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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더뮤지컬/2007.No.5] 신도 아니고, 괴물도 아닌, 그저 배우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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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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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맨 오브 라만차>와 <헤드윅>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너무 가볍지 않냐'는 것.


조승우의 <라만차>는 너무 가벼워서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웃기려고만 해서 감동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헤드윅>이나 <맨 오브 라만차>를 할 때, '이 작품에서 관객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나, 어떤 것을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굵직굵직한 라인은 똑같았다. 재미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헤드윅>도 코미디고, <맨 오브 라만차>도 분명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다. 나는 <헤드윅>이 심오한 주제를 담은 무거운 작품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고 봤다. 존 카메론 미첼이 처음 만들었던 <헤드윅>은 정해진 대본도 없이 노래 몇 곡만 가지고 드랙 퀸들이 모이는 클럽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정말 이야기쇼 같은 자유로운 형식, 온통 코미디, 블랙 코미디인데 그걸 보고 웃고 난리를 치던 관객들이 마지막 토마토 장면에서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충격을 받는 것이다. <맨 오브 라만차>도 마찬가지다. 세르반테스가 감옥의 죄수들 앞에서 자신을 변론해 보겠답시고 끌어온 것이 왜 하필 돈키호테라는 우스꽝스러운 노인네의 이야기일까. 나는 <헤드윅>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했다. 마니아들은 진지하고 심각한 것을 원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극 중에도 그런 장면이 있다. '이게 무슨 변론이냐, 지금 잠깐의 즐거움으로 우리를 위로하겠다는 건가'라고 비난하는 닥터 카라스코(역의 '공작')에게 세르반테스가 '바로 그거죠'라고 말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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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윅> 초연 기자회견 때 '이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욕을 먹어봤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 후에 앙코르 공연을 할 때도 꽤 시끄러웠다. 그런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헤드윅>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


<헤드윅>의 경우는 우리와 정서적인 면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정서를 균일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나는 이 작품이 그냥 쇼, 싸구려 쇼처럼 보이기를 바랐다. 이건 로큰롤인데, 악보에 그려져 있는 그대로 부르는 건 로큰롤이라는 장르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카메론 미철이 쓴 대본이 분명히 있지만 그걸 그대로 무대에 올려서 연극화해야 작가를 존중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배우들이 못했다거나 틀렸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그냥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싸구려 쇼, 정형화된 틀도 없고, 순서도 없고,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쇼, 저 사람이 오늘 무슨 이야기, 무슨 노래, 무슨 개그를 하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한 달 반 동안 매일 다른 애드립에 매일 다른 느낌으로 노래를 불렀다. <렌트> 때도 그랬다. 매일 의상을 갈아입고, 매일 다른 악세사리를 고르고, 매일 다른 톤으로 대사를 했다.


@ 그래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고 싶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 연기하는 기계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특히 <헤드윅> 같은 경우에 내 의지가 너무 강했다. 첫 공연을 마쳤을 때 아쉬움이 너무 많았다. 헤드윅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촉박하게 무대에 올랐고, 음악 장르나 정서에도 익숙지 않았다. 한 마디로 내가 내 옷을 못 입었다. 나는 그때 <헤드윅>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뮤지컬'을 하고 있었다. <헤드윅> 시즌 1 공연이 끝나고 나서, 정말로 2년 동안 차 안에 늘 <헤드윅> MR을 꽂고 다녔다. 이 작가가 정말로 뭘 원하는지 고민하고 또 생각했다. 2년 뒤에 시간이 맞아 떨어지면서, 그럼 이제 도전해 보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헤드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관객이 작품을 봤을 때, 지금 이 이갸기가 어떤 시대, 어떤 나라에서 일어난 일인지, 대체 어떤 사람이 만든 것인지 알 수 없기를 바랐다.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았다. 모든 선을 모호하게 해놓고 오직 인간 헤드윅만 보이게 하고 싶었다. 헤드윅의 아픔, 기쁨, 슬픔, 이 사람의 모든 것. 핀 라이트 조명이 한 사람에게 똑바로 떨어질 때처럼, 다른 배경적인 것 없이 오로지 이 사람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대사 같지 않은 대사를 하고, 남들이 봤을 때 어이없는 짓도 해본 거다. 나는 여태껏 내가 했던 모든 작품 중에 <헤드윅> 이번 공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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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우라는 사람의 로망은 뭔가?


데이비드 스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다. 정말 악의라고는 없는,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그 사람에게 세 살짜리 딸이 있는데, 스완은 아기를 위해서라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루는 스완이 창을 들고 열정적으로 뭔가 설명을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니까 문 밖에서 기다리던 딸이 뛰어왔는데, 스완이 '잠깐만'이라는 말도 없이 들고 있던 창을 던지다시피 넘겨버리고 딸을 끌어안더라. 그 모습이 눈물이 날 만큼 예뻐보였다. 저런 사람, 저런 남자, 정말 저런 아버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일도 열심이고, 가족에게 충실하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 하지 않는 성인(成人). 로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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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월간 뮤지컬 매거진 <더뮤지컬>, 2007년 11월 No.50 에 실린 조승우 인터뷰 중에서 사진, 그리고 기사 중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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