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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정말 하루가 다르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결코 같은 선에 놓고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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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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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허재현 기자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ay.heo.31/posts/5600817839935425 


오늘 열린공감TV를 보는데 강진구 선배가 이런 말을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각종 개혁 후퇴 속에서 2030세대의 새로운 동지들이 생길 것으로 믿는다"고. 이말에 공감한다.

내 옛날 생각이 났다. 나는 20대 내내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싸우면서 보냈다. 민주당이 집권했는데 도무지 우리 사회가 뭐가 달라졌는지 체감을 못하겠더라. 

취업은 갈 수록 힘들고, 빈부 격차는 계속 늘어나고, 이라크 전쟁같은 옳지 않은 곳에 파병해서 김선일씨 죽게 하고, 효순이미선이 사건에다가, 한미FTA 체결해서 경제주권 내동댕이 치고. 정치인 비판 '짤'좀 만들었다고 대학생들을 잡아가질 않나.

노동자 탄압은 또 얼마나 심했는지. 이마트 계산원 노동자들 무자비하게 때려잡는 거 보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기겁을 했다. 배달호 열사 사건도 그렇고. 새만금 갯벌 파헤쳐서 환경파괴는 또 오지게 하고.

탄핵 당한 게 부당한 거 같아, 촛불 들어서 그렇게 구해주었더니. 나중에는 한나라당이랑 연정 제안을 하질 않나.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를 갈면서 대학시절 내내 보냈던 거 같다. 취업이 코앞이라 스펙 좀 쌓아야 하는데. 어학연수도 다녀와야 하는데. 자꾸 거리에 나가서 싸워야 할 일이 많아서 짜증났다. 

그래서 내게 민주당과 한나라당(국민의힘)은 그냥 똑같은 정당이었다. 한나라당은 혐오스러웠지만, 민주당도 만만치 않게 싫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찌저찌 한겨레 기자가 되었다. 나는 민주당에 냉소적인 한겨레 신입기자였다.

2008년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바뀌었다. 그냥 덤덤했다. 무슨 큰 변화가 있겠나. 어차피 서민들의 삶은 계속 지옥일테니... 이런 생각이었다.  민주당이 일을 못하니 당연히 정권 뺏기는 거지. 차라리 다른 정치적 대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지금의 20대가 딱 이런 생각일 거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충격적인 수준의 변화가 시작됐다. 철거민들이 시위좀 했다고 불에 타죽게 하질 않나(용산참사), 파업좀 했다고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어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질 않나(쌍용차),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좀 했다고 경찰들이 시민들을 피흘리도록 패질 않나(미국산 쇠고 수입 반대시위), 인터넷에서 정부 경제 정책 비판했다고 사람을 가두지 않나(미네르바 사건), 노사모 가입했다고 사람을 사찰하지 않나(민간인 사찰 사건), 마음에 안든다고 기자들을 내쫓질 않나(MBC,YTN 등등 탄압), 간첩을 조작하고(유우성 원정화 사건), 국정원이 여론조작질 하고, 진보정당을 해산시키고, 역사교과서 뜯어고치고, 경찰 물대포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대통령이 사과도 안하고(농민 백남기 사건)

와...정말 하루가 다르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결코 같은 선에 놓고 비판해선 안된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쇼크'를 받았다. 민주당도 기본적으로 친기업 정당이고 부패한 인간들 투성이지만, 최소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시키진 않는데. 새누리당은 그냥 아예 무법천지 부류들이었다. 30대 내내 우리 나라를 지켜보는데 한숨만 나왔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민주당의 '외곽 동지'가 되어갔다.

민주당이 여전히 못미덥지만, 일단 이 사람들은 국민들이 뭐라 하면 움찔 하기는 하니까. 그래도 한 30% 정도의 민주당 의원들은 늘 앞장서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니까. 지금 민주당은 2000년대 민주당과 많이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 그렇게 보낸 뒤 오히려 열린우리당 계열의 친노그룹이 강화되어서 그럴까. 확실히 과거보다는 개혁적인 의원들이 많아졌다. 내가 그들 곁으로 갔다기보다는 그들이 어느 순간 싸우고 있는 대중 옆으로 와있더라. 

나같은 40대는 민주화 세대가 아니다. 그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되레 분노하며 보냈던 20대가 지금의 40대다. 우리는 광장에 나가도 한총련 이런 깃발이 아니라, 그냥 대나무에 매달려 있는 '개죽이' 사진 같은 거 들고나간 세대다.깃발보다는 촛불이 더 익숙하다. 대학 학생운동권이 존재는 했는데, 그냥 늘 백여명 수준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40대는 좀 민주화 세대랑 달리 분석해야 한다. 40대는 민주당 정권 10년(97~2007)과 국민의힘 정권 10년(2008-2017) 을 모두 경험해본 '광장 촛불 세대'다. 두 정치세력이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는 세대다. 경험을 해봐야만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공감한다. 

나같은 '각성한 40대'같은 사람들이 분명 다시 만들어질 거다.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분명 민주당과 이들은 근본부터 다르다는 걸 많은 2030 세대들이 경험하게 될 거라 믿는다. 웬만하면 이들이 내가 30대 때 맞닥뜨린 끔찍한 경험좀 안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어쩌나. 이들이 윤석열을 선택해버린 걸.

그냥 존중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분명 우리의 소중한 동지들이 되어 5년 뒤 함께 걸을 것이라 믿는다. 내 경험상 그렇다.



무지성 민주당 지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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