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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구클 시놉시스(좀 스압).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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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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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수진(32세/영화 프로듀서) 

3년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만난 명수. 서울까지 차를 태워 준 것을 인연으로 가까워진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소울 메이트로 인정받는다. 주위의 부추김에 수진도 당연히 '쟤는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명수의 휴대폰은 늘 여자들 메시지로 넘쳐나고. 내 전화를 잘 받아는 주는데 먼저 전화하는 일도, 먼저 만나자 하는 일도 없다. 관리 당하는건가? 라는 불안감이 슬슬 엄습해오자 수진은 명수를 딱 한 번만 시험해 보기로 한다.

수진이 했던 정말 못된 짓. 불치병에 걸렸다고 눈물콧물 바람으로 뻥을 친 후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린 것이다. 명수가 죽을만큼 걱정을 하고 자신을 찾아 헤매 주길 바란 수진. 처음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뜰 때는 작전 성공이다 좋아라 했다가 슬슬 너무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드라마처럼 명수 앞에 등장해서 서로 뜨겁게 마음을 확인하는 수순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작전 마지막 날, 명수가 친구들과 신촌 오거리에서 노는 모습이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 떡하니 뜬다. 분노가 끓어오르긴 했지만 지 꾀에 지가 남어간 탓에 먼저 전화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다가 시간이 지났다. 

2년 후, 맞아 죽을 각오로 다시 만난 명수는 그때 일을 안주 삼아 낄낄거리며 수진의 속을 뒤집는다. 이어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 수진과는 단지 친구사이였다,고. 

따지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데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사람 지가 먼저 흔들어 놓고 그 긴 밤을 속삭여 놓고, 그런 눈으로 바라봐 놓고 사귄게 아니야? 

시원하게 복수해주고 싶었다가도 어떤 때는 이만한 애 없었지,라며 기대게 되기도 하고 다 부질없다며 동성친구 대하듯 담담해지다가도 명수가 다른 여자들과 가까워지는 것에 폭풍 질투도 하는 수진. 자기 자신도 이 감정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명수와의 관계는 점점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이 웬수와 같이 일을 하게 된 것도 굴욕인데 시누이 보다 더한 명수의 구여친들 등쌀에 시달리는 수진. 그들의 눈치를 보는 이유가 영화제작 때문이라고 말은 하지만 속으로 그들에 대한 질투와 컴플렉스는 쌓여만 간다. 

쟤들은 되고 나는 안되는 게 도대체 뭘까?를 두고 그들을 관찰해 가며 고민하는 수진. 그들에 대한 관심은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더니 급기야 우정이 되는 것에 스스로도 당황하는 수진. 

하지만 이미 불이 붙어버린 명수에게로 향한 마음은 이 기묘하고 위태로운 우정을 파국으로 치닫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는데....




2. 방명수(32세/웹툰작가)

사람 참 좋다. 그래서 나쁜남자다. 아무에게 친절하고 아무에게나 따뜻함을 베푸는 박애주의자. 덕분에 휴대폰에 넘치는 여사친 전화번호들. 그것이 연인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되는지 전혀 모르는 백치.

'후배 고민 상담 좀 해줬어. 힘들어 히갈래. 내가 걔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잖아'

순진한 건지 바보인지. 하는 짓은 간디. 사귀는 여자는 속이 디비진다. 낯선 사람에게도 스스럼없는 친근함과 순진무구함이 매력적이다. 달변가는 아니지만 은근히 아는 것 많고 똑똑한데 자주 사고가 옆길로 샌다.

인기 웹툰 작가가 된 후 지망생 시절의 구질구질함은 벗어났지만 아직도 애다. 건담 피규어가 재산목록 1호인 '소년'일 뿐인데 상상하기도 싫은 부담스러운 상황이 일어나고 만다. 전 여친들이 모이다니. 따로따로 만나도 뇌가 터질 지경인데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첫사랑 지아. 제일 좋아했었고 지금껏 잊지 못하지만 그만큼 상처도 컸다. 자신과의 만남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여자. 나를 만나면서 선을 보는 여자...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나를 만나면서 친구들에게도 소개하지 않고 집에도 나의 존재를 숨기는 여자. 나의 존재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던 여자는 알고 당해도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그것은 자존심의 문제였다. 결코 그 여자가 자신보다 돈이 많거나 좋은 차를 몰거나 데이트 때 마다 골드 카드를 내밀어서가 아니다. 나는 그녀에게 무엇이었나, 하는 문제. 

그래서 화영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당장 내가 없으면 죽을 것처럼 구는 사람. 나를 목숨처럼 필요로 하는 사람. 나때문에 펑펑 우는 여자. 가슴이 쿵 내려앉으면서 처음엔 죄책감이, 그 다음엔 묘한 환희가 밀려왔다. 화영은 질투가 심했다. 휴대폰 주소록에 여자 이름은 다 삭제해야 했다. 여자 사람과 친근하게 말이라도 나눴다간 어김없이 대판 싸우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지만 명수는 싫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질투해 준다는 기분이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온전히 자신을 다 던진 여자가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홍대 삼거리에서 싸대기를 쳐 맞으면서도 행복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자 차츰 깨달음이 밀려온다. 그 난리법석은 사랑이 아니라 그냥 그녀의 성격이었다.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피곤했다. 삼십분 단위로 하는 보고도 피곤했다. 30초 내로 답해야 하는 문자딜도 피곤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에 쥐 잡듯이 몰리는 상황은 끔찍했다.

그녀는 완벽하게 충성스러웠다. 지나가는 말로 먹고싶다 했던 건 다 챙겨주고 필요로 하는 건 입밖에 내기도 전에 대령했고 재치기만 해도 약 달여들고 달려 올 정도로 잘해줬지만 그래도 편한 게 더 그리웠다. 그래서 해어졌다. 그녀에게서 입버릇처럼 나오던 '우리 헤어져'란 말을 치사하지만 덥석 물어버렸다. 나빴다는 건 알지만 사람 좀 살자,하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한 동안, 연애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시기가 아니었다면 수진과의 관계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았던 사람. 그래서 절대 잃고 싶지 않았던 사람. 그래서 절대 사귀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사람. 내가 아,하면 네가 어,하고 사람들이 절대 모르는 B급 영화나 만화에 대한 취향도 같고 열광하는 밴드도 같았으며 같은 브랜드의 치킨에 충성했으며 매주 같은 오락 프로를 챙겨보는 같은 오덕이었다. 찰떡같은 콤비. 둘이 참 잘 어울린다, 사귀어라. 하는 말들을 수없이 들었지만 명수는 절대 그 선을 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혹시 모르는 일이다. 수진이 한 발만 더 가까이 왔더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수진도 결코 다가서지는 않았다. 그 대신 엉뚱한 장난을 치더니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어느 날 불치병에 걸렸다고 고백했던 수진. 그리고 뚝 끊긴 연락. 며칠을 잠 못자고 사람을 미치게 걱정시킨 그 사건은 사실 장난이었다. 수진의 친구 주희가 그게 다 뻥이라며 귀띔을 해 준 것이다. 둘이 종종 심한 장난을 주고받았던 터라 더 못된 장난으로 복수해 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후로 연락이 없다. 좀 황당했다.

이렇게 어영부영 맞이한 30대. 나이가 들고보니 생각도 달라졌다. 이젠 더 이상 목숨 거는 연애는 못할 거 같고 하고 싶지도 않다. 좀 더 약아졌고 좀 더 여유로워졌다. 한창 일에 재미 들일 나이. 스토리 작가들의 이야기를 받아서 그리던 만화 말고 본인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반응도 좋았다. 

생활에 여유도 생기고 결혼이 급하지도 않고 왠지 절박해 보이는 30대 또래들 말고 20대와 하는 연애가 좋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헤어진 남친의 옷을 처분하던 라라와 만났다. 남자 옷을 팔길래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여자, 그것도 쌔끈한 글래머라니. 열심히 썰을 풀어 깔깔 웃게 만든 후에 괜찮은 남자 소개시켜 준단 구실로 연락을 이어갔다. 당연히 괜찮은 남자 따윈 없었다.  

사람들이 많은 술자리. 라라가 출연한 영화에 대해 면전에서 지나친 농담을 하는 선배와 다시 안 볼 생각으로 심하게 다투었고 그 날 이후 라라는 명수의 여자가 되었다. 욕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나. 명수는 라라의 영화를 본 적이 없었고 라라는 명수의 만화를 본 적이 없었다. 서로 정 반대의 이유로. 라라는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관심도 없었다. 명수는 라라가 나온 영화를 보기 두려웠다. 언젠가 선배가 술자리에서 했던 저속한 농담이 자기 입에서 터져 나올 일이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라라는 참 해피한 여자였다. 복잡하지 않고 명쾌하고 남자 입장을 잘 이애했다. 그리고 남자가 남자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아무것도 몰라요, 하며 눈 동그랗게 뜨고 기대오는 어린 여자. 참 여우였다. 

'여친들소'라는 회고록 비슷한 만화에 대한 모티브도 라라와의 대화 속에 태어난 것이다. 명수가 창작에 바빠지자 라라는 연락이 뜸해졌다. 놀랍지 않았다. 아는 오빠도 많고 약속도 많았던 라라. 꼰대처럼 굴기 싫어 놓아주었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 명수는 라라와 계속 만날 용기가 없었다. 라라를 청주 부모님과 누나들에게 소개할 용기. 조금은 7년 전 지아를 이해할 것도 같았다. 분명 차였는데 나쁜 놈은 나인 것 같은 기분. 

여자들로 꼬인 팔자 예술로나 승화시켜 보자며 그린 만화가 대박을 쳤다. 영화화 판권을 사자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는데 그러다 수진과 재회한다. 불만이 많아 보이는 수진. 누가 먼저 잘못한건데, 기도 안 찬다. 내가 지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티격태격은 해도 역시 얘만큼 잘 통하는 사람이 없다. 근데, 얘 정말 날 좋아했던 걸까? 그럼 그떈 왜 그런거야? 

정말 헷갈리는 와중에 구여친 삼인방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여난도 이런 여난이 없다. 화영은 여전히 기세등등하고 라라는 여전히 여우다. 지아는... 이혼을 했다고 한다.자기 잘못도 아닌데 밀려드는 자책. 잘나가던 예전 모습을 내려놓고 식당에서 새벽에 찬물 설거지를 하는 지아를 보며 명수는 마음이 아프다. 동정인지 애정인지 모를 감정으로 계속 지아 곁을 맴도는 명수. 우정인지 애정인지 모를 감정으로 계속 명수 곁을 맴도는 수진. 그리고 계속 옆에서 각종 트러블을 일으키는 화영과 라라. 결국,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명수의 흐리멍텅함이 대찬 폭풍을 몰고 오는데...



3. 나지아(34/청담동 며느리)

명수의 첫사랑 누나. 국산 MP3 플레이어 제품으로 시장을 독점하던 중소 제조업체의 따님이다. 똑똑해서라기보다 부모님의 정성과 물량공세로 유명 여대에 들어갔다. 잘 놀고 화끈한 성격과는 다르게 참하고 단아한 외모로 졸업앨범이 나오지 마자 뚜쟁이들로 집전화에 불이 났었다. 한 달에 두어번씩 선을 보면서도 시집가기 전에 뽕을 뽑자는 결의로 모잘나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놀았다. 7년 전, 철수를 만나던 시절에는 외제차를 몰았고, 계절별, 색깔별로 백을 바꾸어 들었고, 계산서를 보지도 않고 카들을 긁었다. 자기 통장에 얼마나 들었는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재계, 법조계, 의료계, 고르고 고르는 중에 어느 날부턴가 뚜쟁이의 전화질이 뚝 끊어졌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온 것이다. 제조업의 신화였던 아버지는 또 다시 기적을 일으키리라 믿고 유학파 전문 경영인을 사윗감으로 들였다. 그 놈은 사기꾼이었다. 세상 믿을 게 못되는 것이 뚜쟁이 주둥이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멀끔하게 생겨서 말만 번드르르했지 학위도, 집안도, 미국에서 경영한다는 레스토롱도 가짜였다.

지아의 집안 가세가 기울자 자기 쪽에서 사기 결혼을 당했다며 지아를 몰아세웠다. 친구 하나 없이 갇혀 살다시피 지내던 미국 생활을 접고 남편 몰래 한국으로 도망쳐 들어왔다. 놀던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고 소중한 백과 구두를 탈탈 털어 마련한 식당. 하지만 생각대로 장사는 잘 풀리지 않고 텅 빈 주방에서 막막해 하던 그녀에게 날아온 한 통의 메시지. 

반가운 옛 연인의 소식이다. 자신에게 잘해 주었던 남자. 다행이도 별 나쁜 기억없이 곱게 남아있는 명수와의 추억이 재회를 설레게 만들었다. 7년 전 당시, 클럽에서 가볍게 만나 서로에게 부담 주는 일 없이 쿨하게 데이트를 했었다. 매번 술에 취해 모텔에 가고, 새벽엔 쪽지도 없이 먼저 사라지는 일이 명수에게도 나쁠 건 없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그에게 상처로 남았을 거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명수가 뜬금없이 이별을 통보했을 때에도 굳이 이유를 묻지 안핬다. 그 또한 상처가 되었을 거란 사실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명수가 다음 타자로 만났던 화영을 직접 만난 후에야 그가, 관계가 주는 결속에 목말라 있었단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그 사실도 지아 자신을 크게 변화 시키지는 못한다. 

쿨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 내리기 보다는 삶의 중심축이 자신 쪽에 있는 사람임을 뜻한다. 즉.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으로 인해 영향받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을 그닥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 즉,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며 차가운 사람이란 뜻이다. 

지아는 쿨한 사람이었다. '아무려면 어때'하는 이런 쿨함은 처음에는 상대를 편하게 만들지만 점점 친구와 연인에게 서운함이 된다. 더구나 지아가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은 소심한 수진이나 컴플렉스 덩어리 화영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며 다가오는 명수를 굳이 피하지 않는 그 태도는 구여친클럽 멤버들에게 얄밉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명수가 다가오는 것을 의식적으로 경계하는 지아. 그가 넘어오려 할 때마다 한 번씩 선을 긋는다. 이 쿨함이 한 번 무너지면 백프로 상대에게 모든 것을 기대고 싶어하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4. 장화영(31세/투자사 직원)

강렬하게 사랑하고 쉽게 놓지 못하는, 뭐에든 빠지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 명수를 만나기 전까지 모태솔로였다. 명문대 출신에 명민한 머리와 순발력, 판단력. 공적인 필드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사적은 필드로 오면 좀 어려워진다. 말 걸기 어려운 차가운 외모, 호불호가 분명한 가차 없는 표정. 따박따박 논리로 이겨먹으려고 한 적도 없는데 지들이 알아서 기죽어 나가떨어진다. 

사주팔자를 보러가도 점쟁이들 하나같이 남자 사주라는 둥, 장군감이라는 둥 큰 인물이 될 터이니 그냥 혼자 살라는데 백만 대군 필요없고 대처 수상, 잔다르크 다 필요없이 닥치고 그냥 연애만 좀 하게 해달라고 남몰래 빌기를 30년.

명수가 나타났다. 학벌도 재산도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기죽는 법이 없는 아이. 오히려 모든 것을 다 가졌는데도 안달복달하는 화영을 끊임없이 다독여 주던 명수. 화영은 명수가 필요했다. 일찍 가족을 버린 아버지. 무능하고 속만 썩이는 오빠들. 속물적이고 약삭빠른 동료들을 보며 생긴 불신이 명수를 만나고는 사라졌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나보다는 능력있고 지위높고 돈 잘 버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화영의 기준을 명수가 송두리째 바꾸어버렸다.

회사 동료들과의 술자리에 우연히 불려 나왔던 명수가 사실은 '폭탄 제거반'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화가난다기 보다는 슬펐다. 난생 처음 다른 사람 앞에서 엉엉 울던 화영의 모습은 명수에게도 화영 자신에게도 충격이었다. 그 이후로도 참 살뜰하게도 말을 잘 듣던 명수. 휴대폰의 여자번호도 다 지우고 화영의 요란스러운 질투에도 순하게 대응했다. 화영이 가자면 가고 오라면 오고. 그래서 이 남자는 나랑 참 잘 맞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건 그냥 명수가 참아준 거였다. 

명수가 처음으로 숨 막힌다,고 말했을 때 화영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자유롭고 헐랭한 명수가 정확한 시계추 같은 화영을 만나면서 그동안 얼마나 희생을 했는 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달았다. 울고불고 대판 싸우고 나서 다음날 당연히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연락은 오지 않았다.

명수와 헤어지고 나서 몸무게가 8킬로나 줄었을 만큼 상심이 컸다. 술 취해서 그의 집 앞에 매일 찾아기고 하고, 미니스커트 입고 그의 잡 담을 타 넘기고 하고, 돌 던져서 창문도 여러 개 깼다. 부재중전화만 삼백 통. 인파가 넘치는 홍대 거리에서 바지 잡고 매딜리고 울고불고 소리치다 눈 뒤집혀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잡으려 할수록 점점 더 차가워져 가는 명수. 그래도 화영은 끝을 봐야했다.

겨우 마음 정리를 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은 지 일년. 그 평화를 홀라당 깨 버린 명수의 메시지 한 통. 영화라니. 그게 나에게 어떤 고통이었는데 그걸 사람들이 팝콘이나 까먹으며 극장에서 본다고? 열받아 다 뒤집으러 나섰지만 일은 점점 꼬이고.

명수가 목숨 걸고 좋아했다는 지아와 자기 다음 타자로 만났다는 라라. 다 꼴 보기 싫어 죽겠는데 그들과 자주 만날 일까지 생긴다 오로지 복수를 꿈꾸며 수진의 회사를 손에 넣지만 웬걸, 이 완벽주의 성격이 어딜 가는 게 아닌지라 어느새 영화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거기다 그나마 가장 만만하고 경계대상이 아니었던 수진이 명수와의 관계에서 치고 나오는 주자가 되자 뒤통수 맞은 기분이 되는데. 도대체 복수를 누구에게 해야하는지 점점 헷갈린다. 4년 전, 명수와 자신 사이에 끼어들었던 라라? 나중에 끼어든 수진? 아니면 원흉 명수?




5. 라라 (공식적으론 27세, 실제 나이 30세/여배우)

본명 구근령. 데뷔 시절 비키니 뒤태 한 컷으로 검색에 1위를 차지했던 영광의 순간이 있었다. 에로와 예술을 오가는 나태봉 감독의 대표작 '발라주세요'가 그녀의 데뷔작이다. 청순한 얼굴에 글래머. 관객들은 열광했고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밀려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5년 전의 일일 뿐. 5년째 그녀는 라이징 스타다. 문제는 연기력. 표정도, 딕션도 안 된다. 오디션을 수없이 보았지만 볼 때마다 고개 갸웃이다. 어쩌다 배역을 따도 현장에서 욕 푸지게 먹고 대사 분량이 팍 줄거나 아예 씬이 날아가버리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스타의 꿈은 멀리 날아가고, 스물일곱으로 속여 놓았지만 실제 나이는 이제 서른인데 초조함에 밤잠이 안 온다. 

명수와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만났다.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명수는 드립 하는 타고났다. 만나고 보니 역시 만화가. 지금껏 만나던 화류계 남자들과는 다르게 아는 것도 많고 책도 많이 읽었다.

원룸으로 이사하면서 이것저것 살림을 들이는 일이며, 소속사를 옮기는 일까지 이것저것 명수의 조언을 많이 들었다. 명수는 어른스러웠지만 꼰대스럽지 않았다. 총명했지만 영악하지 않았다. 유쾌했지만 가볍지 않았고, 대놓고 야했지만 대놓고 질척거리지 않아서 좋았다. 

게으른 명수를 독려해서 연재를 하게끔 만든 것도 라라. 자신없어하는 그에게 재밌다고 부채질 해 준 것도 그녀였다. '여친들소'라는 제목을 지어주고, 캐릭터를 동물로 하자고 아이디어까지 제공했건만 결국 명수를 열심히 일하게 만든 것이 원죄가 되어 심심해진 라라쪽에서 바람이 났다.

라라에게는 늘 아는 오빠들이 많았고 명수도 그 중 하나였다. 좋은 오빠. 그 좋은 오빠가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초반 무리하게 밀어붙인 육체파 이미지 탓에 배격을 따기가 쉬빚 않은 상황. 잘못하면 후배들에게 밀려 아침 드라마 조조연이나 하다가 영원히 이름 석 자 알리지 못하고 나이 먹어 버릴 수 있다. 어떻게든 잘 구워삶아 배역을 한 번 따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은 생각대로 되질 않고 기 센 언니들은 앞에 버티고 서 있고 명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무던함이 지나쳐 무심하다. 거기다 라라가 잔머리를 굴리면 굴릴수록 일은 더 엉뚱한 곳으로 튄다. 신경도 안 썼던 노땅 지아는 명수를 휘두르고, 분노 폭탄 화영은 오히려 감성 폭탄이라 사람 마음 약하게 만들고, 맹하게 생각했던 수진은 생각보다 앙큼해서 명수를 노리고, 헐랭하다고 생각했던 명수는 생각보다 고집이 세다.

거기다 로맨틱해야 할 영화는 점점 네 여자의 등쌀에 막장이 되어 가는데...




6. 앜ㅋㅋㅋㅋㅋㅋㅋㅋ 조건 감독 본명 심숭보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 

부잣집에 옷 잘입고 잘생겼는데 여자없는 이유가 다 있다. 성질이 더럽다. 현장에선 하도 아줌마처럼 떽떽거려서 게이란 소문도 있다. 여자는 없는데 지지자는 많다. 티비에 나와서 하는 말마다 핵폭탄인데, 사람들은 열광한다. 눈치 안 보고 던지는 돌직구가 참 시원하기도 하고 그 촌철살인 의 명석함이 놀랍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여자가 붙을 만도 한데, 다들 사흘을 못 견딘다.

수진은 죽어난다. 수진을 하녀처럼 거느리며 명수의 속을 긁는 조건. 못생긴게 귀여운 거라며 칭찬할 때조차 수진의 속을 뒤집기도 하지만 일할 때의 카리스마로 모든 것을 한 방에 상쇄시켜 버리는 매력도 있다. 

취향이 참 독특해서 수진을 좋아하게 되지만 여자에게 서툴러서 마음을 반대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마음이 전혀 고맙지 않은 수진. 거기다 수진의 원수 중의 원수, 심주희의 친오빠란 사실에 수진은 두 번 죽어나는데.. 

라라에겐 동경의 대상, 화영과는 상극, 지아는 조건을 게이로 확신한다. 




7. 원래 지아누나네에서 일하는 젊은 알바생도 있었네 



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배 난 여자 과거 따지는 남자 아니다라고 말해서 명수의 속을 뒤집어 놓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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