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점은 흘러가게 놔두고 싶고
그냥 관객1일뿐인 내가 왜 애써서 거기에 집중해야 하나 싶어서 쓰는, 좋은 것만 남기고 싶은 후기야
밤의 가스파르 옹딘 너무 잘할 거라고 기대하고 갔고 (연주자 음색이 물방울소리에 완전 특화돼있다고 느껴서)
게다가 비까지 오고있고 너무 좋았어
내가 조성진 연주 들으면서 단 한번도 기대하지 못한 느낌?이 <관능>인데 오늘 옹딘 듣는데 너무 관능적인 거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조성진 연주가 관능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을 줄이야
거기다가 왼손-왼손-오른손으로 이어지는 글리산도 무쟈게 우아하고 (훑는 손까지 우아해서 뭔가 그 장면이 각인됨)
뒤에 교수대 들을 때 옹딘이 너무 충격이라 꼭 내가 시체마냥 멍때리게 됨ㅋ
스카르보는 처음엔 작은 악마 떠올렸는데 급격히 그림자가 너무 커져버려서 무서웠다 오 이게 연주자의 해석이군 함
조성진은 쇼팽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을 거부했지만
내가 좋아하기 시작했던, 내가 꾸준히 좋아하게 될 건 이 연주자라고 확신하게 됐던 게 쇼팽이니
내가 어쩔 수 없이 제일 기대하게 된 건 스케르초 전곡이었어
1번 도입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는데 내가 너무 기다려온 소리라서 그런가
누구는 조성진 연주가 차갑다고 하는데 그게 이성적인 연주스타일을 가리키는지 음색을 가리키는지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따뜻함이 먼저 느껴지거든 (어쩔 때는 뜨겁기까지)
아련한 슬픔이랄까 애수랄까 눈물이 차가울 수는 없잖음?
그래서 더더욱 쇼팽의 곡에 찰떡인 듯함 순전히 내 느끼기에!
몰토피우렌토부분 너무 아련하고
크레센도, 데크레센도가 마치 누가 옆에서 볼륨다이얼을 쭉---높였다가 다시 쭉---내리는 듯이 자연스럽고 끊기지가 않음
이거 조성진 특기지하면서도 들어도 들어도 신기방기
2번 도입 부분 다섯손가락 모아서 첫 음 칠 때 내 눈 찌른 줄 눈물 자동 고임
중간 오씨아 구간 왜 크리스탈크리스탈하는지 넘나 잘 알겠고
아지타토는 연주자에게 할 말이 아니고 관객에게 하는 말이었던가 나는 지금 매우 흥분
피우모쏘도 내 심장이 빨리 뛰는데요 심장 부여잡고 기립할 뻔
3번 메노모소부분에서 아르페지오 페달링이 얼마나 섬세한 지 봄
네 번 중 앞 세 번은 페달 끝까지 꾹 밟고 네 번째는 중간에 훅 뗌
(4번에서 그 높은 스타카토 음들에서는 처음에 밟았다가 서서히 뗌 내가 잘못본 게 아니면-)
암튼 별빛 부서지는 소리라는 게 어떤건지! 이것이 바로 소리의 시각화인가
피우렌토부분의 아르페지오는 눈물같이 연약하게 떨어짐 흑
템포프리모 후 장엄한 스트레토 진짜 기립하고 싶었다 진짜진짜
4번 높은 스타카토 음들이 앨범에서는 작은 새소리 같았다면 오늘 연주에서는 조금 더 몸집이 큰 새?ㅋㅋㅋ
셋잇단꾸밈음 나올때마다 너무 좋아서 죽고 싶어짐
연주자 검은 자켓 사이로 삐죽 나온 흰 소매 붙잡고 가지말라고 더 연주해달라고 하고 싶음큐ㅠㅠ
가끔 크리스탈 소리 나올 때 어떤 사람들은 '그거 그냥 페달 안밟으면 되지 않아?'하는데 응 그거 아냐 다 밟아
그냥 조성진이라 가능한 음색이다
한줄요약: 조성진은 쇼팽에서 뗄 수 있지만 쇼팽은 적어도 내게선 조성진을 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