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적 확산으로 이어지는 탓에 사람들의 여행 계획이 뒷전으로 밀려난 지금, 항공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조치로 인해 항공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근 한 항공사가 ‘세계에서 가장 긴 정규 노선 직항 루트’ 기록을 세웠다.
지난주 에어타히티누이(Air Tahiti Nui)의 항공편 TN64는 프렌치 폴리네시아(French Polynesia)의 파페에테(Pape'ete)에서 곧장 파리 샤를드골공항으로 항공편을 운항해야 했다.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연료를 채운 뒤, 일부 승객을 태우던 기존 절차가 생략된 이 항공편의 운항 거리는 편도 1만5,731킬로미터였다고 <포인츠 가이(Points Guy)>와 <cnn>이 보도했다. 기존 세계 최고 기록은 싱가포르항공의 싱가포르-뉴어크(Newark) 구간으로 1만5,340킬로미터였다.
여러 요인이 이번 세계 기록을 세우는 데 공헌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조치였다. 보통 미국 LAX 공항에서 경유하는 항공편의 승객은 비행기에서 내려 세관을 거친 다음 다시 목적지로 향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내린 긴급 제한 조치 탓에 이 항공편은 기존 항로를 변경하고 곧장 목적지인 파리로 날아가야 했던 것.</cnn>
해당 항공기는 보잉사의 787-9드림라이너 기종으로 당시 승객이 전체 좌석의 절반 정도를 채웠고, 평소보다 가벼운 기체가 연료를 덜 소모해준 덕분에 추가 연료 없이 장거리 운항을 해낼 수 있었다. “코로나19에 직면한 미국 당국이 내린 제한 조치로 인해 아주 예외적으로 운항한 사례였습니다.” 에어타히티누이의 대변인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비록 이번 항공편이 가장 긴 거리를 운항했지만, 시간 면에서 하늘에 더 오래 체공한 기록을 보유한 항공편이 존재한다. 콴타스항공의 프로젝트 선라이즈(Project Sunrise)를 통해 런던에서 시드니까지 무려 19시간 이상 시범 운항을 했기 때문. 하지만 이는 공식 운항편이 아니었고, 승객을 태우지 않았기에 기록으로 공인 받지 못했다.</cnn>
또한 포인츠 가이에 의하면 TN64편이 가장 긴 직항로일 수 있지만, 실제 이동 거리를 따지면 앞서 언급한 싱가포르항공의 싱가포르-뉴어크 구간 항공기가 평균적으로 좀 더 긴 구간을 운항했고, 가장 긴 구간은 무려 1만6,614킬로미터에 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에어타히티누이는 여전히 자랑스러워 할 자격이 충분하다. 이번 기록이 ‘가장 긴 국내선 항로’ 조건 또한 충족시키기기 때문.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프랑스의 ‘바다 건너 영토’라 불리는 곳이죠.” 포인트 가이의 알베르토 리바(Alberto Riva)가 말한다. “EU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프랑스 본토와 다를 게 없어요. 결과적으로 파리로 향한 TN64는 국내선이었던 거죠. 불과 45분 걸리는 파리-마르세유 노선처럼요.”
에어타히티누이의 대변인이 CNN 트래블에 이번 비행은 "특수 상황에서 운항된 예외적인 항공편"이라 설명했듯, 에어타히티누이는 당분간 기록을 유지하기 위해 더 먼 장거리 운항을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는 "이 노선을 지속할 계획이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