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령깃 장삼은 출토유물이 총 3점이 있는데 개중 하나인 용인 이씨의 이 장삼을 타깃으로 정했어. 이유는 옷본 구하기가 쉽고 소매도 짧아서 입고 다니기 편할 거 같더라구!

서울 시립 도서관 2층에 가서 안정나씨로 검색하면 이런 옷본이 있는 자료를 열람할 수 있어. 대출은 안됨. 석박사님들이 잘 만들어둔 자료를 가져와서

마름질 재료 삼신기와 함께 뚝딱뚝딱

등길과 앞길, 소매, 섶을 오른쪽만 이어붙여 보았어. 근데, 출토복식이 홑겹이라서 홑겹으로 만들다 보니까 안감 달고 싶어지잖아?

이거봐 경신공주 초상화를 보아도 안감의 연녹색이 멋지고

하연부인 초상화를 보아도 안감의 핑크빛이 멋짐

그래서 이렇게 천을 비교해 보다가 2번 천으로 낙점

이렇게 번령깃에 안감을 달아버렸어..

그렇게 오른쪽 왼쪽 합체하니까 갑자기 사막냄세남. 갑자기 서역으로 떠나야 할 것 같음. 갑자기 쌍봉낙타타고 타클라마칸 사막 여행 가야할 것 처럼 되었어 어라…?

깃까지 달았어. 깃이 갑자기 목 옆에서 뚝 끊긴다. 신기하지? 스크롤 위로 올려서 출토 유물 봐봐 똑같이 뚝 끊겨

어때 여말선초 느낌 나? 채머리에 족두리, 혁띠까지 차면 이런 느낌이야.

안에 저고리를 입고 입으면 이런 느낌! 치마는 다림질 안하고 막 입어서 좀 구겨졌는데 무시해줘ㅋㅋㅋ 안감을 조금 더 모래색으로 해서 아예 사막 느낌으로 갔어도 재밌었겠다 싶더라구

조반부인 초상화 마냥 족두리를 쓰고 쭈구려서 ‘아이고 나라가 망했어 ㅜㅜㅜ 이성계 그 놈이 일을 칠 줄이야 ㅠㅠㅠㅠ’ 통곡하는 시늉도 해 봄ㅋㅋㅋ
장삼 참 신기하지? 만들어서 입기 전에는 16세기 사람들 옷차림이 이럴줄 몰랐거든. 사극이고 재현이고 어디에서도 번령깃 장삼 입고 다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만들어서 입었으면서도 낮설더라. 저.. 혹시 한복 맞으신가요..? 서역 상인 옷 아니시죠..? 그렇지만 더 자주 입어서 친해지려구!

번령깃 장삼은 한복 전시회에서 재현해서 펼쳐서 전시하거나 이렇게 3D 모형으로 마네킹에 입혀둔 그래픽만 있어서 이런 핏이 나올 줄 몰랐기도 해.

이런식으로 다들 가슴에 세조대나 대대를 바짝 묶어서 19세기 답호처럼 입더라구. 같이 출토된 대대랑 같이 이렇게?
근데 실제로 입어보니까 생각보다 겨드랑이 부분이 팔 움직임에 딸려 올라와서 두둑해졌어. 또 허리띠는 허리에 자동으로 내려가고 앞섶에는 물건도 넣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주름이 지더라구. 다시 쑤셔넣어도 그 때 뿐이야. 지하철 개찰구 통과하려고 교통카드만 들어올려도 겨드랑이 부분이 다 위로 올라와. 실제로도 나처럼 입었을까?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내 마음대로 입는게 편해서 이렇게 입고 다님.

악학궤범에도 나온 번령깃 장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