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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ㅈㅍㅁㅇ 크라임씬 청주 여자 교도소 살인사건 (+ 안비행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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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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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e Scene - '청주 여자교도소 살해사건'

 

피해자 : 권교도 (36, 남성)

사망 추정 시간 : 2024. 4. 15 pm 6 : 00 - 7 : 20

사체 발견 시간 : 2024. 4. 15 pm 7 : 00

 

최초 발견자 : 안비행 (29), 청주교도소 재소자

- "큰 소리에 나가봤더니 교도관님이 숨져있었다."

 

용의자 1 : 안비행 (29), 청주교도소 재소자

- 알리바이 "식사 후 물을 마시고 운동하고 있었습니다."

 

용의자 2 : 하승무원 (34), 청주교도소 재소자

- 알리바이 "저는 식당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밥을 먹고 있었어요."

 

용의자 3 : 주변호 (45), 청주교도소 재소자

- 알리바이 "밥을 먹고 제 방에 들어가 있었어요."

 

용의자 4 : 박지윤 (40), 청주교도소 재소자

- 알리바이 "식사를 마치고 운동하고 있었습니다."

 

용의자 5 : 정숙녀 (28), 청주교도소 재소자

- 알리바이 "밥을 먹고 혼자 운동장을 돌고 있었어요."

 

- 안비행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일반 독방이 아니라 징벌방에 갇혀 있음

- 재소자 중 한 사람이 안비행을 권교도에게 밀고함

 

증거물

 

[안비행 방] / 독방 & 징벌방

- 안비행 일기장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

- 담배 (박지윤의 명령으로 반입했다가 권교도에게 발각된 물건)

- 지갑 (돈이 없이 텅텅 비어있음)

[영치금을 다른 재소자들에게 빼앗기고 있어요.] 진술

- 흉기 (박지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박지윤을 죽이려고 했던 것)

- 더럽혀진 안비행의 죄수복 (안비행을 괴롭히는 가해자들의 발자국)

- 쪽지 (안비행이 권교도에게 남긴 쪽지 / 묵살당하고 징벌방행)

 

[안비행 몸]

- 박지윤, 정숙녀, 하승무원에게 구타당한 흔적들

(멍, 상처 등)

- 자살시도를 한 것으로 추정된 손목의 흉터

[박지윤을 살해하려던 흉기로 했다고 진술]

 

[박지윤 & 하승무원의 방]

 

[박지윤 쪽]

- 돈이 두둑한 지갑 (안비행의 영치금을 빼앗은 사람 중 한 명으로 추정)

- 목공소에서 만들어온 막대기 (누군가의 피가 묻어있음)

[안비행을 폭행한 주동자가 자신이라고 인정함]

- 공부를 하기 위한 서적들 (법학, 주식투자, 일본어회화 등)

- 휴대폰 (안비행을 괴롭혔던 2진들과의 연락, 권교도의 승인 하에 챙겨온 것)

 

[하승무원 쪽]

- 교도소 도면 (CCTV가 없는 곳이 체크되어있는 것)

- 흉기 (안비행을 협박할 때 사용했던 것)

- 휴대폰 (2진들과의 연락을 위해 권교도의 승인 하에 가지고 있는 것)

- 지갑 (돈이 두둑함. 룸메이트 박지윤에게 일부를 받음)

 

[화장실]

- 물이 가득 담긴 대야

- 세면대 위 핏자국 (안비행의 것으로 추정)

- 바닥에 가득 고인 물 (자신들의 방으로 끌고 와 괴롭혔을 것으로 추정)

 

[정숙녀 & 주변호의 방]

 

[정숙녀 쪽]

- 집으로 보내는 편지

- 안비행과 주고받은 쪽지 '언니.. 미안해요..' / '아니야.. 어쩔 수 없지..'

[안비행도 정숙녀에게는 사과를 받았다고 진술함]

- 가해자들의 동선이 적혀있는 노트 (안비행에게 받아 교도관에게 밀고함)

 

[주변호 쪽]

- 안비행과 주고받은 쪽지 '변호언니.. 나 좀 도와주세요..' / '비행아....'

[괴롭힘 당하는 안비행이 안쓰러웠다고 진술함]

- 공부를 하기 위한 서적 (법학)

- 흉기 (안비행에게 전해주려고 했던 것)

[그 흉기를 박지윤이 발견할 뻔했으나 들통은 나지 않았다는 주변호의 진술]

 

[면회실]

 

- 안비행과 주연구의 면회가 녹화되어있는 쪽

"비행아.. 얼굴이 왜 그래.."

"연구언니... 나 지금 괴롭힘 당하고 있어요.."

"또?"

"언니.. 나 어떻게 해요? 그냥.. 죽는 게 나을까요.."

"안비행. 약한 소리 하지 마."

"언니.."

"차라리 네가 죽여! 주동자를 죽이라고!"

 

[피해자의 사무실]

 

[사체]

- 흉기에 찔려 죽어있음 (자상)

- 주동자를 뜻하는 영어단어가 적힌 쪽지가 있음

 

[책상]

- 안비행에게 받은 쪽지 (찢어져있음)

- 가해자들의 동선이 적혀있는 노트 (정숙녀에게 받았으나 본 흔적 없음)

- 커피 (누군가가 수면제를 탄 듯 가루가 묻어있음)

 

[사건 당일 타임라인]

 

- am 6 : 00 전 재소자 기상

- am 7 : 00 전 재소자 아침식사

(독방에 있는 사람들은 직접 독방으로 밥을 가져다줌)

- am 8 : 00 아침 조회

- am 9 : 00 ~ 10 : 30 전체 재소자들 운동

[사건 당일에도 안비행은 박지윤과 하승무원에게 폭행을 당함]

[다른 교도관들이 박지윤과 하승무원을 말리며 그들을 끌고 가 징벌방으로 보냄]

- am 10 : 30 ~ 11 : 50 안비행 변호사 접견

- pm 12 : 00 ~ 1 : 00 전 재소자 점심식사

- pm 1 : 00 ~ 4 : 00 전 재소자들 작업시간 (각자의 작업을 하러 감)

[이 시간만이 해방된 기분이었다는 안비행의 진술]

- pm 4 : 30 안비행 교도관 면담 (피해자 권교도와의 면담)

- pm 5 : 30 정숙녀 교도관 면담 (피해자 권교도와의 면담)

- pm 6 : 00 안비행 교도관 재면담

- pm 6 : 20 피해자 사망

- pm 7 : 00 사체 발견 (발견자 안비행)

 

[사건의 전말]

 

범인 : 안비행

 

진예원 살인미수 혐의로 공개수배가 되다가 결국 체포된 안비행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게 된다.

첫 날, 어리버리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는

그 방의 방장 박지윤과 방원 하승무원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박지윤과 하승무원의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지고

안비행은 결국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권교도에게 하소연했으나

권교도는 오히려 "네가 괴롭히는 거 아니냐?" 라면서 안비행을 모욕하고 돌려보낸다.

 

그리고 권교도는 휴대폰으로 박지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안비행이 자신에게 왔었다고 이야기하고

그날 밤, 안비행은 박지윤과 하승무원에게 끌려가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게 된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안비행

작업시간을 이용해서 흉기를 제작하고 박지윤을 살해하려다

박지윤의 격렬한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폭행을 당하고

의무실에 쓰러져 있게 된다.

 

몇 개월동안의 운동과 수련으로 많이 강해졌던 안비행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모든 기록을 꼼꼼하게 읽어보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을 괴롭히는데 주동했던 사람은

자신이 믿었던 교도관인 권교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안비행은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권교도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으나 권교도는 여전히 뻔뻔했고

 

분노한 안비행은 자신이 작업실에서 만들어둔 흉기를 가지고

권교도에게 할 말이 있다며 사무실에 가는데...

 

자신을 심하게 괴롭혔던 박지윤과 하승무원이

권교도의 지시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권교도를

가지고 갔던 흉기로 살해하고, 박지윤과 하승무원에게 중상을 입히며 완전 범죄를 꿈꿨다.

 

-

 

진예원이 죽은 후, 비행은 결국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었다. 진예원 생전에 학교폭력을 심하게 당했고, 그녀에게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까지 당했던 비행. 그나마 한 복수라고는 식사에 약을 탄 것밖에 없었던 비행이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바로 공개수배 전단지를 본 풍무그룹 회장인 장풍무에게 불려갔던 것이었다.

 

"살인미수?"

 

"........"

 

"나가."

 

장풍무의 말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던 비행은, 그 이후로 도피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동안 승무원으로서 번 돈이 많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돈을 도피 자금으로 써 버리게 되었다. 도피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어가고, 비행은 한숨을 푹 쉬며 자신의 지갑을 보았다. 그리고 지갑 안에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안비행!"

 

골목길에서 한숨을 푹 쉬는 비행의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매섭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이었다. 비행은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고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길목마다 경찰들이 있었다. 몇 번 뿌리치고 도망쳐봤지만 결국 비행은 독안에 든 쥐였다.

 

"이 새끼가 어딜 도망가!"

 

결국 비행은 형사들에게 제압되었다. 도망치던 비행에게 형사 한 명이 테이저건을 쏘았다. 테이저건에 맞은 비행은 그대로 넘어졌고, 그런 비행을 형사 두 명이 제압했다. 혼자 제압하면 도망칠 수도 있다는 게 형사들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비행은 한 번 형사들에게 잡힐 위기에서 뿌리치고 도망치기도 했다. 그랬으니, 형사 한 명이 다리를 눌러 비행을 완전 제압하고 난 후 다른 형사가 수갑을 꺼냈다.

 

"안비행, 이 시간 이후로 너를 진예원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한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렇게 비행은 결국 경찰에 체포되어 수갑을 찬 채로 끌려왔다. 수갑을 찬 비행의 오른쪽 입술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체포되는 과정에서 비행이 뿌리치려고 하자, 그런 비행의 얼굴을 한 형사가 쳤고, 그로 인해 생긴 상처였다. 경찰에 체포된 비행은 두 손에 수갑을 찬 채로 한숨을 푹 쉬었다.

 

-

 

조사실에서 비행은 자신이 진예원에게 당했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진예원과 다른 무리들이 자신을 얼마나 괴롭혔는지도 털어놓았다. 그리고 비행은 눈물을 흘렸다. 예전부터 당했던 것이 너무 화가 났고, 그렇게 보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하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형사들은 그런 비행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진예원과 그 무리에게 당한 것 때문에 그런 건가?"

 

"네.."

 

그렇게 조사를 받은 후 비행은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며칠 후, 현장 검증을 위해 비행과 형사들이 나갔을 때, 비행의 신상은 다행히도 공개되지 않았다. 어떤 과정에서 어떻게 죽이려고 시도했는지, 비행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의연하게 재현해냈다. 형사들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비행의 재현을 보며 그 당시 상황을 메모하기도 했고, 검증 후 흐느끼는 비행을 다독이기도 했다.

 

-

 

1년 후, 법정에서 비행은 여러 가지의 유리한 점으로 인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비행이 수감될 교도소는 여성 죄수들만 모여 있다는 청주 여자 교도소였다. 법원에서부터 호송차를 타고 끌려온 비행의 표정에는 긴장감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교도소 앞에 도착했을 때 비행은 경위 두 사람에게 끌려서 내려졌고, 청주 여자 교도소 교도관 두 명에게 끌려갔다. 그 곳에서 비행은 자신의 친한 언니 주연구의 사촌언니인 주변호와 눈이 마주쳤다.

 

"비행아.."

 

"변호 언니..."

 

"안 잡힐 줄 알았는데.."

 

"......."

 

어느덧 비행이 갇혀 있을 혼거방에 비행을 끌고 간 교도관들은 묶여 있던 수갑과 포승줄을 풀어준 후, 감방의 문을 열고 비행을 그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 안에는 홍선장을 죽였던 하승무원, 과학고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가해자들을 연쇄로 죽였던 지윤, 그리고 지윤보다도 몇 년 전에 잡혔던 윤지까지 그 안에 있었다. 한 때는 기자로 성공했으나 사기를 치다 걸린 권동기 역시 그 안에 같이 있었다.

 

"안비행입니다.. 살인미수 혐의로 들어왔습니다.."

 

"안비행? 어디서 많이 봤는데?"

 

"비행아, 이제부터 언니가 제대로 놀아줄게."

 

첫 날부터 방장인 지윤에게 찍혔다. 비행은 뭔가를 직감하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비행의 불행한 생활은 시작되었다.

 

-

 

지윤은 첫 날의 소개 이후로 비행을 자신의 옆에 두고 부려먹기 시작했다. 자신이 시킨 일을 비행이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비행이 지윤이 시킨 일을 까먹고 하지 못하는 날이 있었다. 자신이 시킨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비행에게 분노한 지윤은 승무원에게 말했다.

 

"CCTV 없는 곳 좀 확인해봐."

 

"응"

 

하승무원이 교도소 지도를 통해 CCTV의 사각지대를 알려주었고, 운동 시간에 비행은 지윤, 승무원, 숙녀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지윤이 비행의 머리채를 잡고 무릎을 꿇게 한 뒤 무자비한 폭행이 이어졌다. 2시간이 지나고, 비행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내고 있었다.

 

"으.. 으.."

 

"안비행. 야."

 

"으윽.."

 

"네 일이 최우선이 아니야. 내가 시키는 일이 최우선이야."

 

비행은 그 뒤로도 지윤에게 불려가 지윤의 손발노릇을 해야만 했다. 지윤에게 맞고 살면서도 반항을 할 수가 없었다. 반항을 하면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비행을 집단으로 구타했기 때문이었다. 정숙녀도, 하승무원도, 심지어 사기로 들어온 권동기도. 경찰 학교에서 살인 혐의로 들어왔던 윤교수까지도. 그 방 안에서의 안비행 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교도소에서 지낸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비행은 자신의 괴로움을 담당 교도관인 권교도에게 털어놓았지만, 권교도는 그런 비행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오히려 모욕하며 면박을 주었다. 하지만 비행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교도관이었고, 자신은 재소자였기 때문이었다. '청주 여자 교도소 수인번호 1279번 재소자 안비행.' 그게 지금 현재 비행의 신분이었다.

 

"1279번, 면회."

 

1년이 지난 어느 날이 되어서야 비행에게 처음으로 면회가 왔다. 수갑을 찬 채로 면회실로 가는 비행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을 의미했다. 비행은 유리로 가로막힌 면회실에서 자신의 친한 언니 연구를 만났다. 연구와 만나는 것도 1년 반만이었다.

 

"비행아.. 왜 이렇게 수척해졌어.."

 

"언니.."

 

"그래.. 비행아.."

 

"......."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

 

"나.. 사실..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또?"

 

"네... 같은 방 재소자들에게.."

 

"......."

 

비행의 말을 듣고 한숨을 푹 쉬는 연구였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기 때문에 사촌언니 변호에게 편지로 부탁을 하고 갔다. 하지만 변호는 비행과 다른 방이었기에 비행을 지켜줄 수 없었고, 지윤을 포함한 재소자들의 비행에 대한 괴롭힘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도 내분이 생겼다.

 

"지윤언니,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숙녀가 너무나 심한 괴롭힘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지윤은 반기를 든 숙녀에게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날 밤, 당직인 권교도가 순찰을 돌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지윤은 비행을 데리고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갔다. 그 때 비행의 두 손은 저항할 것에 대비해 하승무원이 가지고 있던 끈으로 묶어 둔 후였다.

 

"야, 안비행."

 

"......."

 

"네가 시켰냐?"

 

"아뇨.. 전 그냥.."

 

비행은 그 날도 무자비하게 구타를 당했다. 손이 묶여 있어서 저항조차도 하지 못했다. 권교도는 순찰을 돌면서 지윤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를 당하는 비행을 보았지만 못본 척 했고, 지윤이 들어가자 쓰러진 비행에게 곤봉을 휘두르며 자신도 비행을 구타하기도 했다. 비행은 맞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순하기만 하던 비행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맞고 쓰러진 것을 다음 날 아침 숙녀가 발견했다.

 

"언니.. 비행 언니..."

 

"숙녀야.."

 

"언니.. 괜찮아요..? 나 때문에 괜히.."

 

"괜찮아.. 숙녀야.."

 

숙녀는 비행의 손목에 묶여있는 끈을 풀어주며 흐느꼈다. 그동안 누구보다도 고생했을 비행을 부축해서 원래 감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비행을 쉬게 해 주었다. 그 시간은 모두가 운동을 나갔을 시간이었다. 다른 재소자들이 아침운동을 나간 사이. 비행에게 그나마 휴식 시간을 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

 

두 달 후, 연구는 비행에게 또 다시 면회를 왔고, 비행의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분노했다. 힘들어하며 흐느끼는 비행에게 연구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며, 네가 죽이라며 말했다. 비행 역시 그동안 당한 것에 대한 분노가 컸다. 자신이 끌려가 구타를 당하던 CCTV가 없는 그 곳으로 지윤을 불러냈다.

 

"네가 나를 다 불러내고, 많이 컸다. 안비행."

 

그렇게 비행은 이를 악물고 지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으나 지윤은 그 것을 피했고, 오히려 역으로 비행을 제압한 뒤 흉기로 비행을 위협했다. 역으로 위협을 당하자 비행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분노한 지윤은 비행의 머리채를 잡고 벽 쪽으로 내팽개쳤다.

 

"아주 이게 많이 컸네. 감히 나를 죽이려고 해?"

 

지윤은 그렇게 비행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맞으면서 비행은 자신의 마지막 계획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기절했고, 지윤은 바로 옆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을 떠서 그 것을 비행에게 끼얹었다. 그리고 비행의 흉기를 가져다가 버렸다. 분노한 지윤은 비행을 감방의 화장실로 끌고 갔고, 하승무원을 불러왔다.

 

"간탱이가 부었어. 나를 죽이려고 했어. 이 년이."

 

"뭐?"

 

"나일론 끈 남았지? 뒤로 묶어."

 

지윤과 하승무원은 자신들이 그동안 괴롭히고 구타하고 금품을 갈취한 것은 생각도 나지 않는지 참다 못한 피해자인 비행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이유로 비행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기를 열고 그 변기 안에 비행의 머리를 넣으며 물고문까지 하기 시작했다. 괴로워해도 개의치 않았다. 그 날은 바로 비행이 폭발해 권교도와 두 사람에게 중상을 입히기 4일 전이었다. 다음 날인 3일 전에 지윤이 권교도에게 비행을 밀고했고, 비행은 그로 인해 징벌방인 좁은 독방에 끌려가게 되었다.

 

-

 

비행은 교도관에게 면담을 신청했고, 면담을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말은 듣지 못했다. 결국 비행은 참다가 폭발하고 말았다. 자신이 원하는 말을 아침에 듣지 못한 비행은 저녁에 또 다시 교도관과의 면담을 신청했고, 권교도는 비행을 모욕하기 위해 면담 신청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비행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랐다.

 

"권교도."

 

"뭐야?"

 

"당신이지? 나 이렇게 만든 인간!"

 

"뭐야... 너 뭐야... 안비행..."

 

"죽어!! 죽어버리라고!! 이 개새끼야!!"

 

분노한 비행은 자신을 괴롭히라고 지시했던 교도관 권교도의 가슴을 수차례 흉기로 찌르고, 그러고도 죽지 않자 대동맥을 찔러 권교도를 죽였다. 그리고 다시 독방으로 가서 피를 닦고 나왔다. 이어 자신을 무자비하게 괴롭혔던 지윤과 하승무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이성을 잃었다. 한 사람을 죽였기에 더 이상의 무서움과 두려움은 비행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박지윤! 하승무원!"

 

"뭐.. 뭐야.. 안비행...."

 

분노한 비행은 지윤의 어깨를 흉기로 찌르고, 그녀가 찔린 어깨를 싸매는 틈을 타 명치를 흉기로 찔렀다. 그 이후 흉기를 빼내고 옆에 있던 하승무원도 역시 똑같이 찔렀다. 그리고 교도관이 죽은 사건으로 비상벨이 울렸고, 또 다른 교도관들이 뛰어와 비행을 제압했다. 제압당한 비행은 버둥거렸다.

 

"저 새끼들도 죽여야 된다고!!"

 

"안 되겠다. 전기충격기 써."

 

결국 교도관은 비행의 몸에 전기충격기를 대었다. 전기충격을 받은 비행은 바닥에 쓰러졌고, 중상을 입은 지윤과 하승무원은 피를 흘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 그러다가 그 모습을 권동기가 발견해 다른 교도관에게 알렸고, 다른 교도관은 119로 신고했다. 그리고 비행은 두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질질 끌려왔다.

 

-

 

비행은 이 죄로 재판을 다시 받게 되었다.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된 것이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난 후의 비행은 달라졌다. 조용히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수감생활을 했다. 한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이나 죽었기 때문에 비행이 가석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권교도가 죽었던 것은 물론이요. 중상을 입은 지윤과 하승무원 역시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것 때문에 실질적으로 비행이 선고받은 형량은 가석방이 없는 무기징역이었다. 관심 재소자였기 때문에 수갑을 차고 독방에서 지냈던 비행은 곧 수갑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비행에 대해 사람들은 수근대었다.

 

"쟤가 우리 교도소에서 연쇄살인 사건 일으킨 걔래."

 

"지윤이가 죽었잖아. 하승무원도 그렇고, 권교도님도 그렇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지윤이한테 끌려가서 맞는 것도 많이 봤어.."

 

"에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래.."

 

재소자들은 비행을 괴롭히던 가해자 모두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결국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비행을 묵묵히 다독였다. 그 죄로 인해 형량이 무기징역으로 늘어난 비행도 자신의 죄를 묵묵히 반성하고 있었다. 비행은 하루에 한 장씩 반성문을 썼는데, 그 반성문은 모두 진심이었다.

 

[제가 괴롭힘을 당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선택은 하면 안 되는 선택이었습니다..

 

지윤언니.. 승무원언니.. 권교도관님...

모두에게 죄송하고..

유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비행의 반성문 -

 

그렇게 비행은 여자 교도소에서 재소자로서 지내게 되었다. 비행에게 햇빛은 없었다. 그저 1평의 교도소 독방이 비행이 보는 세상의 전부일 뿐이었다. 비행은 무기징역이 확정되었고, 가석방이 없어 평생 감옥에서 지내야만 하지만, 연구는 그런 비행을 위해 옥바라지를 해주었고, 변호 역시 자신이 석방되는 그날까지 비행을 조용히 다독이다가 석방되었다. 그 날도 청주 여자 교도소 수인번호 1279번 안비행 재소자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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