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송아 역을 소화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일단 송아 역 자체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주인공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보통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할 법한 고민을 가진, 비범하거나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지 않은 평범함에서 오는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송아가 화자로서, 청자로서, 관찰자로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극이다 보니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에 시청자가 거리감을 느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표현하는 굉장히 복잡한 감정들에 최대한 시청자가 불친절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게, 어떤 감정인지 와닿을 수 있게 표현하는 게 제 숙제로 느껴져 (촬영하면서) 시시때때로 주어지는 과제들을 잘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찌 보면 시대가 원하는 사이다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지라도, 분명 송아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다. 스스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송아 같은 사람들이 캐릭터의 삶에 자신을 투영시켜 본인의 삶도 응원할 수 있게 되길 배우로서 가장 크게 바랐다. 송아를 사랑하는 분들이 자신의 삶도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연기를 했었다.”
- 극중 바이올리니스트로 나와 바이올린 연습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다. 바이올린 배워 본 소감이 어떤가.
“현악기 중에서도 가장 고음을 내는 악기라 (잘 못해서 나오는) 소음공해로부터 벗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몸 전체가 악기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다 보니 흉내를 내서 잘 해 보일 수 있기까지가 어려웠다. 조금만 어설픔이 들어가도 연주 장면의 리얼리티가 확 떨어져 정말 고민과 연습을 많이 했다. 3개월 집중 레슨을 받았고, 남은 3개월 동안은 한 달에 한 번 연습 받으면 다행일 정도로 스케줄이 매일 있었지만 틈틈이 하려고 노력했다. 극중 바이올린 전공생 캐릭터다 보니 일 년을 배워도 못할 수준의 어려운 곡을 소화해야 했는데 습득력이 빠른 덕분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하.
대역 선생님의 힘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직접 연주를 하면서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야 진정성을 더 드러낼 수 있다는 욕심 때문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감독님, 작가님은 이 정도까지는 예상을 안 했던 것 같다. 직업 자체가 배우라고 생각해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면 나머지는 채워주실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바이올린 연주 장면을 보고)나중엔 점점 놀라시더라. 하하.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기량을 펼치고 싶었고, 열심히 한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
(중략)
-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모두 신예 작가들의 작품이다. 신예작가와 호흡하면서 느낀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나.
“사람마다 다를 텐데 기성 작가, 신예 작가들에 대해 함부로 일반화를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이신화 작가와 류보리 작가 모두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이다 보니 전문성에 있어서 믿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시 이런 부분에서 고증이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을 전혀 배우로서 느끼지 않고 믿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게 큰 장점이었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재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혹시 재능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나.
“누군가는 저를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면 타고난 사람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럽고 노력해온 사람인 것 같다. 송아에게 마음이 갔던 것도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스스로 돌파하고자 하는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다. 월드클래스 피아노 반주자 박준영한테 ‘정경(박지현 분)이처럼 도와달라’고 하지 않고 ‘내 힘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갖춘 인물이기에 참 노력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역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더라. 남한테 의지하지 않고 두 발로 흔들림 없이 설 수 있는 사람,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나와 송아가 맞닿는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하기 보단, 때론 어려울지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오면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향성인 것 같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하면서 배우로서 깨닫게 된 점이 있나.
“처음부터 흔들리지 않고 꼿꼿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점점 나에 대해 알아가면서 연기할 때의 안정감이 두터워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물론 지금 단언할 수 없고, 내년이 돼 바로 와장창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확신하는 단계에 다가서는 게 쉽지 만은 않았다. 점점 자아의 힘이 생기면서 박은빈으로서의 삶을 잘 영위해야 캐릭터로서의 삶도 건강하게 살아낼 수 있더라. 이런 부분들은 20대 때 스스로 부딪히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았던 만큼 나름 보람 있었다고 평가를 내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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