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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12년 장수 예능 '크라임씬' 작가가 일하다 쓰러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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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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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진 작가는 '크라임씬' 시리즈의 역사다. 2014년 시즌1의 첫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시즌3를 제외한 모든 시즌에 메인작가로 참여했다. 지난해 10월 넷플릭스에서 시즌5(크라임씬 제로)를 마친 '크라임씬' 시리즈는 JTBC, 티빙, 넷플릭스 등 플랫폼을 옮겨가며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도 넷플릭스에서 시즌6 공개를 준비 중이다.

 

'크라임씬'은 국내 최초 '롤플레잉 추리 예능'이다. 출연자들이 각각 용의자와 탐정 역할을 맡아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내는 과정을 예능으로 풀어낸다. 장르적 요소, 드라마적 서사, 예능의 재미 3박자를 모두 챙겨야 하는 고난도 예능이기도 하다. 그만큼 제작 비용이 많이 들어 제작사 입장에선 고민을 안기는 프로그램이다. 매니아층이 탄탄해 화제성은 높지만 고생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아 소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노동 강도도 높다. 짧으면 8시간, 길게는 12시간까지 '마라톤 회의'가 거의 매일 이뤄진다. 촘촘하게 단서를 짜놓지 않으면 높아진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흐른다. '크라임씬 제로'를 제작하다 과로로 쓰러졌음에도 다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전효진 작가를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났다. 악조건 속에서도 시리즈가 계속되는 이유를 전 작가는 '자부심'으로 설명했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코난 명대사가 준 아이디어


- '크라임씬' 아이디어를 처음 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사실 저 혼자 웃자고 만든 거였죠. '명탐정 코난'의 명대사 있죠? '움직이지마!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이거에 꽂혀서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추리쇼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혼자 스트레스 푸는 용도로 만들고 낄낄 웃는 기획안이었는데, 당시 윤현준 PD가 새로운 기획을 찾고 싶다고 해서 꺼낸 거였죠."

 

- '크라임씬'은 예능이지만 기본적으로 출연자들이 진지하게 범인을 찾습니다. 처음 기획했던 방향과는 달라진 걸까요?

 

"제가 엄청난 '미드' 매니아에요. 그때 인기 있는 미드 대부분이 수사물, 추리물이었잖아요. 그래서 '진짜 추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JTBC CP셨던 김석윤 감독님이 잘될 것 같다고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진지하게 만들기 시작하면서, '아, 이 프로그램이 굉장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되겠구나'라고 뒤늦게 깨달은 거죠."

 

- '크라임씬'의 제작 강도는 어떤가요. 한 시즌 안에 여러 살인사건을 새로 내놔야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도 뒤지지 않을 미친 노동력을 자랑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아이디어를 계속 짜내야 하는데 아무리 짜내도 부족해요. 추리물이다 보니까 어떻게 해도 성이 안 차는 거죠. 보통 메인작가는 일주일에 한두 번쯤 회의에 와서 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저는 막내랑 똑같이 출근해서 똑같이 퇴근해야 하죠. 새로운 스토리를 계속 만들어야 하니까 회의를 한 번이라도 빠지면 안 되더라고요. 디테일을 하나만 잘못 쌓아도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라 체력도 소모되고 몸도 많이 상했어요."

 

- 추리 요소를 챙기면서 살인사건을 만들고, 거기에 재미까지 줘야 한다는 게 '미션 임파서블'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크라임씬 리턴즈'(시즌4)를 낼 때 그런 얘기가 많았죠. 7년 만에 돌아왔는데 사건이 5개로 줄었다고(웃음). 욕을 많이 먹어서 이번 '크라임씬 제로'(시즌5)를 만들 때는 사건을 6개로 늘리려고 했어요. 그랬는데 제가 중간에 쓰러진 거죠. 스트레스와 과로가 겹쳐서. 양치할 힘도 없었고 걸으면 비틀거리고 그랬어요. 중간에 2~3주 정도 제작이 멈췄고 그래서 사건을 하나 줄이게 된 거에요."

 

높은 노동강도에도… '웰메이드'가 주는 자부심


- JTBC 시절 '크라임씬'은 열광적인 팬덤에 비해 시청률이 낮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만드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지 않아 계속 시즌을 이어가기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저희가 그런 자부심이 있어요. 연예인 중에서도 연예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크라임씬'은 업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프로그램이거든요. 할 만한 프로그램, 쉬운 프로그램 위주로 선택할 수도 있는데, 저희 작가들은 대부분 '성덕'(성공한 덕후)이에요. '크라임씬'이 너무 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거든요. 그런 자부심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거죠. '웰메이드'라는 자부심 때문에."

 

- JTBC '크라임씬 시즌3'(2017년)를 마지막으로 7년 동안 새 시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티빙 '크라임씬 리턴즈'(2024년), 넷플릭스 '크라임씬 제로'(2025년) 등 OTT에서 새 시즌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팬덤의 열광에도 공백기가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가성비'가 나오지 않기 때문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어요. 제가 중간에 드라마로 빠지게 된 것도 있고요. 아무리 평가가 좋아도 투입 대비 나오는 게 적다 보니까 지친 게 있었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인력이 너무 힘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느낌인데, 공백기에 팬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어요. 유튜브, OTT에서 다시보기를 통해 그때 시청자가 아니었던 사람들도 막 유입이 되니까 다시 하게 된 거죠."

 

OTT로 돌아온 '크라임씬'… 예산은 여전히 빠듯
 

- OTT 시대가 오면서 제작비 규모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송국에서 제작할 때보다 장르물을 하기에 편한 환경이 됐다고 보시나요?

 

"폼나게, 멋있게 만들 수 있게 된 건 사실이에요. 근데 또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져서 충족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다 보니 높아진 제작비가 이윤으로 돌아오진 않아요. 그 사이에 물가도 상상 이상으로 뛰었으니까요. 처음엔 원하는 걸 마음껏 구현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제작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요. 여전히 이 프로그램은 들어가는 게 많은데 남는 게 많지는 않습니다."

 

- 그럼에도 넷플릭스에서 새 시즌이 예정됐습니다. 벌써 6번째 시즌인데요. OTT라 시청률은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수익성 여부는 여전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이 프로그램은 '돈벌이용'이라기보다 명맥을 잇는 '레거시'라는 사명감이 있어요. 너무 많은 팬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요. 윤현준 PD 입장에서도 '크라임씬'은 굉장히 골치 아픈 프로그램이죠(웃음). JTBC 소속일 때는 만들고 싶다고 그냥 지를 수 있었는데 이젠 본인이 회사(스튜디오슬램) 대표인 거잖아요. 남는 이윤이 중요해졌는데도 '우리는 크라임씬을 만드는 회사'라는 명예를 가져가는 거죠."

 

- '크라임씬'이 계속 유지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결국은 돈의 문제겠죠. JTBC에서 만들 때는 오히려 뚝딱뚝딱 만들었는데, 지금은 보시는 분들의 기대치가 달라져서 고민의 깊이가 배가 됐어요. 거의 매일 모든 작가들이 오후 2시부터 빠르면 10시, 늦으면 새벽 3시까지 회의를 하죠. 제작비가 여유가 있다면 더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데 그럴 만한 상황이 되지 않아요. 제작 기간을 단축해야 비용이 적게 들어가니까요."

 

"추리 허점 보이더라도, 애정 어리게 봐주셨으면"


- '크라임씬'을 제작하시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 있다면요?

 

"팬분들이 열광해주시는 댓글을 볼 때죠. '작가들 천재 아니냐'는 식의 뜨거운 반응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없거든요. 추리가 완벽하게 되게끔 짜놓는 게 되게 어렵잖아요. 그렇게 사투를 벌이듯 짠 것들이 녹화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이 될 때, 굉장히 짜릿합니다. 우리가 수천 번 시뮬레이션했던 추리 동선들을 출연진들이 보여주면 '아 우리가 제대로 했구나'라는 보람을 느끼죠."

 

-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을 하나 꼽는다면요?

 

"개인적으로는 '크라임씬 리턴즈'에요.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서 연작 기획을 생각했어요. 일제강점기 시절에 잉태된 악이 범죄화돼서 지금까지 만연하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는데, 호불호가 갈렸죠. 스토리라인이 강화돼서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내가 알던 크라임씬이 아니야'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오랜만에 하다 보니 서툴렀던 면도 있었고, 목표한 게 10이었다면 한 5, 6 정도밖에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 새 시즌에 대한 준비는 지금 어느 정도까지 완성됐나요?

 

"정확하게 몇 퍼센트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 '크라임씬' 팬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계속 강조하게 되는데, 저희가 노동량이 진짜 많아요. 작가 14명이 에피소드마다 세트, 디자인, 단서 등 스토리 메이킹을 넘어 거의 모든 걸 하거든요. 팬분들이 방송 보시면서 어떤 허점이 보인다면, 그건 저희가 진심을 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한정된 상황에서 한정된 인력으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애정 어리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하는데도 시즌이 끝나면 항상 아쉽거든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35546?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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