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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두산인문극장 2015 / 들개 김정훈 감독님 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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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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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ront.player.fm/series/series-92098/episode-115655663


(들으면서 타이핑하는 거긴 한데 매끄러워 지라고 임의로 손 본 부분이 있음 정확한 어감은 직링 듣길 바람/홀수가 평론가, 짝수가 감독님) 


1. 대체 박정구란 인물은 왜 폭탄을 만들어서 보내고, 막상 사용하려고 하면 막는 이유는 뭘까? 많은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이거에 대해서 문득문득 질문하셨을 거 같습니다. 이번 테마가 '예외'인데, 예외적인 존재로 살아간다는 건 가령 미셸푸코의 말을 빌리자면, 인민(people)이란 인구(population)에 속하지 않는 존재란 걸 의미하는데, 기록에 등재되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건 결국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등재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가를 찾는데 그렇다고 그게 자신의 직업은 될 수 없고 그런 주인공의 고민을 스릴러나 범죄라는 영화의 장르적 문법을 통해 빚어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알고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람(이효민)이 찾아왔을 때, 그것이 두려워지는 상황 자체도 잘 묘사했구요. 이처럼 예외적인 일을 하는 것의 힘듦, 완전범죄 같은 것은 스릴러나 범죄물에서 자주 차용되는 영화가 사랑하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평론가인 제 생각이었고, 사실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건 정구라는 인물은 정합적으로 일관되게 분석되는 인물은 아닌데 이 인물을 설정할 때 굉장히 고민이 많았을 거 같은데 어떻게 설정을 하게 된 건지? 


2. 음 초반부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 사실 전 제 이야기를 많이 반영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고요. 정구도 그렇고 효민도 그렇고. 말씀하신대로 남들 몰래, 등록되지 않고, 예외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한 매혹은 확실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제 폭탄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계속 해왔었는데 그게 장편영화 이야기로서 잘 풀리지 않다가, 거기다가 자기가 직접 터트리지도 못하고 남한테 보낸다는 설정이 들어오면서 아 이러면 이야기가 되겠다는 마음이 딱 들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지금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음 그렇게 예외적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한국 사회에 실제로 살아간다면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캐릭터를 짠 것 같아요.


3. 아 이건 감독님 개인적인 경험인거 같은데 그 예외적인 거 등록된 거에 벗어나고 싶은 행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 씬이 효민이가 도서관에서 책을 빼돌리는 씬이에요. 사실 김정훈 감독님이랑 제가 같은 동아리 출신인데 한 번도 본 적은 없어요. 학번 차이가 너무 많이나서 그런데 저렇게 도서관에서 갖고 싶은 책을 빼돌리는 꼼수가 남아있다는 걸 보고 아 이런 소소한 설정부터 무언가 벗어나고 싶음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고 봤는데 합법적인 루트로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면 기록이 남잖아요. 


4. 죄송한 얘긴데 이 영화가 제 경험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도서관 그 꼼수는 제가 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편법적인 거에는 굉장히 잔머리가 잘 굴러가서 그건 쉽게 생각해냈고요. 실제로 저는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서 ^^;; 근데 중 고등학교때는 그런 짓을 되게 많이 했었죠. 기물파손 같은 거, 제가 고등학교 3년동안 깬 유리창이 10개 정도인데 한 번도 걸린 적은 없었어요. 뭐 그런식..


5. 효민이를 보면 뭐 그래 부모님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정도까진 할 수 있어요 익스큐즈 근데 범죄에 연루된 애도 아닌데 대포폰을 쓴다 여기까지 설정이 가는 건 좀 희안하거든요. 영화 보는 내내 감독님이 무언가 늘 그렇게 빠져나가고, 예외이고 싶어하는 장치들을 마련해 놓은 느낌이었어요. 


6. 사실 나이들고 지금은 좀 덜해졌는데 과거에 중2병스러운게 더해지면서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는다는 게 너무 끔찍했던 적이 있었어요. 특히나 저는 한국 사회랑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한 게 좀 더 있어서. 누군가가 나의 행적을 다 따라오면은 나는 되게 미움도 많이 받고 욕도 되게 많이 들을 것 같고, 그래서 남들이 모르게 뭘 하는 것에 판타지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효민에게 많이 투영되다 보니, 물론 장르적인 필요에 의해서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런 설정들을 자꾸 덧붙여 나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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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래부턴 관객들 질문. (괄호가 평론가) 본문이 감독님


단골 질문인 영화 제목을 지은 이유가 나왔다. 덬들은 다 알겠지. 근데 새로운 내용이 있었어


1.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들개>라는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폭탄 얘기를 만들고 싶어할 때부터 구체적인 시놉시스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부터 제목은 들개로 하고 싶다고 무조건 정해뒀었다. 약간 길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한 판타지의 일환 아니었을까. 사실 개봉당시에 영화 아카데미에서도 배급사에서도 제목에 후크가 없다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했는데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대로 가게 됐고요. 지금 와서는 그냥 그대로 두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영문 제목은 당시 배급사인 CJ측에서 제안한 영문 제목들 중에 제가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선택한건데 사실 저도 그 당시까지만 해도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와 씨 이건 처음알았어) tinker는 만드는 사람, ticker는 째깍거리는 물체라서 폭탄의 은어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영화 인물들 간의 관계도 잘 표현하고, 어감도 좋고 그래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아 맞다. 제가 이걸 영화아카데미에서 2013년때 처음 봤을땐 제목이 stray dog(들개)로 되있었는데 도쿄 영화제에 출품했을땐 영문제목이 바뀌어져 있더라고요.) 아 여기서부턴 후기로 봤어 나도 차이밍랑 감독님의 동명의 영화가 나와서 아 이건 내가 바꿔야 되겠다. (도쿄 영화제에 출품되기 1달전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차이밍랑 감독의 stray dog이 공개됐었다 그리고 한국 제목으로 검색해보면 김정훈 배우가 출연한 영화 들개들이 있어요. 김정훈 들개 이렇게 검색하면 이영화와 그 영화가 같이 나오기 때문에 다음부턴 용의주도하게 잘 피해가셨으면 좋겠다) 




영화 맥락상 박정구에게 야동 자주 보냐는 질문을 한 이유&본인의 경험담이라고 그런 기사를 봤는데 어떤 맥락에서 튀어나온 건지 다소 생뚱맞다고 생각했었는데&박정구의 소년원 이력 때문에 그걸 무시하고자 면접자가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


2. 실제로 영화보다 제가 느꼈던 상황이 더 심했었어요. 면접관 3명 여자에, 저빼고 피면접자 3명은 여자였고, 여자 6명에 저 하나 이렇게 딱 들어갔는데 심지어 영어면접이었어요. 근데 웃긴게 피면접자는 한국어로 묻고 대답은 영어로 해야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때 너무 당황에서 그냥 얼버무렸는데 지나고 나니까 너무 화가나고 잊혀지지가 않는거에요. 사실 면접에서 어떻게든 정구를 당황시켜야 하는 장면이었고 제 에피소드가 기억나서 그냥 썼는데, 사실 나중에서야 그 흐름이 뜬금없다는 얘기를 몇 번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냥 제 개인적인 에피소드에 너무 경도됐나 느꼈는데  사실 시나리오 쓸 땐 면접관이 정구가 사제폭탄을 만드느냐 안만드냐를 아는 건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사실 박정구가 치밀하게 나름 안 들키려고 흔적도 다 지우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백교수 차 밑에 붙은 폭탄은 왜 그렇게 흔적을 남겼는지, 걔 성격이면 나중에 아 그 폭탄을 제거해야지 했을텐데 찾아갔었을 때 폭탄이 없다 이미 효민이가 떼갔다는 장면이 편집이 됐었는지?


3. 사실 정구는 그때 극도로 흥분 상태였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는 거 전에 보시면 폭탄상자도 아무 데나 버리거든요. 너무 격한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면 까먹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고요. 다소 편하게. 



4. 이건 밝히지 않은 비하인드였는데 사실 저희 기수에 장편영화 과정에 뽑힌 건 네 아이템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가 아닌 다른 아이템이었는데 홍석재 감독이 자기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거 같다, 다음 기수에 다시 도전을 하겠다고 포기 의사를 밝혀서, 제 아이템이 뽑히게 된 거였거든요. 그래서 이미 크게 한 번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 그 소셜포비아 찍을 때 요한이랑 중간에서 설득을 할 때 도움을 주긴 했어요. 석재라는 친구가 영화를 잘 찍는 친구니까 무조건 너한테 도움이 될 거다 이런 식으로  



5. 제일 처음 찍은 장면이 효민이 공중전화부스에서 폭탄 경찰에 신고하셨냐고 하는 게 제일 처음이었고, 도서관에서 책 훔치는 게 두번째였어요. 약간 들개로 그동안 찍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완결해서 찍었기 때문에 속편은 없을 것 같다. 효민이랑 정구는 둘 다 서로한테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을 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었다. 사실 둘 다 엄청 특이하지 않냐. 대놓고 자기 성격을 드러낼 수 없는 인물들이고 효민은 좀 아니지만, 그래서 친구가 없었겠죠? 사실 효민 입장에서 보면 정구가 폭탄도 먼저 보내주고 자기의 이상한 성격을 받아줄 형 같은 존재로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와서는 자기 생각같지 않으니까 뭐 좀 더 집착하는 형태로 반응한다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효민이 캐릭터가 타자성을 상징하는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6. 타자성이 뭐죠? (영화 속에서 두 인물로 나타나는데 매우 낯설지 않고, 사실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존재인 거 같고, 한 캐릭터에서 갈라진 건데 한 쪽은 되게 인정하기도 싫고 받아들이기도 싫고 왠지 이게 있어야 자기가 완성되는 느낌인데 결국 이게 죽거나 파괴가 되야지 사회나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한 이야기 형태라고 풀어서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 지금 너무 잘 설명을 해주셔서 가장 중요했던 게 그 부분인데 (그럼 제가 질문을 좀 바꿔서 해볼게요 정구랑 효민이란 인물을 두 배우가 아닌 한 배우로 상정하고 표현하고 싶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가?) 예컨데 한 배우의 1인 2역이나 파이트 클럽처럼 한 인물이 사실은 모든 일을 벌이는 거였다 같은? (네 그렇죠) 사실 그런 얘기를 시나리오 모니터링이나 영화를 보고 나신 분들한테 이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었는데, 저는 이게 한 인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쓴 적은 없었고 사실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거에 좀 매력을 느꼈습니다. 표현은 두 인물로 했지만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했던 초점이 한 인물이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사회로 잘 복귀하는가였던 건 확실했던 거 같습니다.



7.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회사를 다니면서, 그 회사에서 저만큼 이상한 사람이 정말 없더라고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그 회사의 관습이나 문법과는 전혀 맞지 않는데 내가 맞춰나가기 위해선 많은 것을 감추고 포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거 때문에 정구가 고생스럽게 열 안으로 들어가려는 모습들로 표현이 된 것 같고요. (사실 영화의 엔딩이 헐리우드 식은 아닌가라고 질문을 해주셨는데 뭔가 저는 영화 엔딩이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차피 정구라는 인물의 선택지점은 출근 사회의 편입 하나밖에 없었던 거 같고 진짜 헐리우드식 엔딩이라면 출근길에 바로 옆 라인에서 폭탄이 빵 하고 터지지 않았을까요? 사실은 얘가 그 기질을 버리지 않았다를 죄책감을 주면서 까지 보여주는 게 요즘 헐리우드식 문법이기 때문에 사실 이 영화가 그걸 따르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사실 원래 시놉은 고등학생이랑 검사의 이야기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조교와 학생으로 바뀌었잖아요. 원래 설정으로 갔으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실 생각이셨는지


8. 고등학생이랑 검사는 사제폭탄이란 이야기를 쓰겠다 결심했던 순간 마음에 자리잡았었던 인물 설정이었는데 고등학생이 사제폭탄 테러를 하고 그걸 잡은 검사가 설왕설래는 하는데 사실 검사도 자기 내면에 억눌린 게 있었고, 수사를 해야되는 데 감화가 되서 나중에 고등학생 폭탄 테러리스트가 하려고 했던 일들을 자신이 폭탄을 만들어서 대신 한다는 좀 황당한 이야기였어요. 사실 근데 이런 큰 얼개에선 제가 넣고 싶었던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 자기를 어떻게 숨겨야 하는가 이런 식의 작품을 만들게 된 내적 동기 같은 건 넣기가 힘들었어요. 결국은 그 이야기가 그래서 진도가 잘 안나갔고 안되겠다 폐기하고 다시 쓰기 시작한게 이 시나리오였어요. 



(굴욕을 감내하면서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셨으면... / 양말주 얘기하다가 / 왜 인구가 꼭 되야 하는가 예외적인 건 상상조차 하면 안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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