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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인 좀 해주세요."
"사진 한 장만 찍어주면 안될까요."
"내 딸하고도 부탁해요."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남쪽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선수촌. 차준환(25·서울시청)이 문밖으로 나서자 사람들의 탄성이 터졌다. 한국인은 거의 없었지만, 각국 관계자와 팬들은 차준환을 알아보며 사진과 사인을 요청했다. 그저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소 지으며 기자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도 있었다.
중앙일보와 만난 차준환은 "아직 밀라노 시내를 돌아보진 못했다. 선수촌과 경기장 외의 곳을 어제(14일) 처음 나갔다. 밀라노 대성당(두오모) 근처를 둘러 봤는데 너무 좋았다. 성당 주변이 너무 예쁘고, 성당도 사진보다 훨씬 웅장하더라. 다음에는 내부도 가 보고 싶다. 대성당을 걸어다니는 동안 관광객 분들도 알아봐주셔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해외 언론과 팬들은 차준환이 쇼트 프로그램에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조금만 더 실수를 줄였다면, 메달도 따낼 수 있었다. 일부 팬들은 "동메달을 강탈당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차준환은 자신의 연기에 만족했다. 그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내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차준환은 "4위라는 성적이 약간 참 그런 것 같다. 특히 3위와의 점수 차가 적다 보니까 아쉽긴 하다. 이 4위란 성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것 같다. 메달을 놓쳐서 안타깝지만, 솔직히 4위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5위였는데, 4위를 했으니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루틴대로 제대로 훈련을 한 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차준환은 "경기를 마친 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났다. 특히 이번 밀라노 올림픽을 위해 달린 4년이 가장 많이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았다. 한 번 문제를 극복한다고 끝이 아니고, 또 극복하고, 또 어느 정도 괜찮다가 다시 찾아왔다. 그럴 때 많이 절망적이었다"며 "쓰러지려고 할 순간에 지현정 코치님과 가족들이 나를 잡아줬다"고 고마워했다.
차준환은 올림픽을 앞두고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 곡을 '물랑루즈 OST'에서 지난 시즌 사용한 '광인을 위한 발라드'로 바꿨다. 프리스케이팅 4회전 점프 횟수도 5회에서 3회로 줄였다. 차준환은 "결과적으로는 잘했던 선택이었던 것 같다"며 "4년에 한 번 있는 대회인만큼 내 연기를 제일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나서고 싶었다. 4대륙선수권(은메달)과 올림픽 모두 잘 해내서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일부 외신은 '역대 최악의 올림픽 남자 싱글'이라고 평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일리야 말리닌(미국), 가기야마 유마(일본) 등이 연달아 실수를 저지르며 빙판 위에 넘어졌다. 선수들은 "올림픽의 중압감이 정말 컸다"고 입을 모았다. 차준환은 "4년에 한 번 있는 대회이기도 하고, 올림픽이란 대회 자체가 선수들에겐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압박감을 크게 갖는 듯하다"고 했다.
차준환이 키스앤크라이 존에서 실수를 하고 들어오는 가기야마를 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박수로 격려하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그는 "'카기(가기야마의 애칭)'를 오랫동안 봐왔다. 경쟁자지만 그 선수의 인터뷰를 보기도 했고, 준비과정을 아니까 실수를 했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번 대회 최고 화제의 선수는 단연 말리닌이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의 실수로 8위에 그쳤지만 단체전과 개인전 쇼트프로그램에선 환상적인 점프를 선보였다. 특히 50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허용된 백플립(뒤공중제비)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차준환은 "관객들이 점프보다 더 좋아하시더라. 주변에서 '너도 할 수 있느냐'고 많이 물었다. '이 정도면 나도 배워야 하나'란 생각도 했다"고 웃었다. 이어 "그걸 하는 선수들이 대단하고, 프로그램에 녹여내는 건 좋아보였다. 다만 훈련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점프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