는 시청자가 제한적인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이제는 시청자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시즌 2는 보다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좌관> 시즌 2는 언제 방송하나.
올해 가을을 목표로 한다. 다음 주(인터뷰는 7월 8일에 이뤄졌다.)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몇 시즌을 계획하고 있나.
시즌 2개까지는 확정되어 있고 시즌 4까지는 갈 생각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시즌 2는 JTBC에서 계속 방송하고 그 뒤 시즌은 협의 중이라고 보면 된다.
드라마와 영화는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분야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영화는 관객이 돈을 내고 들어와 보는 콘텐츠지만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무료다. 그래서 영화는 극장 안에서 2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게 되지만 드라마는 왔다 갔다 하면서 설렁설렁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타깃 관객이 분명하다. 요즘엔 가족 관객까지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20대, 30대가 중심이다. <보좌관> 같은 경우는 좀 다르긴 하지만, 드라마는 그 폭이 훨씬 크다. 예전에 영화가 드라마보다 훨씬 상위 장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는데, 한 배우에게 왜 영화만 하지 않고 드라마를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그 배우의 답을 듣고 매우 부끄러웠다. 그 배우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신단다. 어머니의 유일한 낙이 집에 돌아와서 드라마를 보는 건데 거기에 아들 얼굴이 나오면 너무 좋아하신다고 했다. 실제로 드라마가 소시민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엔터테인먼트 장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파급력도 영화보다 드라마가 훨씬 큰 것 같다.
아무래도 스튜디오앤뉴의 뿌리는 영화다 보니 지향하는 색깔도 확연히 다를 것 같다.
아무래도 회사마다 잘하는 게 따로 있다고 본다. 장르적이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싶다.
아직도 드라마 분야에서 낯선 점이 있나.
2017년부터 따지면 3년째이고, <태양의 후예>부터 따지면 5년 이상 이 일을 해와 낯설지는 않다. 물론 제작 방식의 차이는 확연하다. 준비 단계에 영화의 경우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면, 드라마는 작가와의 시간이 상당히 중요하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감독이 작가의 영역도 담당하니 감독 한 분과 이야기를 하면 되지만, 드라마의 경우는 작가의 영역과 감독의 영역이 완전히 별도로 존재한다. 정말이지 16부작 이상을 쓴다는 것, 16시간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게 쓸 수 있는 작가가 흔치 않기도 하다.
드라마 감독들의 역량도 달라졌다고 보나.
요즘 드라마들을 보면 알겠지만, 영상미 면에서도 영화보다 나은 드라마도 상당히 많다. 사실은 드라마 스태프들의 숙련도가 영화보다 더 높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감독을 비교해보자. 영화감독이 10년 동안 몇 편을 할 수 있겠나. 부지런히 해도 3~4편 아닐까. 드라마 감독의 경우 부지런한 분들은 1년에 한 편씩도 하지만 그런 경우를 예외로 놓고 10년 동안 대략 6편 정도를 한다면, 16부작이니까 한 편 할 때마다 영화의 8배를 찍는 거다. 일단 한 분야에서 장인이 되고 나면 그 다음부터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데, 드라마의 경우 그 영역에서 보내는 시간이 워낙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인들이 되는 것 같다. 영화 스태프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현장은 정말 전쟁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쪽에서는 감독이 빠진 현장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드라마에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일정 분량을 다 찍어야 하기 때문에 B팀, C팀을 동시에 돌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공조해가면서 찍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후반작업도 고려해야 한다. 찍고 편집하고 DI하고 믹싱하고 이 전 과정을 일주일에 두 개씩 해야 한다. 일주일에 영화 한 편씩 만드는 셈이다. 지금 <보좌관>을 연출하는 곽정환 감독은 아직 40대 후반이지만 조연출부터 15년 이상 이 작업을 꾸준히 해온 사람이다. 숙련도에 있어서는 영화를 많이 해왔다는 감독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다.
그럼에도 영화 쪽에서는 여전히 드라마를 한 수 아래로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영화인들에게 영화만 특별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선민의식 비슷한 생각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과거 방송과 영화는 베타 테이프로 찍느냐, 필름으로 찍느냐 하는 차이만큼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았다면, 이제는 완전히 똑같은 장비로 제작을 하니 말이다. 그리고 드라마 감독들 또한 엄청 고민하고 노력한다. 심지어 어떤 감독은 드라마를 찍는 5개월, 6개월 동안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다. 이동하는 동안 짬짬이 수면을 취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5일에 영화 한 편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 아닌가. 그렇게 해내는 분들을 보면 사실 존경스럽다. 그리고 작품에 관해 토론해보면 이분들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드라마 또한 작품 전체에 대한 프리 프로덕션은 하지만, 모든 회차의 프리 프로덕션을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영상과 인물들의 감정 라인, 그리고 매끄러운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제작사 입장에서 돈이라는 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의 수익성은 어떤가.
사실 영화는 타율 3할을 만들기 어렵지 않나. 다수가 망하고 한두 편 정도가 아주 잘 돼서 산업적인 손익을 맞추는 셈인데, 거꾸로 드라마는 크게 버는 작품은 드문 데 반해 망하는 작품도 거의 없는 구조다. 제작사가 손해를 본다거나 방송사가 손해를 보지는 않지만,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처럼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우리도 <미스 함무라비> <뷰티 인사이드> <보좌관>까지 다 수익은 났다. 그 폭은 낮은 편이지만.
콘텐츠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드라마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 전망하나.
당분간 드라마 편수는 줄지 않을 것 같다. 일부 지상파에서 일시적으로 드라마를 줄이는 움직임도 있지만, 종편들도 활발하게 드라마를 편성 중이고 넷플릭스나 아마존,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몇 개국 안 되잖나. 그중에서도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글로벌 플랫폼으로서는 한국 드라마가 굉장히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 중국시장 없이도 이 정도가 되고 있는데, 언젠가 중국시장이 다시 본격화되면 시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스튜디오앤뉴 직원은 몇 명인가.
드라마 분야는 10명 정도이고 영화 쪽은 5~6명이다. 나머지는 경영지원 파트다.
직원 수가 두 배가량 차이 나는데, 드라마를 보다 강조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되나.
준비하는 작품 수에서 드라마가 더 많다. 무엇이 먼저 들어갈지는 몰라도 내년을 향해 준비 중인 작품이 10편 정도 된다. 과장급 기획 PD가 4명인데 1인당 3편꼴이 된다. 그리고 제작 PD가 있는데, 기획과 제작은 서로 영역을 넘나들면서 일하게끔 했다. 결국 모든 PD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다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우리는 내부에서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서로 PD라는 호칭을 쓴다. 그렇게 하더라도 완벽히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되진 않겠지만, 직급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사실 작품에 관해서 나는 젊은 친구들에게 빚지며 살아간다. 새로운 영감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그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준비하는 드라마 물량이 많다. 확실히 시장이 활황세인가 보다.
요즘 캐스팅이 워낙 어렵지 않나. 이 정도 준비하고 있으면 1년에 4~5편 정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스튜디오앤뉴는 최근 매니지먼트까지 시작했다. 대개의 경우 이름난 배우들을 스카우트하거나 기존의 회사를 인수하는데, 특이하게도 오디션을 통해 신인 배우를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이 나와 우리 회사의 방향인 것 같다. 매니지먼트 분야나 제작 분야나 모두 기존 업체를 인수하면서 뛰어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일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수익을 위해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우고 싶었고 그러려면 직접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또 지금은 배우들이 부족하니 신인을 발굴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직접 제작을 할 뿐 아니라 여러 콘텐츠를 다루기 때문에 신인 배우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당장 매니지먼트로 수익을 내겠다는 게 아니라 좋은 배우를 키워서 수익이 따라올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거다.
이번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배우 중 캐스팅된 경우가 있나.
1기로 뽑은 배우는 7명이다. 우선 <보좌관>에서 노다정 역할로 나오는 도은비 배우가 있다. 지금은 우리 작품이라고 해서 이들을 무조건 끼워 넣는 일은 없다. 일단 오디션을 많이 보게 하고, 전문적 교육을 받게 하며 키우고 있다. 지금은 배우들도 키우고 직원들도 키우는 단계다.
스튜디오앤뉴가 독립적으로 상장될 가능성도 있나.
아주 높다. 현재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데, 조만간 완료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장이라는 길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모델과 유사해 보인다.
그곳과는 다를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의 방송사들을 끼고 있는 형태인데, 우리는 방송사가 없지 않나. 사실 플랫폼을 가져야 할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다. 한때는 케이블 방송사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기도 했지만, 여러 해외 플랫폼들이 들어오고 국내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움직임이 있어 고민 중이다. 오히려 성을 갖지 않아서 더 잘 싸웠던 칭기즈칸처럼 플랫폼을 갖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연초부터 NEW 영화사업 부문 대표까지 맡게 됐다.
정말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이젠 조금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많은 일은 본부장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면서 풀어나가면 된다. 그리고 나는 나를 꼭 필요로 하는 데 시간을 집중적으로 쓰면 될 것 같다.
NEW의 향후 영화 라인업은 어떻게 되나.
하반기에 준비하고 있는 작품으로는, 용필름이 제작하는 이계벽 감독의 <힘을 내요, 미스터 리>(차승원, 엄채영, 박해준 출연), 역시 용필름의 <더 콜>(이충현 연출, 박신혜, 전종서 출연), 영화사 집의 <가장 보통의 연애>(김한결 연출, 김래원, 공효진 출연), 외유내강의 <시동>(최정열 연출,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출연) 등이 있다. 그 중 몇 편을 올해 안에 개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년에는 작품들이 좀 많다. 외유내강의 <인질>(필감성 연출, 황정민 출연)이 있고, 조은지 배우의 감독 데뷔작 <입술은 안돼요>(비리프 제작,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출연), 박대민 감독의 <특송>(엠픽처스 제작, 박소담, 송새벽, 김의성, 정현준 출연), 장유정 감독의 <정직한 후보>(수필름·홍필름 제작,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출연)도 제작 중이다. 그리고 <부산행>의 속편인 연상호 감독의 <반도>(영화사 레드피터 제작, 강동원, 이정현 출연)가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개봉할 작품이 10편 정도 된다.
아무래도 <반도>가 가장 궁금하다.
<반도>는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이다. <부산행> 이후 4년 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부산행>이 열차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드라마였다면, <반도>는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부산행>이나 기존 좀비물보다 훨씬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촬영은 6월 말 시작했고 10월 초면 끝날 것 같다. CG 작업은 워낙 분량이 많아서 크랭크인 전 이미 시작했다.
제작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총제작비 기준으로 200억 원 정도다. <반도>는 해외 세일즈로 상당 부분 리쿱될 것으로 본다. 이미 세일즈를 시작했는데 상당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부산행>의 경우도 해외에서만 100억 원 정도 리쿱됐다.
나머지 영화 중에서 규모가 큰 것도 있나.
대략 비슷하다. <정직한 후보>나 <입술은 안돼요>는 개성이 강한 코미디다. <특송>이나 <인질>은 콘셉트가 특이하다. <인질>은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으로 출연하는데, 누군가에게 납치당하는 이야기이고, <특송>은 박소담이 모든 것을 다 배달할 수 있는 배달부 역할을 하는 액션스릴러다. 예산이 큰 <반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라인업을 생각해보면 모두 개성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초기 NEW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부산행>이야 처음부터 천만영화를 목표로 했지만, <7번방의 선물>이나 <변호인> 같은 경우는 작품성으로 접근했는데 흥행까지 잘 된 것이다. 좋은 영화를 하다 보면 시장에서 기회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영화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영화 흥행이 부진했던 것은 어떤 시장의 흐름의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그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마블-디즈니 영화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영화가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주요 배급 타이밍을 그들이 가져가게 됐다. 한국영화는 그 시즌을 피해 개봉을 잡게 됐는데, 이래저래 제작비가 높아지다 보니 시기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추석이든 연말이든 좁은 시기에 한국영화가 몰리게 되니 공멸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과장해서 말하면 예전 한국영화를 ‘방화’라고 부르던 시기, 한국영화는 추석 아니면 설날 시즌에 개봉해야 했는데 그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영화가 고립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더 안 좋은 점은 당시보다 한국영화가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배급사도 많아져서 경쟁은 더 심해졌는데, 여름이나 추석, 겨울 같은 주요 시즌에 마블-디즈니 영화라도 들어오면 시장이 정말 지옥이 될지도 모르겠다. 연말의 <겨울왕국>이 큰 고민거리다. 마블을 포함해서 디즈니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지만 국내 시장에서 만들어내는 영향력이 점점 더 강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 디즈니의 콘텐츠들은 어떤 한국 콘텐츠보다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알라딘> <라이온 킹>처럼 지금의 20, 30대 혹은 40대까지도 어렸을 때부터 계속 친숙하게 봐오던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는데, 거기서 나오는 친숙함은 한국영화가 갖고 있는 배우의 친숙함보다 훨씬 더 강한 것 같다. 게다가 막대한 자본까지 들어간 그런 영화들을 한국영화가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이건 모든 한국영화인이 가져야 할 고민인 것 같다.
혹시 관객들이 한국영화에 거부감이나 불신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거부감이나 불신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요즘 관객들은 한 작품에 꽂히면 그것을 반복해서 재관람하지 다른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마블 영화뿐 아니라 <기생충>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그동안 우리가 흔히 얘기해온 극장에서의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의 관객들은 실패하는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그리고 관객들 취향의 변화가 예전에는 10년 단위에서 5년 단위로 바뀌었다면, 지금은 1년 단위로 달라져서 정말 잘 모르겠다. 그들의 취향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린다. 지금 하는 생각은 시장의 변화에 반보만 늦게 따라가자는 거다. 앞서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물론 반보만 늦으려고 해도 지금보다 몇 발은 앞으로 뛰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트렌드가 빨리 바뀐다면, 제작에 기본적으로 2년 이상 걸리는 영화 같은 경우는 점점 어려움을 겪겠다.
한국영화계가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건 코미디와 대작이 될 것이다. 가장 트렌드를 덜 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관객들은 이제 좋은 작품을 보는 것보다 이 2시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코미디 장르가 가장 유리한 것 같다.
투자배급 분야에 신생 업체가 많이 진입했다. 내년 또는 내후년이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영화의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모두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안 그랬던 적은 없었다. 계속 새로운 배급사가 들어왔었고 떨어져 나가는 회사가 있었다. 사실 투자배급사가 많아진 것보다 힘의 균형이 제작사로 넘어가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단지 투자사가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배우들이 부족하잖나. 얼마 전 한 유명 감독이 배우들에게 전화를 죽 돌린 게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런 감독도 제작 쪽이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능력을 가진 소수의 제작사와 감독에게 힘이 쏠리게 될 것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파워그룹이 형성될 것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서 드라마 분야까지 본다면, 워낙 구인난이 심하다 보니 이젠 스태프를 제대로 꾸리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스태프 입장에서 같은 일이 들어왔다면 아무래도 다음 일도 함께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작사의 일을 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제작사의 대형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부분의 영화 투자배급사는 물론이고 제작사까지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관심을 쏟고 있다. 이제 양 분야를 겸업하는 시대가 온 것인가.
사실 겸업을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물론 겸업을 해야 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영화를 잘하는데 굳이 드라마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드라마의 경우 수익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기대 수익 자체는 낮은 편이다. 한마디로 대박을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사실 영화도 대박을 낼 확률이 적은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투자배급사는 오히려 드라마를 할 이유가 존재한다. 꾸준히 일정한 매출이 발생하는 데다 손해도 보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작사 입장은 다르다. 물론 드라마가 아주 잘 되면 제작사가 큰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체 시장에서 그런 작품은 1년에 한 편 정도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500~600만 명만 들어도 제작사가 50~60억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장르물 드라마의 경우 수익은 거의 안 난다. 방송국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을 빼면 거의 없다. 그렇게 따지면 공은 엄청 들어가는데 굳이 드라마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NEW는 2008년 한국영화계에 등장한 이래 계속 신선한 시도로 충무로에 자극을 줬고 새로운 화두를 던져왔다. 현재의 화두가 있다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웃음). 창사 이래 우리가 가졌던 장점은 유연함이었던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생기더라도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변화를 타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능력 말이다. 그 유연성을 다시 발휘해야 할 때인 것 같다.
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rsch/findPublishIndexInfoDetail.do
영화 <비스트>와 드라마 <보좌관>을 동시에 작업하느라 엄청 바빴을 것 같다.
많이 바빴다. 사실 드라마는 아직 초짜잖나.
<비스트>의 성적은 기대보다는 좋지 않은 편이다.
성적이 많이 안 좋다. 사실 감독이 원하는 영화와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거기서 관객이 선호하는 쪽으로 가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지만, 감독의 의중대로 간다면 작품으로는 감독이 만족할 수 있으나 흥행에선 힘들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시기적으로 비수기이지만 <기생충> <알라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 엄청난 흥행작들이 극장에 걸려 있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가장 극심한 전쟁터에 어려운 영화를 내놓게 된 셈이다.
프랑스 고몽의 <오르페브르 36번가>를 리메이크한 영화인데 처음부터 글로벌한 전략을 갖고 있었나.
고몽과 함께 칸을 준비했는데 편집이 늦어지면서 후반일정을 못 맞췄고 칸영화제 행이 틀어졌다. 해외 세일즈는 고몽이 유럽 쪽을 세일즈하는데 비슷한 장르의 다른 영화보다 훨씬 판매가가 높다. 일본에서도 이런 장르로서는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됐다.
스튜디오앤뉴는 현재 어떤 영화를 준비하고 있나.
우선 KBS에서 방송했던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를 연출했던 김한솔 감독의 <귀선>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해전 중 그리 유명하지는 않은 부산포 해전과 거북선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현재 시나리오 수정 중인데 내년 초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당한 규모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사실 <임진왜란 1592>를 보고 저 예산에 저렇게 만들어낼 수 있구나, 감독의 능력에 감탄했다. 단지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여러 작품을 개발 중이다.
<보좌관>은 스튜디오앤뉴의 이름으로 만든 세 번째 드라마다.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드라마 영역에서는 정치라는 소재를 여전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시선이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는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전문직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정치라는 것은 그 뒤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요소다. 물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정치 자체가 앞에 나서기도 하지만. 사실 영화를 하던 회사들이 드라마 제작을 하면서 소재가 더 다양해지고 풍부해졌다. 이미 영화에서는 정치를 상당히 많이 다뤄왔잖나. 나는 정치라는 소재가 특별하다기보다 여러 다양한 소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스 함무라비>도 사실 민사재판을 소재로 한 최초의 드라마다. 법정 드라마라고 해서 모두 형사를 다룰 때 우리는 민사를 다뤘는데, <미스 함무라비>의 핵심이 바로 그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법원을 어려워하고 문턱이 높다고 여기는데, 실제로 법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사건 뒤에 숨어있는 실제 사람들의 삶들을 보여주면 울림이 강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4%에 갇혀 있던 <보좌관>의 시청률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넓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조금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인물들이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정치적인 상황으로 대립하다 보니 이를 즐길 수 있는 시청자가 제한적인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이제는 시청자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시즌 2는 보다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좌관> 시즌 2는 언제 방송하나.
올해 가을을 목표로 한다. 다음 주(인터뷰는 7월 8일에 이뤄졌다.)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몇 시즌을 계획하고 있나.
시즌 2개까지는 확정되어 있고 시즌 4까지는 갈 생각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시즌 2는 JTBC에서 계속 방송하고 그 뒤 시즌은 협의 중이라고 보면 된다.
드라마와 영화는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분야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영화는 관객이 돈을 내고 들어와 보는 콘텐츠지만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무료다. 그래서 영화는 극장 안에서 2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게 되지만 드라마는 왔다 갔다 하면서 설렁설렁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타깃 관객이 분명하다. 요즘엔 가족 관객까지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20대, 30대가 중심이다. <보좌관> 같은 경우는 좀 다르긴 하지만, 드라마는 그 폭이 훨씬 크다. 예전에 영화가 드라마보다 훨씬 상위 장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는데, 한 배우에게 왜 영화만 하지 않고 드라마를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그 배우의 답을 듣고 매우 부끄러웠다. 그 배우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신단다. 어머니의 유일한 낙이 집에 돌아와서 드라마를 보는 건데 거기에 아들 얼굴이 나오면 너무 좋아하신다고 했다. 실제로 드라마가 소시민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엔터테인먼트 장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파급력도 영화보다 드라마가 훨씬 큰 것 같다.
아무래도 스튜디오앤뉴의 뿌리는 영화다 보니 지향하는 색깔도 확연히 다를 것 같다.
아무래도 회사마다 잘하는 게 따로 있다고 본다. 장르적이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싶다.
아직도 드라마 분야에서 낯선 점이 있나.
2017년부터 따지면 3년째이고, <태양의 후예>부터 따지면 5년 이상 이 일을 해와 낯설지는 않다. 물론 제작 방식의 차이는 확연하다. 준비 단계에 영화의 경우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면, 드라마는 작가와의 시간이 상당히 중요하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감독이 작가의 영역도 담당하니 감독 한 분과 이야기를 하면 되지만, 드라마의 경우는 작가의 영역과 감독의 영역이 완전히 별도로 존재한다. 정말이지 16부작 이상을 쓴다는 것, 16시간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게 쓸 수 있는 작가가 흔치 않기도 하다.
드라마 감독들의 역량도 달라졌다고 보나.
요즘 드라마들을 보면 알겠지만, 영상미 면에서도 영화보다 나은 드라마도 상당히 많다. 사실은 드라마 스태프들의 숙련도가 영화보다 더 높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감독을 비교해보자. 영화감독이 10년 동안 몇 편을 할 수 있겠나. 부지런히 해도 3~4편 아닐까. 드라마 감독의 경우 부지런한 분들은 1년에 한 편씩도 하지만 그런 경우를 예외로 놓고 10년 동안 대략 6편 정도를 한다면, 16부작이니까 한 편 할 때마다 영화의 8배를 찍는 거다. 일단 한 분야에서 장인이 되고 나면 그 다음부터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데, 드라마의 경우 그 영역에서 보내는 시간이 워낙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인들이 되는 것 같다. 영화 스태프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현장은 정말 전쟁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쪽에서는 감독이 빠진 현장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드라마에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일정 분량을 다 찍어야 하기 때문에 B팀, C팀을 동시에 돌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공조해가면서 찍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후반작업도 고려해야 한다. 찍고 편집하고 DI하고 믹싱하고 이 전 과정을 일주일에 두 개씩 해야 한다. 일주일에 영화 한 편씩 만드는 셈이다. 지금 <보좌관>을 연출하는 곽정환 감독은 아직 40대 후반이지만 조연출부터 15년 이상 이 작업을 꾸준히 해온 사람이다. 숙련도에 있어서는 영화를 많이 해왔다는 감독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다.
그럼에도 영화 쪽에서는 여전히 드라마를 한 수 아래로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영화인들에게 영화만 특별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선민의식 비슷한 생각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과거 방송과 영화는 베타 테이프로 찍느냐, 필름으로 찍느냐 하는 차이만큼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았다면, 이제는 완전히 똑같은 장비로 제작을 하니 말이다. 그리고 드라마 감독들 또한 엄청 고민하고 노력한다. 심지어 어떤 감독은 드라마를 찍는 5개월, 6개월 동안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다. 이동하는 동안 짬짬이 수면을 취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5일에 영화 한 편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 아닌가. 그렇게 해내는 분들을 보면 사실 존경스럽다. 그리고 작품에 관해 토론해보면 이분들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드라마 또한 작품 전체에 대한 프리 프로덕션은 하지만, 모든 회차의 프리 프로덕션을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영상과 인물들의 감정 라인, 그리고 매끄러운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제작사 입장에서 돈이라는 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의 수익성은 어떤가.
사실 영화는 타율 3할을 만들기 어렵지 않나. 다수가 망하고 한두 편 정도가 아주 잘 돼서 산업적인 손익을 맞추는 셈인데, 거꾸로 드라마는 크게 버는 작품은 드문 데 반해 망하는 작품도 거의 없는 구조다. 제작사가 손해를 본다거나 방송사가 손해를 보지는 않지만,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처럼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우리도 <미스 함무라비> <뷰티 인사이드> <보좌관>까지 다 수익은 났다. 그 폭은 낮은 편이지만.
콘텐츠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드라마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 전망하나.
당분간 드라마 편수는 줄지 않을 것 같다. 일부 지상파에서 일시적으로 드라마를 줄이는 움직임도 있지만, 종편들도 활발하게 드라마를 편성 중이고 넷플릭스나 아마존,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몇 개국 안 되잖나. 그중에서도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글로벌 플랫폼으로서는 한국 드라마가 굉장히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 중국시장 없이도 이 정도가 되고 있는데, 언젠가 중국시장이 다시 본격화되면 시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스튜디오앤뉴 직원은 몇 명인가.
드라마 분야는 10명 정도이고 영화 쪽은 5~6명이다. 나머지는 경영지원 파트다.
직원 수가 두 배가량 차이 나는데, 드라마를 보다 강조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되나.
준비하는 작품 수에서 드라마가 더 많다. 무엇이 먼저 들어갈지는 몰라도 내년을 향해 준비 중인 작품이 10편 정도 된다. 과장급 기획 PD가 4명인데 1인당 3편꼴이 된다. 그리고 제작 PD가 있는데, 기획과 제작은 서로 영역을 넘나들면서 일하게끔 했다. 결국 모든 PD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다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우리는 내부에서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서로 PD라는 호칭을 쓴다. 그렇게 하더라도 완벽히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되진 않겠지만, 직급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사실 작품에 관해서 나는 젊은 친구들에게 빚지며 살아간다. 새로운 영감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그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준비하는 드라마 물량이 많다. 확실히 시장이 활황세인가 보다.
요즘 캐스팅이 워낙 어렵지 않나. 이 정도 준비하고 있으면 1년에 4~5편 정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스튜디오앤뉴는 최근 매니지먼트까지 시작했다. 대개의 경우 이름난 배우들을 스카우트하거나 기존의 회사를 인수하는데, 특이하게도 오디션을 통해 신인 배우를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이 나와 우리 회사의 방향인 것 같다. 매니지먼트 분야나 제작 분야나 모두 기존 업체를 인수하면서 뛰어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일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수익을 위해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우고 싶었고 그러려면 직접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또 지금은 배우들이 부족하니 신인을 발굴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직접 제작을 할 뿐 아니라 여러 콘텐츠를 다루기 때문에 신인 배우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당장 매니지먼트로 수익을 내겠다는 게 아니라 좋은 배우를 키워서 수익이 따라올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거다.
이번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배우 중 캐스팅된 경우가 있나.
1기로 뽑은 배우는 7명이다. 우선 <보좌관>에서 노다정 역할로 나오는 도은비 배우가 있다. 지금은 우리 작품이라고 해서 이들을 무조건 끼워 넣는 일은 없다. 일단 오디션을 많이 보게 하고, 전문적 교육을 받게 하며 키우고 있다. 지금은 배우들도 키우고 직원들도 키우는 단계다.
스튜디오앤뉴가 독립적으로 상장될 가능성도 있나.
아주 높다. 현재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데, 조만간 완료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장이라는 길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모델과 유사해 보인다.
그곳과는 다를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의 방송사들을 끼고 있는 형태인데, 우리는 방송사가 없지 않나. 사실 플랫폼을 가져야 할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다. 한때는 케이블 방송사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기도 했지만, 여러 해외 플랫폼들이 들어오고 국내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움직임이 있어 고민 중이다. 오히려 성을 갖지 않아서 더 잘 싸웠던 칭기즈칸처럼 플랫폼을 갖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연초부터 NEW 영화사업 부문 대표까지 맡게 됐다.
정말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이젠 조금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많은 일은 본부장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면서 풀어나가면 된다. 그리고 나는 나를 꼭 필요로 하는 데 시간을 집중적으로 쓰면 될 것 같다.
NEW의 향후 영화 라인업은 어떻게 되나.
하반기에 준비하고 있는 작품으로는, 용필름이 제작하는 이계벽 감독의 <힘을 내요, 미스터 리>(차승원, 엄채영, 박해준 출연), 역시 용필름의 <더 콜>(이충현 연출, 박신혜, 전종서 출연), 영화사 집의 <가장 보통의 연애>(김한결 연출, 김래원, 공효진 출연), 외유내강의 <시동>(최정열 연출,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출연) 등이 있다. 그 중 몇 편을 올해 안에 개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년에는 작품들이 좀 많다. 외유내강의 <인질>(필감성 연출, 황정민 출연)이 있고, 조은지 배우의 감독 데뷔작 <입술은 안돼요>(비리프 제작,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출연), 박대민 감독의 <특송>(엠픽처스 제작, 박소담, 송새벽, 김의성, 정현준 출연), 장유정 감독의 <정직한 후보>(수필름·홍필름 제작,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출연)도 제작 중이다. 그리고 <부산행>의 속편인 연상호 감독의 <반도>(영화사 레드피터 제작, 강동원, 이정현 출연)가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개봉할 작품이 10편 정도 된다.
아무래도 <반도>가 가장 궁금하다.
<반도>는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이다. <부산행> 이후 4년 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부산행>이 열차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드라마였다면, <반도>는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부산행>이나 기존 좀비물보다 훨씬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촬영은 6월 말 시작했고 10월 초면 끝날 것 같다. CG 작업은 워낙 분량이 많아서 크랭크인 전 이미 시작했다.
제작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총제작비 기준으로 200억 원 정도다. <반도>는 해외 세일즈로 상당 부분 리쿱될 것으로 본다. 이미 세일즈를 시작했는데 상당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부산행>의 경우도 해외에서만 100억 원 정도 리쿱됐다.
나머지 영화 중에서 규모가 큰 것도 있나.
대략 비슷하다. <정직한 후보>나 <입술은 안돼요>는 개성이 강한 코미디다. <특송>이나 <인질>은 콘셉트가 특이하다. <인질>은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으로 출연하는데, 누군가에게 납치당하는 이야기이고, <특송>은 박소담이 모든 것을 다 배달할 수 있는 배달부 역할을 하는 액션스릴러다. 예산이 큰 <반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라인업을 생각해보면 모두 개성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초기 NEW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부산행>이야 처음부터 천만영화를 목표로 했지만, <7번방의 선물>이나 <변호인> 같은 경우는 작품성으로 접근했는데 흥행까지 잘 된 것이다. 좋은 영화를 하다 보면 시장에서 기회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영화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영화 흥행이 부진했던 것은 어떤 시장의 흐름의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그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마블-디즈니 영화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영화가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주요 배급 타이밍을 그들이 가져가게 됐다. 한국영화는 그 시즌을 피해 개봉을 잡게 됐는데, 이래저래 제작비가 높아지다 보니 시기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추석이든 연말이든 좁은 시기에 한국영화가 몰리게 되니 공멸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과장해서 말하면 예전 한국영화를 ‘방화’라고 부르던 시기, 한국영화는 추석 아니면 설날 시즌에 개봉해야 했는데 그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영화가 고립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더 안 좋은 점은 당시보다 한국영화가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배급사도 많아져서 경쟁은 더 심해졌는데, 여름이나 추석, 겨울 같은 주요 시즌에 마블-디즈니 영화라도 들어오면 시장이 정말 지옥이 될지도 모르겠다. 연말의 <겨울왕국>이 큰 고민거리다. 마블을 포함해서 디즈니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지만 국내 시장에서 만들어내는 영향력이 점점 더 강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 디즈니의 콘텐츠들은 어떤 한국 콘텐츠보다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알라딘> <라이온 킹>처럼 지금의 20, 30대 혹은 40대까지도 어렸을 때부터 계속 친숙하게 봐오던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는데, 거기서 나오는 친숙함은 한국영화가 갖고 있는 배우의 친숙함보다 훨씬 더 강한 것 같다. 게다가 막대한 자본까지 들어간 그런 영화들을 한국영화가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이건 모든 한국영화인이 가져야 할 고민인 것 같다.
혹시 관객들이 한국영화에 거부감이나 불신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거부감이나 불신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요즘 관객들은 한 작품에 꽂히면 그것을 반복해서 재관람하지 다른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마블 영화뿐 아니라 <기생충>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그동안 우리가 흔히 얘기해온 극장에서의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의 관객들은 실패하는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그리고 관객들 취향의 변화가 예전에는 10년 단위에서 5년 단위로 바뀌었다면, 지금은 1년 단위로 달라져서 정말 잘 모르겠다. 그들의 취향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린다. 지금 하는 생각은 시장의 변화에 반보만 늦게 따라가자는 거다. 앞서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물론 반보만 늦으려고 해도 지금보다 몇 발은 앞으로 뛰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트렌드가 빨리 바뀐다면, 제작에 기본적으로 2년 이상 걸리는 영화 같은 경우는 점점 어려움을 겪겠다.
한국영화계가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건 코미디와 대작이 될 것이다. 가장 트렌드를 덜 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관객들은 이제 좋은 작품을 보는 것보다 이 2시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코미디 장르가 가장 유리한 것 같다.
투자배급 분야에 신생 업체가 많이 진입했다. 내년 또는 내후년이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영화의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모두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안 그랬던 적은 없었다. 계속 새로운 배급사가 들어왔었고 떨어져 나가는 회사가 있었다. 사실 투자배급사가 많아진 것보다 힘의 균형이 제작사로 넘어가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단지 투자사가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배우들이 부족하잖나. 얼마 전 한 유명 감독이 배우들에게 전화를 죽 돌린 게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런 감독도 제작 쪽이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능력을 가진 소수의 제작사와 감독에게 힘이 쏠리게 될 것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파워그룹이 형성될 것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서 드라마 분야까지 본다면, 워낙 구인난이 심하다 보니 이젠 스태프를 제대로 꾸리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스태프 입장에서 같은 일이 들어왔다면 아무래도 다음 일도 함께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작사의 일을 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제작사의 대형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부분의 영화 투자배급사는 물론이고 제작사까지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관심을 쏟고 있다. 이제 양 분야를 겸업하는 시대가 온 것인가.
사실 겸업을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물론 겸업을 해야 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영화를 잘하는데 굳이 드라마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드라마의 경우 수익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기대 수익 자체는 낮은 편이다. 한마디로 대박을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사실 영화도 대박을 낼 확률이 적은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투자배급사는 오히려 드라마를 할 이유가 존재한다. 꾸준히 일정한 매출이 발생하는 데다 손해도 보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작사 입장은 다르다. 물론 드라마가 아주 잘 되면 제작사가 큰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체 시장에서 그런 작품은 1년에 한 편 정도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500~600만 명만 들어도 제작사가 50~60억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장르물 드라마의 경우 수익은 거의 안 난다. 방송국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을 빼면 거의 없다. 그렇게 따지면 공은 엄청 들어가는데 굳이 드라마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NEW는 2008년 한국영화계에 등장한 이래 계속 신선한 시도로 충무로에 자극을 줬고 새로운 화두를 던져왔다. 현재의 화두가 있다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웃음). 창사 이래 우리가 가졌던 장점은 유연함이었던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생기더라도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변화를 타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능력 말이다. 그 유연성을 다시 발휘해야 할 때인 것 같다.
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rsch/findPublishIndexInfoDetail.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